▲ 사원 시마(왼쪽)과 사장 시마. |
연재 기간 내내 일본에선 말단사원에서 시작해 사장의 자리까지 오른 주인공 시마 코사쿠의 처세술과 인생론이 화제에 오르곤 했다. 또한 시마의 여성편력도 화려하기 그지없어 비록 만화 속 주인공이긴 하지만 샐러리맨들의 우상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과연 시마가 숱한 난관을 뚫고 사장직에 오르게 된 원동력은 뭘까. 일본의 웹매거진 <진주르(Jinjour)>와 KDDI통신사 웹매거진에 게재된 작가 히로카네 겐시의 인터뷰를 토대로 작품 뒷이야기와 시마의 성공비결 등을 들어보았다.
<시마> 시리즈의 특징은 엔터테인먼트 50%, 정보 50%의 구성으로 전개된다는 점에 있다. 특히 전기업계의 정보는 업계 관계자들이 감탄할 정도로 사실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시마가 근무하는 하츠시바전기산업(TECOT으로 사명을 바꿈)은 히로카네가 만화가가 되기 전, 3년 3개월간 근무한 마쓰시타전기산업(현재의 파나소닉)이 모델이다. 묘하게도 2008년 11월, 파나소닉이 산요전기와 합병을 발표하기 전에 이미 만화 속에서는 합병에 이르는 과정이 그려져 있었다. 현실과 작품의 사건이 교차하고 있는 것이다.
히로카네는 “물론 픽션이지만, 있을 수 없는 이야기는 절대로 그리지는 않는다. 파나소닉과 산요의 합병건도 현실로 일어나기 직전, 서둘러 완성한 것이다. 취재를 하고, 자료를 읽으면서 합병에 대한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들을 그리고 있지만, 독자가 간혹 ‘이런 일은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할 만한 부분은 일반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사실인 경우가 많다. 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을 만화를 통해 전하는 것이 내 임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히로카네는 20대 회사원들에게 헝그리 정신이 결여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지금 20대들은 ‘차는 필요 없다’ ‘출세에는 관심 없다’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야유를 보내는 경향이 있다. 자가용과 출세 등을 ‘원하는’ 욕망으로 일을 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세상에 태어난 이상 스스로를 세상에 알리고 존재감을 알렸으면 좋겠다.”
그는 “기회는 누구에게든 평등하게 찾아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기회가 눈앞으로 지나갈 때 70~80%의 사람은 그것이 기회라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 놓쳐버리는 것이 아닐까. 기회는 무르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놓치기 마련이다. 리스크가 30~40% 정도라면 도전해보는 것이 좋다. 내가 25세 때 마쓰시타전기산업을 퇴사하고 만화가가 되려고 결심한 당시의 리스크는 90%에 가까웠다. 그 정도로 큰 리스크를 떠안는 것은 권하지 않지만, 리스크가 10%가 될 때까지 기다리다간 그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가버릴 수 있다.”
히로카네는 사람을 움직이는 데 두 가지의 방법이 있다고 한다. 만화 <거인의 별>에 등장한 호시 잇테쓰처럼 일부러 상대를 자극시켜서 “두고보자!”라는 마음을 유발시키는 방법과 80%의 잘못된 부분이 있어도 20%의 좋은 부분을 칭찬해 의욕을 북돋아 주는 방법이다.
그는 “지금 세대에겐 칭찬을 해 실력을 키워주는 편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가정에 TV와 자동차가 있는 시대의 사람들에게 헝그리 정신을 자극해 봤자 반응이 오지 않는다. 예전과는 다른 교육을 받아온 젊은이들에게 예전과 같은 방법으로 키우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한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최근에는 여성 상사들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의 글로벌화에 의해 외국인 상사가 있는 것도 놀라운 광경은 아니다. 시마 코사쿠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갈 것인가.
“여성 상사건 외국인 상사건 달라질 것은 없다. 가장 필요한 것은 ‘상사의 성격을 간파하는 것’이다. 일본인 남성이 상사라고 할지라도 A 부장, B 부장, C 부장의 성격은 각기 다르다. A, B, C를 같은 방법으로 대하면 A 부장에게는 통했지만 C 부장에게는 통하지 않는 일이 반드시 발생하게 된다. 이럴 때는 ‘C 부장은 이해가 늦으니까 자세하고 정중하게 설명하자’, ‘B 부장은 성격이 급하니까 하나로 정리해서 보고하자’ 등 능력과 성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하다. 매일 관찰해서 개개인의 성격을 파악해 두면 좀 더 편하고 원만하게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양한 처세술을 익혔다하더라도 기업전선에서 일을 하다보면 누구든 침체기가 온다. 그럴 때는 ‘빨리 잊는 것’이 최고의 방편이다. 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시마는 다음의 세 가지 말을 항상 버릇처럼 한다. 히로카네는 “뭐 괜찮겠지” “그게 뭐 어떻다고” “사람은 저마다 다르니까” 등 세 문장이 곤란에 직면했어도 이를 뛰어넘어 상황을 호전시킬 수 있는 시마의 긍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마법 같은 말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시마의 인생관이나, 업무관 등은 히로카네의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시마는 아무리 어려운 상황을 만나도 긍정적인 사고로 헤쳐 나간다. 작가도 실제로 긍정적인 성격으로 곤란한 상황을 오히려 즐겁게 여기곤 한다고.
히로카네는 이것을 골프로 예를 들어 설명했다. “반드시 2타로 그린을 넘어 2퍼트로 컵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정해져 있다면 골프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이다. 가끔 OB를 치거나 그린 위에서 4퍼트를 하는 일도 있기 때문에 골프가 재밌는 것이다. 인생 역시 반드시 생각한 대로 이뤄지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즐겁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만이다. 나는 장기적인 인생계획은 세우지 않았고, 취미 역시 없다. 하루하루를 마감이라고 생각하고 지내다보니 어느덧 60이 훌쩍 넘어 있었다. 이렇게 바빠도 즐겁게 살 수 있는 것은 내가 일을 좋아하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히로카네의 동기 중에는 대기업의 사장이 된 사람들도 몇 있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평균 이상의 레벨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감정적으로 변하지 않고, 정의감이 강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실력이 있어도 고집이 세서 사람들에게 협조를 구하는 것이 어려운 사람이거나, 위에 올라서기 위해 아무렇지 않게 사람들을 밀어제치는 사람들은 기업의 대표가 되기 어렵다. 시마 역시 불법투기나 스파이 거래 등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려는 정의감이 있으며, 자기 주장을 강요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위의 인정을 받으면서 승진의 길을 걷는다.
기업과 조직의 구성원이라면 별로 내키지 않는 일을 담당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맡은 일이 싫더라도 단순히 회사나 업무를 바꾸는 것은 어려우며, 이직을 한다고 해도 그곳에 자신이 좋아할 만한 일만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키지 않는 일이라도 먼저, 그 안에서 좋아할 만한 부분을 찾아나가는 것이 좋다.
부분적이나마 좋아하는 구석이 생긴다면 “이 부분은 ~게 노력하면 ~되더라”는 식의 긍정적인 배움을 얻게 된다. 이 과정 속에서 일 전체가 재밌어지며 언제부턴가 아주 좋아지게 될지도 모르는 것이다. 반대로 어떻게 해도 좋아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되더라도, 그 일이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결론짓는 것은 좋지 않다. ‘차가운 돌이라도 3년을 앉아 있으면 따뜻해진다(石の上にも三年)’는 말이 있듯이 조금 인내하고, 생각을 고쳐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스스로는 좋다고 생각해 선택한 일이 타인의 객관적인 시선으로는 전혀 그와 어울려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인사이동에서 희망 부서에 배치되지 않았더라도, 상사가 객관적으로 판단해 적절한 부서에 배치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일이 나에게 적합한 것일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보는 것이 좋다.
상사와의 관계에 대해 히로카네는 “30~50대의 어시스턴트와 함께 일하고 있다. 나와 어시스턴트는 말하자면 상사와 부하와 같은 관계다. 그들 중에는 어시스턴트를 하면서 이미 자신의 작품을 발표한 사람도 있다. 나는 인생은 자기책임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삶에 대해 내가 잔소리를 할 필요가 없다. 각자의 인생은 각자가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회사에 근무하던 시절 상사와 부하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여러 가지로 배울 수 있었다고 한다. “일의 진행 방법 등에 대해 상사에게 상담하면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이때 나의 생각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더니 아무런 어드바이스도 얻을 수 없었다. 반면 내 생각을 전하면서 상담할 때는 반드시 ‘이건 이렇기 때문에 틀리다’라는 식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 그러한 경험이 쌓이면서 상사와 원만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방법을 익힐 수 있었다.” 즉 그는 어떤 일을 하든 먼저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상사에게 ‘이렇게 생각하는데 어떨까요?’라는 식의 접근을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다소 껄끄러운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에는 약간의 기술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두에게 미움받는 부장이 있다고 하자. 보통은 가능한 한 접촉을 피하고 싶겠지만 오히려 적극적으로 부장에게 다가서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상대의 입장이 되어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다보면 조금씩 친밀감을 느끼게 된다. 반대로 가까이 다가갔다가 결국 더 싫은 모습만 보게 됐다고 해도 상대의 그런 부분을 닮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다.
입사 초기 시마도 미움받던 부장과 같은 통근전철에 타게 되면서 가까워지고, 그로부터 많은 업무스킬을 익혔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말단사원부터 사장까지 단카이세대 열광
▲ 일본 웹매거진에 실린 히로카네 겐시. |
하츠시바전기산업은 작가인 히로카네 겐시(弘兼憲史)가 만화가 데뷔 전 근무하던 마쓰시타전기산업(현재의 파나소닉)을 모델로 하고 있다. 마쓰시타전기산업이 실제로 행했던 경영방식을 만화 속에 그대로 반영했다.
주인공 시마 코사쿠는 단카이세대에 속하며 대기업인 하츠시바전기산업에 근무하는 샐러리맨이다. 작품이 연재되기 시작한 초기(1983년)에 시마는 소심하고 자신의 안위를 먼저 생각하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그려졌으며, 작품 내용도 사무실 등에서 일어나는 개인적인 일들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84년 후반부터 연재 방향이 대기업 내부의 파벌분쟁과 기업전략에 기초하는 경영방식 등 스케일이 큰 경제 무대로 옮겨졌다. 그에 따라 시마 코사쿠는 파벌싸움으로 혼란스러운 직장에서 자신의 신념을 견지하는 행동적 인물로 그려졌으며, 긍정적인 성격으로 온갖 어려움을 뛰어넘어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난처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탐정 고구레와 함께 미스터리를 풀어나가기도 했지만, 시마의 부하나 여자가 어느 틈엔가 사건을 해결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시마의 주위에는 그와 성적 관계를 맺는 여성이 늘 존재했다.
경제와 관련된 스토리들은 매우 자세하고 치밀해 현업 종사자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이슈가 된 현실의 사건들이 시마와 하츠시바를 덮치거나, 실제 기업의 실패를 연구해 이야기화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사장 시마>에는 상하이 박람회, 리튬 쟁탈전, 한국기업 솜산(삼성이 모델)과의 경쟁 등 국제 경제계 상황들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