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전남본부 전경
[일요신문=무안] 농협중앙회(이하 농협)가 시행하는 4급 승진시험인 농축협 e-pass가 시행 2년째 접어들고 있으나 공정성 담보가 안 된다는 지적이다.
e-pass는 농협이 4급 승진 전형시험 대신 지난 2019년부터 시행하는 제도로 농협직원들의 승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를 없애고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기 위함을 목적이었다는 것이 배경이다.
하지만, 그동안 승진 시험을 위해 수년을 투자해온 승진대상 직원뿐 아니라 일부 지역 농협조합장들로 e-pass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놓고 있다. 그러한 이유는 e-pass를 통과한 승진 대상자 중 자질이 부족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농협 직원들이 기존에 치렀던 4급 승진시험은 각자가 대입학력고사를 보는 심정으로 일 년을 준비해서 한날한시에 한 장소에서 모여서 시험을 치렀지만, e-pass는 평소 온라인으로 수강을 한 뒤 자신이 이수한 교육 기간 별 지정 일자에 자신이 편리한 아무 곳에서나 시험을 치른다.
사실상 말이 시험이지 인터넷이 설치된 곳이면 어디서나 평가일 당일 컴퓨터 옆에 책을 가져다 놓고 제시된 문제를 보고 책을 잘 찾아서 답을 쓰면 통과되는 것이다. 여기에 감독자가 없는 것을 고려한다면 대리 응시자도 있을 것이고, 누군가 옆에서 외부 조력자도 있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농협이 e-pass 시험을 치르는 응시자를 대상으로 제시한 응시 서약서에도 묻어 있다. 응시 서약서에는 “나는 과정평가에 있어 양심에 어긋남 없이 정정당당하게 응시할 것을 다짐하며, 공정한 평가를 위해 다음과 같이 서약합니다”며 ‘하나, 타인에게 대리응시를 청탁하지도, 요구에 응하지도 않겠습니다. 하나, 평가문항을 촬영하거나 공유하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였다.
더구나 이런 우려는 실제 현실이 됐다. 지난해 9월 28일 치러진 e-pass 시험에서 달성군 유가농협의 한 직원이 조합장을 비롯한 상무와 여직원 등 3명과 함께 시험을 치렀고, 이 과정에서 두~세 문제 도움을 받았다고 실토하면서 e-pass가 금한 타인과 대리 응시를 하지 않겠다던 것을 위반한 부정 시험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이런 문제는 농협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한 지난 2019년 2월 11일 이후부터 이미 농협 홈페이지에서 거론됐다. 농협직원들 중 기존 승진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몇 년에 걸쳐 심혈을 기울여 승진고시에 합격이 됐지만, e-pass 도입으로 자신들의 그간 노력이 물거품 된 것을 지적했다.
또한, 다른 이는 농협의 e-pass를 기존 통신연수 취득 정도로 미미한 반영이라 굳이 의미를 두지 않는 것이 옳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며 농협에서 승진은 결국 시험이 아닌 조합장들이 결정하는 ‘근무성적 평정’이 합격을 좌우할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 ‘근무성적 평정’이 공정과 대표성을 가졌는지에 의문을 제기했으며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일게 될 부작용을 우려했다. 실제 일부 지역조합에서는 이미 조합장에게만 잘 보이면 승진이 된다는 일명 ‘조합장 딸랑이’가 득세하고 있다는 견해다.
전남 한 농협 직원은 “기존에는 승진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퇴근 후나 주말도 가족과 생활을 함께하지 못하고, 시험에 매달렸다”며 “그러나 지금 도입된 e-pass는 말 그대로 누가 책을 잘 찾는가? 경쟁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결국 지금 농협이 시행하는 승진제도인 e-pass는 지역농협조합장들이 승진을 무기로 자신들의 입지를 직원들로부터 강화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며 “e-pass를 통과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결국 승진을 좌우하는 것은 조합장들이 평가하는 ‘근무성적 평정’이다”고 주장했다.
e-pass 악용 사례는 또 있다. 전남 한 조합장은 “전에는 승진고시를 패스한 사람에 대해서만 승진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승진을 결정하기 문제가 없었다”며 “하지만 최근 e-pass 도입 후 한 번에 여러 사람이 승진 대상자로 분류되면서 조합장 선출 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앞세워 승진을 시켜 주라고 조합장을 겁박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강효근 호남본부 기자 widenews@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