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 25일 연도대표 시상식에서 송문길 조교사가 최우수조교사 상을 받고 있다.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성적
2019년 ‘실버울프’로 대상 경주 전관왕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며 2016년과 2017년에 이어 세 번째로 최우수 조교사에 선정된 바 있다. 평생 한 번 받기도 힘들다는 ‘최우수 조교사’ 타이틀을 세 번이나 수상했고, 특히 2016년에는 데뷔 4년 차의 신인급 조교사가 받았다는 것은 경이로운 일이다. 앞으로 두 번 다시 나오기 힘들다는 게 중론이다.
2016년 명마 중의 명마였던 ‘클린업조이’를 만나면서부터 송문길 마방의 운명이 바뀌었다. 데뷔 3년 차까지는 그저 그런 평범한 조교사였다. 클린업조이가 2016년 최용구 마방에서 이적해 오자마자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며 송문길 조교사에게 대상 경주 첫 승을 안겼고, 이후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클린업조이는 2017년에도 헤럴드경제배, YTN배를 연이어 석권하며 과천벌 최강자의 위용을 떨쳤다. 그 기세를 이어받은 듯 소속조의 다른 말들도 능력 급성장을 보이며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실버울프, 검빛강자, 피케이파티 등이 2017년 6번의 대상 경주를 석권, 그해 다승 부문 2위에 오르며 데뷔 이래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2018년에는 다승 9위로 잠시 주춤했으나, 2019년 3위 그리고 지난해에는 2위에 오르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조교사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마필 중 잠재력 뛰어난 마필들이 대거 포진된 것으로 분석돼, 송문길 마방의 선전은 계속될 전망이다.
#특징
지난 회에 소개한 박재우 조교사와는 달리 송문길 조교사는 대형마를 여러 두 배출했다. 그중에서 클린업조이와 실버울프는 역대급 대형마로, 한국 경마 역사에 남을 만한 명마다. 수많은 대상 경주를 우승하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특히 암말 부문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대한민국 넘버원 조교사 김영관도 당하지 못할 정도다. 2019년 실버울프로 모든 암말 대상 경주를 싹쓸이하더니, 지난해에는 다이아로드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또 다른 특징이자 장점은 송문길 마방의 마필들은 거리에 상관없이 잘 뛴다는 것이다. 또한 선행마와 추입마가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고 골고루 섞여 있다. 즉, 경주 거리나 질주 습성에 제한을 받지 않고 자유롭다는 것이다. 아마도 오랫동안 쌓아온 송문길 조교사의 노하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지난번에 소개한 박재우 마방과 비슷한 점도 있었다. 신마의 데뷔전 입상률(최근 2년 23%)이 높았고, 마필의 회전이 빨라 평균 연령이 젊다는 것이다. 이는 상위권 마방들의 공통점이기도 하다. 마필의 능력을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 발전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가차없이 은퇴시키는 것으로 개인적으로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송문길 마방의 대표마 다이아로드.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대표마
마방을 대표하는 마필은 단연 다이아로드(국1·암)다. 9전 8승 2위 1회로 복승률 100%를 기록 중인 송문길 마방의 최고 에이스로, 레이팅은 110,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상금은 8억 6000만 원이다. 2020년 펼쳐진 두 번과 대상 경주와 한 번의 특별 경주를 모두 석권하며 대한민국 암말계를 평정했다. 경주 내용도 압도적이었다. 간발의 승리 없이 모두 압승이었다.
2월에 펼쳐진 동아일보배(1800m)에서 외곽 선입 전개 이후 중반 무빙 작전으로 선두에 나선 끝에 실버울프를 3마신 차로 따돌리며 여유 있는 우승을 거뒀다. 7월 터키트로피 특별 경주에서도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레이스를 펼치며 4마신 차의 낙승을 거뒀다. 그리고 8월 서울과 부산 최고의 암말이 총출전한 진정한 암말 챔피언을 뽑는 뚝섬배(1400m)에서는 반 박자 늦은 출발과 무리한 운영에도 6마신이라는 큰 차이로 우승, 더 이상의 적수가 없음을 선포했다.
갈수록 강해지는 느낌이었고, 선행과 추입을 자유자재로 구사해 임기응변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을 확인시켰다. 5세가 된 올해는 기량이 절정에 오를 것으로 예측돼 ‘2019년 실버울프’의 재현도 가능할 전망이다.
두 번째 마필은 어마어마(외1·수)다. 말 이름 그대로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외국산 신예 강자다. 7전 5승 2위 1회를 기록 중이며, 레이팅은 88, 지금까지 벌어들인 총상금 2억 8000만 원이다. 2019년 12월 2위마 클린업벨라를 9마신이나 따돌리며 58초 9의 놀라운 기록으로 우승하며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두 번의 경주에서도 10마신, 8마신의 큰 차이를 보이며 압승, 3연승을 기록했다. 네 번째는 SBS스포츠 스프린트(GⅢ) 대상 경주였는데, 아쉽게 목과 목 차이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연승이 좌절되며 아픔을 겪었지만, 당시 2군 소속으로 1군의 강자들과 대결을 펼쳤다는 점에서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본다.
한 달 후 펼쳐진 마주협회장배에서는 ‘이스트제트’와 접전 끝에 0.2초 차이로 아쉽게 2위를 기록했고, 이후 펼쳐진 두 차례 1군 경주에서는 모두 우승했다. 경주 내용은 더 좋아졌다. 둘 다 1400m 경주였는데, 선두권 전개 후 막판 근성을 발휘하며 2위권을 7마신이나 따돌리며 압승을 거둔 것이다. 타고난 순발력에 최근 힘이 차고 근성이 생기면서 말 이름 그대로 어마어마한 강자가 되었다. 이대로 성장한다면 현 랭킹 1위 청담도끼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올해 4세로 접어들며 전성기를 향해가는 어마어마이기에 정점을 지난 청담도끼를 무너트리고, 왕좌에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본다.
#기대주
송문길 마방의 미래는 매우 밝다. 신예 기대주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다른 어떤 마방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그중에서 위즈모멘트, 파이어하트, 스포트라이트, 블루케이, 제다이 등은 발전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여러 기대주 중에서 첫 번째로 꼽히는 마필은 단연 위즈모멘트(국3·암)다. 메니피의 자마로, 앞으로 송문길 마방의 미래를 이끌어갈 차세대 에이스다. 현재 4전 전승을 기록하고 있는데, 네 번 모두 여유 있는 우승이었다. 특히 직전 네 번째 경주에서는 처음으로 선행에 나섰고, 종반에는 추입마보다 더 좋은 막판 탄력을 보이며 9마신 차로 대승, 한 단계 더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530kg대의 거구임에도 순발력을 타고 난 데다 밸런스가 좋고, 작전 전개도 다양하다는 장점을 지녔다. 이대로 성장해 준다면 실버울프와 다이아로드로 이어지는 암말 계보를 이을 후계자로 손색없다.
#기수궁합
지난번에 소개한 박재우 조교사와 마찬가지로 특정 기수를 선호하지 않고, 여러 다양한 기수를 기용하는 스타일이다. 특급 기수인 문세영과 김용근은 물론 비인기 기수인 윤태혁, 박현우, 김정준, 신형철 등에게도 많은 기회를 주고 있으며, 또한 좋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다이아로드 같은 경우는 김용근이 전담하는 마필이라 예외이긴 하나, 각 마필의 특징에 따라 그에 적합한 기수를 기용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박재우 조교사와 마찬가지로 특정 기수와의 특별한 궁합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