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지우(왼쪽)가 슈퍼루키 문민종과 격돌에서 반집 차이 승리를 거뒀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셀트리온은 원래 강팀이다. 무적의 주장 신진서, 유일하게 9전 전승을 거둔 원성진, 3지명 조한승도 든든하다. 막강한 1~3지명 ‘3총사’에 퓨처스 다르타냥이 붙어 더욱 무서운 팀이 되었다. 퓨처스리그에서 금맥을 캔 셀트리온. 9라운드까지 성적은 7승 2패, 개인 승수도 31승을 적립해 정규시즌 1위를 달리고 있다.
금지우는 차세대를 이끌어갈 재목이다. 신진서보다 한 살 어린 2001년생이다. 2021년 1월 말 공식대국 성적은 9승 1패다. 신진서가 8승으로 그 뒤를 쫓고 있는 형편이다. 금지우는 2단이다. 2019년 12월 26일 통합연구생리그에서 1위에 올라 입단했다. 프로가 되기 전부터 이미 반짝였다. 제3회 안동시 참저축은행배 프로아마오픈전 본선 64강에서 당시 랭킹4위였던 이동훈 9단에게 승리해 이름을 알렸다.
양천대일도장 시절의 금지우. 중학교 1학년 때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갔다. 사진=사이버오로 제공
가까운 바둑학원에서 1년 정도 더 배우다 권갑룡바둑도장에 발을 들이면서 본격적으로 바둑 여정을 시작했다. 초등학교 3학년 무렵 들어간 전문 도장은 수준이 달랐다. ‘동네 최강’ 금지우 어린이는 도장 친구들에겐 8, 9점을 깔고 뒀다. 동갑 박상진(프로 5단)도 같은 도장이었지만, 당시는 범접할 수 없는 고수였다.
1년이 지나자 권도장의 형님 고수들을 정선 또는 호선까지 따라잡았다. 금지우는 “이때가 자신의 바둑인생에서 가장 빨리 실력이 늘었던 시기”라고 말한다.
아버지는 바둑을 보는 것만 즐기는 마니아였다. 금지우는 삼형제 중 막둥이다. 나이 차이가 꽤 있는 첫째와 둘째 형은 이미 사회적으로 기반을 잡았다. 그래서인지 막내가 바둑의 길에 들어서는 걸 크게 반대하진 않았다. 이후 양천대일, 한종진 도장에서 수학하며 자연스럽게 프로의 꿈을 키웠다.
한국기원 연구생에 처음 들어간 시기는 초등학교 6학년이었다. 당시 실력은 거의 꼴찌였는데 나중엔 내신 1위로 수석 졸업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 합격증을 받은 시기에 금지우는 프로 면장을 손에 쥐었다. 금지우는 “너무 좋았고, 뛸 듯이 기뻤다”라고 회상한다.
20학번은 캠퍼스의 낭만을 전혀 즐기지 못한 ‘코로나 학번’으로 불린다. 금지우도 마찬가지였다. 프로 면장을 받았지만, 4월까지 바둑판 구경조차 못 했다. 대국이 줄줄이 연기되고, 도장마저 폐쇄하자 거의 집에만 있었다. 작년 봄 LG배 통합예선이 온라인에서 열리면서 간신히 바둑돌 대신 마우스를 잡았다. 1년 동안 거둔 통산 성적은 54승 19패, 현재 한국랭킹은 59위다.
올해는 상위권으로 급격히 치고 올라갈 기세다. 최근 성적이 급상승한 이유를 묻자 “아직은 약하다. 작년에 실전 대국이 거의 없어서 감을 잡기 어려웠다. KB리그가 열리고, 셀트리온 팀에 들어가면서 바둑이 많이 늘었다. 그전까진 성적도 별로 좋지 않았다. 같은 팀 신진서, 원성진 형의 바둑은 아주 치열하다. 나는 싸움이 없는 잔잔한 바둑을 즐기는 편이다. 기풍이 상반된 일류기사들과 같이 검토하고 복기하면서 그런 점을 많이 흡수했다”라고 말한다.
셀트리온 백대현 감독은 “아주 침착하고, 차분하다. 성격과 기풍이 같다. 바둑리그 선발전에서 처음 보고 주목했다. 기본 실력이 뛰어나고 최근엔 승부를 잡아내는 감각이 날카롭다. 기풍은 두터운 실리형. 과거 이창호 9단처럼 뒷심이 좋은 선수다”라고 설명했다.
금지우는 “연구생 시절부터 출전한 삼성화재배에서 중국 일류기사와 대결하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고 말했다. 사진=한국기원 제공
금지우에게 직접 자기 장점을 묻자 “균형감각”이라고 답했다. “끝내기 실력이 특별히 강하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초반 포석은 다른 기사처럼 인공지능(AI)으로 공부한다. 다만 맹목적으로 따라 두진 않는다. AI 승률이 좀 떨어지는 수라도 내가 두기 편한 방향으로 판을 짜는 걸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초반이나 중반에 별다른 강점이 없다. 끝내기에서 잘 역전하지만, 다른 기사보다 특별히 강하진 않다. 승부처에서 많이 떠는 편이다. 특출한 계략을 세우기보단 덤덤하게 내 수를 읽는다”라면서 수읽기를 장점이라고 꼽기도 주저했다.
묘했다. 뭐라고 꼬집을 장점이 없는데 정말 잘 이긴다. 그의 바둑을 몇 판 감상하니 감이 왔다. 미묘한 경계선에서 고지를 선점하고, 적군이 달려들면 튕겨낸다. 간명하게 지키고, 정직한 주먹을 내뻗는 ‘금강불괴’다. 상대가 몸통을 두들겨도 되레 자기 손과 발이 얽히며 자멸한다.
금지우는 “네임밸류가 있는 선수를 좋은 내용으로 이길 때 확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라고 한다. “국가대표팀에 들어가서 더 실력을 연마하고 싶다. 바둑리그도 열심히 두겠지만, 세계대회를 한번 먹어보고 싶다. 연구생 시절부터 출전한 삼성화재배와 특별한 인연이 있다. 당이페이, 랴오위안허 같은 중국기사를 통합예선에서 경험했다. 실력이 약했는데 실제 두어보니 격차가 별로 크진 않다고 생각했다. 중국 일류기사와 대결하며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앞으로 꾸준하게 성적을 내고, 이창호 9단처럼 잊히지 않는 프로기사로 남고 싶다”라고 다짐했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