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은 분분하다. “임성한 작가다운 드라마”라는 반응부터 “대사와 설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느 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는 없지만, 대중을 들끓게 하는 작품임은 분명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TV조선 주말 미니시리즈 ‘결혼작사 이혼작곡’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임성한 작가다운 드라마”라는 반응부터 “대사와 설정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사진=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메이킹 화면 캡처
#왜 통할까?
임성한 작가는 그동안 ‘인어아가씨’와 ‘보고 또 보고’를 시작으로 비교적 최근작인 ‘신기생뎐’과 ‘오로라공주’, ‘압구정 백야’ 등을 모조리 성공시켰다. 게다가 신인 배우들을 과감히 주인공으로 기용해 성공을 거둔 터라 ‘임성한 매직’이라 불렸다. 이번에는 ‘신기생뎐’으로 스타덤에 올랐던 배우 성훈이 10년 만에 보은하는 마음으로 재회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짝으로는 또 다시 생소한 이름의 신인인 이가령을 내세웠다.
임 작가에게는 ‘막장극의 대모’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여러 작품을 통해 자극적인 설정 외에도 등장인물의 눈에서 레이저가 발사하고 주요 배역들이 갑자기 죽어나가는 등 비현실적인 이야기 전개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논란에도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하나로 귀결된다. 시청자들이 “재미있다”고 입을 모아서다. 아무리 유익하고 합리적인 이야기라도 재미없으면 여지없이 채널은 돌아간다. 반면 다소 비현실적이고 황당해도 재미있으면 본다. 그게 시청자들의 심리다.
‘결사곡’은 불륜을 소재로 차용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직 별다른 막장 요소는 보이지 않는다. 다만 ‘옛날 드라마’ 느낌이 물씬 풍긴다. 등장인물들의 대사가 굉장히 많고, 그 내용도 문어체다. 실생활에서 좀처럼 사용하지 않을 것 같은 단어와 표현을 쓴다. 실제로 드라마가 방송되는 동안 포털사이트의 ‘토크방’을 보면 “옛날 드라마 보는 것 같다”는 반응이 적잖다.
하지만 인물 설정 및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여전하다. 겉으로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 보였지만 각기 다른 고민을 갖고 사는 각각 30대, 40대, 50대 부부의 이야기를 1, 2회 만에 단단하게 펼쳐놓았고, 각 인물들이 가진 성격도 명확하게 보여줬다. 2회 마지막 장면은 주인공 판사현(성훈 분)이 비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아내에게 발각되는 것. 3회 예고편에는 판사현이 부모에게 이혼을 선언하는 장면이 담겼다. 사건의 시작이다. 1, 2회를 챙겨본 이들이 계속 이 드라마를 보도록 붙들어놓는 장치다.
한 외주 드라마 제작사 대표는 “임 작가가 6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라 유심히 봤다. 모녀 간 대화 장면이 지나치게 길어 지루한 느낌을 줬는데 묘하게 채널을 돌릴 수 없었다”며 “시청자들이 현실감을 느끼면서 ‘혹시 내 남편도?’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더라. 시청자들의 심리를 꿰뚫는 임 작가의 솜씨는 여전하다”고 말했다.
‘결사곡’은 세계적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에서 동시 송출된다. 임 작가의 작품을 넷플릭스가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다. 임 작가의 이름값과 작품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이다. 전 세계 작품을 모으는 넷플릭스 안에는 소위 ‘막장극’이라 불릴 만한 작품이 많다. 하지만 막장 요소는 하나의 소재일 뿐, 작품 전체의 짜임새가 좋고 시청자들이 찾는다면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단 ‘결사곡’은 첫 단추를 잘 끼웠다. 3회부터 사건과 갈등 관계가 분명해지면 시청률 곡선이 더 높이 고개를 치켜들 가능성이 높다. 넷플릭스 시대의 임성한 작가의 작품의 성패는 향후 각 방송사와 제작사들이 드라마를 제작할 때 어떤 방향성을 가질지 고민을 던져주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결사곡’을 지켜보고 있다.
임성한 작가가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여전하다. 특히 2회 주인공 판사현(성훈 분)이 비밀 휴대폰을 사용하고 있는 모습이 아내에게 발각되는 마지막 장면은 앞으로도 시청자들이 이 드라마를 보도록 붙들어놓는 장치가 됐다. 사진=TV조선 ‘결혼작사 이혼작곡’ 캡처
#계속 통할까
방송 첫 주 ‘결사곡’이 일군 성과는 분명하다. TV조선 개국 이래 드라마로 단 한 번도 밟아보지 못한 고지에 깃발을 꽂았다. 방송 시작 후 이틀 연속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 1위를 차지했다. TV조선 드라마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관심이 쏟아진 셈이다. 당연히 관련 기사가 실시간으로 노출되고 그 성과에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특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편집이 눈에 띄었다. 장면 전환이 매끄럽지 못하고 끊어지는 느낌을 줬다. 현실과 상상신을 구분하는 편집 기술도 부족했다. BGM(배경음악) 역시 생뚱맞게 느껴지는 장면이 몇몇 포착됐다. 오랜 준비 기간을 거친 드라마임에도 왜 칼로 싹둑 잘라낸 듯한 거친 편집과 조악한 이어붙이기가 불거졌는지는 제작진만 알 것이다. 아마추어 같은 편집이 반복된다면 채널이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1, 2부의 편집은 사실상 임 작가가 쓴 대본의 밀도와 흡입력을 저해시킨 수준이다. 전문성 없는 편집자가 관여한 느낌이다. 최신 트렌드를 읽는 혜안과 전문성을 가진 이에게 편집을 맡기는 것이 시급하다.
방송 첫 주의 성적표에는 ‘기대감’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임 작가가 6년 만에 내놓는 복귀작이라는 것은 이런 기대감을 더욱 키웠다. 게다가 넷플릭스가 선택한 작품이라는 수식어는 더욱 구미를 당기게 만들었다. 임 작가의 작품을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또 얼마나 흥미로울까”라는 인식을, 임 작가의 작품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어떤 작가이길래 이렇게 관심이 높은가”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가 작용해 ‘결사곡’은 TV조선 드라마 역대 최고 시청률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뚜껑은 이제 열렸다. 오롯이 작품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로 승부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3, 4부의 성적표가 자못 궁금해진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