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운용사가 투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나투어가 자산을 매각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공평동 하나투어 본사. 사진=연합뉴스
#하나투어 절반가량이 구조조정 대상
국내 여행업계 1위 하나투어는 현재 최대 절반가량의 직원들이 구조조정 대상에 이름을 올린 상황이다. 지난 1월 18일 하나투어는 각 본부·부서 단위로 ‘조직 효율화’를 추진하고, 인사 평가 등으로 인력 감축 대상자를 추려 면담에 나선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2300여 명 중 1000~1600명이 권고사직 대상자다.
하나투어의 한 직원은 “각각 부서마다 20~80% 비율로 정리된다고 부서장에게 통보받았다”며 “근속연수별로 4~6개월 치 월급을 위로금으로 지급하고 이번이 위로금을 받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들었다. 그를 포함한 직원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측은 제시한 기한은 1월 말까지다. 이후 일정은 인사팀과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다음 프로세스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 일자는 오는 3월 31일로 처리될 예정이다.
우선 논란이 되는 것은 구조조정 시점이다. 정부지원금이 끊기자마자 바로 구조조정에 나섰기 때문이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3월 유급휴직에 들어갔고, 6월부터는 무급휴직이 시행했다. 다행히 6~11월 무급휴직 동안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으로 기본급의 50%를 받았다. 고용유지지원금을 받은 기업은 지원금 지급 이후 1개월까지 감원 방지기간을 정하고 있다. 사측은 이 기간이 끝나자마자 구조조정에 착수한 셈이다.
이 같은 결정은 업계 2위 모두투어가 무급휴직을 이어가며 고용을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구조조정보다는 최대주주인 사모펀드의 엑시트를 위한 정지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2월 사모펀드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는 하나투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하나투어는 1347억 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제3자 배정 대상자로 IMM PE를 선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IMM PE는 하나투어 지분 16.7%를 보유하게 됐다.
하나투어는 IMM PE의 유상증자를 포함해 총 2000억 원의 자본금을 확충했다. 하지만 IMM PE는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자회사 통폐합, 해외지사 및 사무실 축소, 사옥 매각 추진 등 경영 효율화와 자산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2분기 하나투어는 “제이알 제10호 위탁관리 부동산 투자회사와 하나티앤미디어는 청산 완료했다. 하나샵, 투어팁스, 에이치엔티마케팅, 호텔앤에어닷컴 등을 포함해 자회사 총 8곳의 청산을 진행 중”이라고 공시했다.
지난해 3분기에는 청산 규모가 확대됐다. 2분기에 이어 투어팁스, 에이치엔티마케팅 등 7곳의 자회사를 추가로 청산했다. 티마크그랜드호텔, 센터마크호텔, 고려여행사네트워크 등의 지분도 매각했다. 현재 청산이 진행되고 있는 자회사는 총 11곳에 달한다.
올해 들어서는 하나투어가 지분 50%를 보유한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 매각을 추진 중이다. 하나투어 소유의 ‘티마크호텔 명동’도 매각을 검토 중이다. 2005년 하나투어는 등록비용 13억 원을 포함해 288억 원을 본사 건물에 투자했다. 현재 이 건물은 시가만 1000억 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하나투어 관계자는 “4분기부터 올해까지 업황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인한 누적손실로 인해 인원 감축은 피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이번 조직 개편 및 효율화 작업도 지난해 4월 하나허브 출시 때부터 여행 플랫폼 사업자로 전환하기 위해서 계획해 왔고, 이제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여행·면세점·호텔업계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하나투어 경영진의 책임론이 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직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경영진
직원들의 불만은 현재의 상황을 자초한 경영진들에 대해서는 어떠한 책임도 묻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 하나투어는 에스엠면세점을 설립하고 면세 사업에 뛰어들었다. 6년간 1000억 원이 넘는 투자를 했다. 하지만 에스엠면세점은 6년 동안 한 번도 이익을 내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사업을 접었다.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2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마크호텔도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상태다.
하나투어의 다른 직원은 “직원들은 회사 밖으로 내몰리는 데 경영진 누구도 나서지 않고 있다”며 “여행·면세점·호텔 등 연관사업에만 집중 투자한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직원들은 퇴사할 의사가 없다면 권고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야 한다. 회사가 직원을 해고할 때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성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기준을 정하여 대상자를 선정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 해고기준 등을 근로자 대표에게 50일 전에 통보한 후 성실히 협의하기 등의 요건을 지켜야 한다. 반면 권고사직은 사용자와 노동자 간 합의를 통해 근로관계가 종료된다. 표면적으로 부당해고나 해고로 볼 수 없다.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해도 도움받긴 어렵다.
김유경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기업의 권고사직 권유를 받았다면 어떤 식으로든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야 한다”며 “권고사직 자체가 합의한 내용이기 때문에 부당하게 권고사직을 당했다고 하더라도 이를 입증하기 정말 어렵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