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전 부총리가 재임 당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특히 4월 재보궐 선거 비상이 걸린 여권 일각에선 김 전 부총리를 4월 재보선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에 삼고초려하자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재보선 초반 부상했던 ‘김동연 등판론’이 돌고 돌아 ‘김동연 역할론’으로 바뀐 셈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향후 정치 행보 가능성을 내비친 김 전 부총리를 이참에 모시자라는 의견을 피력한 이들이 있다”며 “당이나 김 전 부총리에게 윈-윈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아이디어는 NY(이낙연)계 일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부총리와 연이 있는 NY계 일부 인사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설도 들린다. 이들이 원하는 그림은 ‘이낙연·김동연’ 투톱 선대위다. 대권·당권 분리규정에 따라 오는 3월 초 사퇴하는 이 대표는 이후 재보선 선대위를 진두지휘할 예정이다. 여기에 김 전 부총리가 합류하는 그림은 열세인 여권이 판을 뒤집을 최상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이들의 조합은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와 경제부총리의 만남이다. ‘사이다 총리’와 ‘경제통’ 간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지역적으로는 호남(이낙연)과 충청(김동연) 연대다. 김대중(DJ) 전 대통령도 호남과 충청을 묶는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으로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를 꾀했다. ‘이낙연·김동연’ 투톱 선대위의 파괴력을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도층 외연 확장도 이들 조합의 장점으로 꼽힌다. 상업고등학교와 야간대학을 거쳐 경제사령탑에 오른 김 부총리는 ‘흙수저 신화’의 주인공이다. 대선 후보의 전제 조건인 감동 있는 스토리가 있다는 얘기다.
현 정부의 약한 고리인 경제 전문가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국정의 틀을 짜는 데 일조했다. 노무현 정부에선 기획예산처 산업재정기획단장 등을 통해 ‘비전 2030’ 작업에 참여했다. 이명박 정부 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전문위원으로 활약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의 첫 국무조정실장을 거쳐 문재인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에 올랐다.
여권 인사들조차 문재인 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김 전 부총리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앞서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해 11월께 ‘폼이 넓은 민주당’을 만들 인사로 김 전 부총리를 콕 집어 당에 추천했다. 친문(친문재인)계 일부도 김 전 부총리를 대권 구도를 흔들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관건은 김 전 부총리 권력 의지다. 김 전 부총리는 서울시장 불출마 입장을 밝히는 과정에서 “세력 교체에 준하는 정도의 변화가 있어야 우리 정치가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에선 “차기 대선 직행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다만 여권 핵심 관계자는 “현실 정치에 뛰어들지는 두고 봐야 한다”며 “차기 대선 직행을 예단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