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를 공동주최한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강남훈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김두관의원, 소병훈 의원, 허영 의원, 정의당 강은미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일요신문] 불평등 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오늘(28일) 오전 열린 ‘불평등 사회 대안과 쟁점: 기본소득vs기본자산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의 성격과 적합성 등에 대한 의견이 공유됐다.
토론회에 앞서 강남훈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이사장은 “일정 소득을 모두에게 보장하는 기본소득과 일정 자산을 제공하는 기본자산은 둘 다 불평등 완화 위한 제도”라며 “하나의 제도를 실시하며 다른 제도를 보완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라고 인사말을 전했다.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저는 기본자산을 주제로 지난 해 두 번 토론회를 열고 신생아 기본자산제와 이를 주거 정책과 결합한 국민자산주택제도를 제안했다”라며 “기본자산제를 지지하는 입장에서, 자산격차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구조적 불평등 해소는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대표인 더불어민주당 소병훈 의원은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계층 간 자산 격차가 확대되고 있다”라며 “4차 산업혁명 가속화로 일자리 감소 등 경제·산업구조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민의 기본소득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기본소득연구포럼 연구책임의원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은 “기본소득제와 기본자산제는 유사한 취지의 혁신적인 정책”이라면서 “이슈 선점 과정에서 정책 간 대립이 부각됐다. 차분히 논의하면 두 정책이 만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정책 간 소통을 강조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정의당은 부모찬스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청년이 삶의 전망을 열어가기 위한 3000만원 청년기초자산을 제안한다”라고 밝히면서, “기본소득과 기초자산이 대립적으로 논의되기보다 불평등의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코로나19는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 사회정책의 상상력에 문을 열어준다. 작년 5월 정부재난지원금이 그 사례”라면서 “금과옥조로 여긴 재정건전성 고수에 사람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더 적극적 재정정책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 의원은 “코로나19가 끌어낸 정책적 상상력을 보편적 기본소득으로 밀고 나가야 한다”라며 “기본소득은 형식적 자유를 넘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유’를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용 의원은 “모든 정책은 한계가 있으므로 치열한 토론을 통해 상호 보완하면서 불평등의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자”고 말했다.
왼쪽부터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 서정희 군산대 교수, 안효상 기본소득한국네트워크 상임이사, 김만권 경희대 교수(사진 제공:용혜인 의원실)
백승호 가톨릭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토론회에서는 먼저 서정희 군산대 교수가 ‘왜 기본소득 제도인가?’를 발표했다.
서정희 교수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기초자산)은 모두 사회가 공유한 부에 대한 권리를 전제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뿌리가 같다. 하지만 두 제도는 분배 방식에서 갈라진다. 기본소득이 매달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라면 기본자산은 성인이 되는 시기 일회성 목돈을 지급한다. 기본소득의 주요 원칙인 정기성, 보편성, 무조건성이 기본자산에는 없거나 약하다”라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기본자산이 정기성이 없고 일시적인 점에 대해 “기본자산은 거시 자유를 추구하지만 생활의 안정성이라는 목표는 배제한다”라며, “목돈을 통한 자유 추구는 결국 자산 증식을 꾀하는 투자자의 삶을 선택하게 만든다”고 평가했다. 서교수는 “반면 기본소득은 삶의 최저선을 보장해 일상의 유지와 계획이 가능하도록 만든다”고 했다. 또 기본자산 지급 대상이 청년인 점에 대해 “삶에서 위험은 특정 연령에게 국한되지 않는다”라며, “공유부 분배라면 보편성은 지켜야 하는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서정희 교수는 “한국에서 논의되는 기본자산은 증세 없이 기존 상속세로 지급하자는 것”이라며 “증세 없는 낮은 수준의 기본자산은 자산 불평등 완화 효과도 낮다”고 꼬집었다. 서 교수는 기본자산이 사용처를 교육, 창업, 주택 구입 등으로 제한하는 점에 대해 “한국처럼 부동산 가격이 높은 나라에서 기본자산이 시장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이나 주거는 기본자산이 아닌 공공서비스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김만권 교수는 발표 서두에 기본소득과 기본자산은 그 목적이 각각 ‘기본적 소비력 보장’과 ‘인생계획 실행 기회 제공’으로 상이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본자산은 ‘최소한의 사회적 상속’을 주자는 것”이라면서 “세대 간 불평등 완화에 더 효과적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만권 교수는 “기본자산은 인생계획을 실천함으로써 계층 간 이동 가능성을 높인다”라며, “여럿이 모으면 상당한 자본금이 돼 실행력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또 김 교수는 “기본소득을 실시하려면 기존 조세체계와 분배체계를 다 바꿔야 하지만, 기본자산은 기존 분배체계에서 충분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본자산은 기본소득보다 재원이 적게 들어 훨씬 더 현실적이라는 의미다. 김 교수는 기본자산은 재원규모가 작아 기존 복지 수혜자의 조세저항이 최소화되며 최초 수용과정에서 정치적으로 더 안정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김 교수는 현실에서는 기본소득이 더 주목받는다며 그 이유는 “기본소득은 모든 구성원이 혜택을 보지만 기본자산은 유권자 대다수가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없어서”라고 했다. 기본자산의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는 제도로 김 교수는 ‘생애주기자본금’을 제안했다. 생애주기자본금은 매 20년마다, 모든 구성원에게, 동일한 액수의 목돈을 배당하는 것이다. 가령 20살, 40살, 60살에 새로운 인생설계를 위한 목돈을 지급한다.
토론자로 나선 안효상 상임이사는 기본소득과 기본자산 모두 사회 공유부에서 정당성을 찾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기본자산을 통해 공공의 것(커먼즈)이 강화되는 것이 아니라 소유적 개인주의가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안 이사는 “한편 기본소득은 ‘공유지분권’에 기초하면서도 모두에게 적절한 생계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라고 주장했다.
김병권 정의정책연구소장은 “상당한 누진적 조세가 없다면 기초자산제(기본자산제)로 자산불평등 해소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기본소득도 소액에서 시작할 수 있듯 기초자산도 한 번에 큰 규모로 시작하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김 소장은 기초자산제가 “청년의 사회진입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수단의 하나로 제안됐다”며 “청년들이 겪는 취업, 주거, 결혼 등의 과제를 개인 책임이 아닌 사회 책임의 영역으로 넣자는 것”이라 설명했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