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는 지난 27일 빅히트의 엔터플랫폼 ‘위버스’와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 사진=네이버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빅히트는 지난 27일 빅히트의 엔터플랫폼 ‘위버스’ 운영사 ‘비엔엑스’ 지분 49%를 네이버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네이버가 제3자 유상증자 방식으로 4119억 원을 투자해 비엔엑스 지분을 갖고, 비엔엑스는 네이버의 ‘브이라이브’를 양수하는 방식이다. 비엔엑스 사명은 ‘위버스컴퍼니’로 바꾼다. 브이라이브와 위버스는 가수와 팬을 잇는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유료 온라인 콘서트를 열고 굿즈 등을 판매한다. 네이버는 2017년과 지난해 각각 YG·SM엔터테인먼트에도 1000억 원씩 투자했다. 위버스컴퍼니라는 거대 플랫폼에 여러 엔터사의 가수를 편입시켜 해외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브이라이브로 해외 공연을 진행했고 결제수단과 웹툰·웹소설 지적재산권(IP) 등 IT기술과 플랫폼에서 강한데, 엔터사는 IT 기술이 없다”며 “엔터사는 라이브 콘서트뿐 아니라 무엇을 하든 기술과 플랫폼이 필요한데 자체 개발에 돈과 시간이 많이 들고, 네이버도 스타가 필요해 손잡은 것”이라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YG·SM에도 투자했기에 이번 빅딜은 다른 미디어사업자들도 얽혀 있는 것으로 규모가 더 크다”며 “네이버와 엔터 3사가 위버스컴퍼니를 중심으로 협력해 K콘텐츠 플랫폼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네이버는 그동안 대규모 지분 투자를 즐겨 해왔다. 지난해 10월에는 CJ그룹 계열사 CJ대한통운·CJ ENM·스튜디오드래곤과 각각 이사회를 열고 6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등 동맹을 맺었다. 2017년에는 미래에셋대우와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했고, 2019년 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4곳에서 80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받아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웠다.
네이버의 이 같은 행보는 플랫폼 확장력을 높이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플랫폼에 다양한 서비스를 연동시켜 고객을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내려는데, 여러 사업을 동시에 성장시키는 것은 쉽지 않기에 리스크는 줄이고 효율성은 높이고자 타사들과 손잡는 것. 예컨대 CJ ENM과 스튜디오드래곤의 콘텐츠 제작 역량을 활용해 네이버 웹소설과 웹툰을 영상화하고, CJ대한통운 물류망을 활용해 이커머스 장악력을 높일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사용자 기반 플랫폼을 다수 보유했고, 그로 인한 데이터와 이를 가공해 수익을 내는 기술·노하우도 있다. 엔터사는 소속 가수는 있으나 데이터와 기술이 약하고, CJ도 영상제작이나 물류 체계는 잘 갖췄지만 이커머스 등에서는 한계가 있어 협력하는 것”이라며 “네이버는 상호 약점을 보완하는 형태의 제휴관계를 많이 맺는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타사 입장에서도 강한 플랫폼을 가진 네이버와 제휴를 통해 각 사업 분야에서 더 용이하게 디지털 전환을 하려는 것”이라고 봤다.
네이버가 미래에셋대우·CJ그룹과 대규모 자사주 교환에 이어 이번에는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4000억 원 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사옥. 사진=연합뉴스
특히 네이버는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방식으로 제휴하는 경우가 많아 시선을 끈다. 카카오의 경우 타사와 동맹보다 직접 진출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편이다. 이런 이유로는 단순하게는 자사주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 네이버 자사주 비중은 10%가 넘는데 카카오는 2.8%다. 앞의 애널리스트는 “네이버는 주주환원정책으로 배당을 늘리기보다 규칙적인 자사주 매입을 하고 있어 자사주가 많다”고 했다.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의 본질적 목적은 더욱 끈끈한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것이다. 직접 진출시 맞닥뜨릴 수 있는 규제나 독점 논란을 피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가뜩이나 네이버는 포털 광고와 오픈마켓 등 국내 온라인 쇼핑시장의 독점 이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업무협약(MOU)만으로는 실행력이 떨어지는데 지분을 교환하면 그 회사 주주가 되면서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공동 목표가 생겨 더 강화된 파트너십으로 발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교환은 경영권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는 네이버 보유 지분이 3.73%에 그친다. 단순 사업 협력에서 더 나아가 이해진 창업주의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맞교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현금을 투입하지 않고도 신사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도 자사주 맞교환의 장점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자사주 스왑은 현금 없이도 투자 가능하다”며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가 타사에 넘어가면 의결권이 생긴다. 타사와 자사주를 맞교환해 서로를 우군으로 끌어들임으로써 경영권을 강화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지분 스왑을 통한 동맹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우선, 파트너사와 이해관계 차이 등으로 사업이 무산되거나 파트너사가 자사의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 양사 협력이 필요하기에 사업 진행 속도가 직접 진출하는 것보다 느릴 수 있고, 온·오프라인 융합으로 오프라인 사업자마다 디지털 전환에 나서면서 파트너사와 경쟁관계가 형성돼 동맹이 깨질 수 있다는 것도 단점이다.
실제 네이버가 미래에셋과 동맹 이후 곤란해졌다는 후문도 있다. 2017년 자사주 맞교환을 하면서 네이버 주가는 급상승했으나 미래에셋은 큰 변동이 없었다. 미래에셋만 주가 차익의 혜택을 본 셈이다.
또 미래에셋은 작년 중국 안방보험과 법적 다툼에 최근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마이데이터사업 진출 과정에서 차질을 빚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2월 사업 허가를 신청한 기업들 중 일부에 예비허가를 줬는데, 미래에셋대우가 대주주로 있는 네이버파이낸셜도 포함됐다. 그러나 미래에셋대우가 예비허가 전부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아온 사실이 최근 드러나 적격성 논란을 빚었다.
결국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일부를 의결권 없는 전환우선주로 변경해 지분율을 기존 17.66%에서 9.5% 낮췄고, 금융위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27일 네이버파이낸셜에 사업 허가를 내줬다. 금융위는 미래에셋이 네이버파이낸셜 주요 경영 사항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의결권 있는 지분율도 높이지 않는다는 조건을 달았다.
증권업계 다른 관계자는 “네이버 입장에선 미래에셋 간섭 없이 원하는 대로 사업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겠으나 금융위도 미래에셋도 네이버도 절차적 정당성을 어겼다는 논란에서 벗어나긴 어렵다”며 “미래에셋은 네이버파이낸셜 마이데이터사업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는 만큼 네이버와 지분 스왑이 무의미해졌고 네이버도 ‘꼼수’로 허가받았다는 등 미래에셋과 파트너십 이후 계속 노이즈에 휩싸이면서 난감해졌다. 양사 관계가 껄끄러워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소액주주 의결권 약화와 고객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도 제기된다. 한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는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자사주 교환이 이뤄지면 그만큼 소액주주들의 의결권 효과가 줄어든다”며 “기존 소액주주들이 가진 주식 수는 변하지 않지만 영향력은 떨어지는 것이어서 불만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성엽 교수는 “플랫폼사마다 개인정보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모델을 기본 전략으로 하고 있는데,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프라이버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네이버 측은 지분 투자를 통한 동맹 전략에 대해 “경영권 방어 등과는 관련 없으며 사업 시너지를 위한 파트너십 체결”이라고 일축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