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집값 상승 사다리 역할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홈페이지
국토부에서 운영하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부동산 거래 가격 및 동향을 정확하고 신속히 파악할 수 있도록 부동산 거래신고제를 통해 수집된 실거래 자료를 공개하는 제도다. 지난해 개정된 부동산거래신고등에관한법률에 따라 주택매매 계약을 맺으면 1개월 이내에 이를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해야 하며 이때 신고한 가격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록된다. 계약이 취소되어도 마찬가지로 1개월 이내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집계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하며 국토부는 이를 실시간으로 취합해 익일 반영하고 있다.
문제는 매수자들에게 보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이 오히려 호가 조작에 악용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서류만 작성하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실거래가로 등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실제 10억 원 정도의 가치를 가진 집을 12억 원으로 계약했다고 신고하면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12억 원으로 등록된다. 이렇게 되면 10억 원의 집은 시장에서 12억 원의 가치를 가진 집으로 보이게 되는데, 이 틈을 노려 실제 거래는 11억 원쯤에서 하고 기존 계약을 취소한다. 이런 행위가 반복되면 투기꾼들은 시세차익을 얻고 집값은 점진적으로 상승하게 된다. 즉 허위로 계약서를 작성해 실거래가로 등록하고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부동산 자전거래’라고 부른다.
한 시민이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서 시세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에 정부도 최근 좀 더 강한 정책을 내놓았다. 1월 27일 국토부는 “2월부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신고된 계약이 해지되면 정보 삭제와 함께 해당 거래가 ‘해지된 사실을 표시’하고 ‘해제 사유 발생일‘을 공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투기꾼들이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의 허점을 노려 집값 상승의 사다리로 쓰고 있다는 오명을 벗기 위한 조치다. 지금까지는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게재 이후 계약이 취소되어도 해당 정보를 단순 삭제하는 데에만 그쳤었다.
그러나 국토부의 대책을 전해들은 부동산 업계의 반응은 애매했다. 해제 사실을 공개하는 정도로는 기존의 시장교란을 막지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일단 큰 금액으로 계약신고를 해두고 그보다 조금 낮은 금액으로 매매를 유도해 시세차익을 본 뒤 기한 내에 기존 신고를 취소하는 것이 악용 사례의 핵심이었는데 현재 내놓은 대책은 이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 달 뒤, 계약 취소의 흔적이 남는다고 해도 그 사이에 뻥튀기된 가격으로 거래가 성사되었다면 이 가격이 곧 실거래가가 되기 때문이다.
서울 송파구 소재 공인중개사 A 씨(57)는 27일 “요즘 부동산 시장에서는 어제 오늘 집값이 다르다”며 “16억 원짜리 집을 17억 원으로 신고하면 한 달 동안 그 집은 모든 매물 사이트에서 17억 원짜리로 소개된다. 그러다가 16억 5000만 원에 내놓으면 시세보다 5000만 원이나 싼데 사지 않을 사람이 없다. 특히 요즘처럼 ‘지금 아니면 집을 못 산다’는 매수심리가 역대 최고를 찍고 있는 상황에선 더 그렇다”고 말했다.
서울 중랑구에서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B 씨(52)는 “상계동 아파트가 1월 초 5억 9000만 원에 신고가로 거래됐다. 같은 평형의 아파트가 작년에 5억 원대 초반이었고 여러 차례 다른 가격으로 신고되었다가 결국 올해 가장 높은 가격에 팔렸다”며 “한 번 최고가를 찍으면 다른 곳도 키맞추기 식으로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거래계약 해제신고 지연 및 미신고 과태료 기준. 사진=부천시 홈페이지
거래계약 해제신고를 지연하거나 하지 않았을 때 부과되는 과태료가 시세차익으로 얻는 이익과 비교했을 때 ‘물어낼 만하다’는 것도 문제다. 부동산 거래계약을 체결했다가 모종의 이유로 무효, 취소, 또는 해제한 경우, 당사자 및 중개사는 해제사유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신고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부동산거래신고등에관한법률 제28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지연기간 기준은 3개월로, 이 기간 이내에 내거나 초과해서 낼 경우 1억 원 미만 주택에서는 각각 10만 원과 50만 원, 1억 원 이상~5억 원 미만의 주택은 25만 원과 200만 원, 5억 원 이상의 주택에서는 50만 원과 300만 원이 부과된다. 이 때문에 1억 원 이상의 이익을 봤다면 300만~500만 원의 과태료는 ‘낼 만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진짜 실거래가만 등록을 하게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재차 익명을 요구한 공인중개사 A 씨는 “지금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는 실거래가가 없어도 된다. 진짜 거래가 이뤄지지 않아도 계약서만 작성하면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계약이 파기되어도 취소신고를 하기 전까지는 일단 실거래가로 등록이 된다. 진짜 원인은 여기에 있는데 신고기간을 줄이고 과태료를 올리는 등 왜 다른 곳을 손보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계약 신고기한을 30일로 줄이는 대책 등이 허위계약 시도를 일부 줄였을 수는 있다. 하지만 정말 매수를 하려는 고객들은 대출부터 잔금 마련까지 30일의 시간이 촉박했다고 하더라. 이번 대책은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확실히 모르겠다. 차라리 실거래가 신고를 계약시점이 아니라 계약이 완료된 시점, 그러니까 실제 거래가 끝난 때에 하는 것이 ‘실거래가’라는 이름에도 맞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2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주택 매매 거래 신고 기한을 거래 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거래가 해제됐을 때도 똑같이 30일 이내에 신고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한편 해제 사유 발생일 공개 등 추가 대책은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개선 작업을 거쳐 오는 2월 1일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