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너를 만났다’
지난 1월 11일 MBC 버추얼 스튜디오. 아빠를 배웅하는 다섯 아이들을 뒤로 하고 김정수 씨가 긴장한 얼굴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아빠가 엄마를 만나는 VR 체험을 ‘엄마가 온다’라고 믿고 말하는 아이들 역시 스튜디오 밖에 마련된 모니터를 통해 아빠와 엄마의 가상 만남을 지켜볼 수 있었다.
김정수 씨가 HMD(head mounted display)를 착용한 후 가상공간으로 들어서기 위해 마련된 공을 터치하자 그의 눈앞에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바로 아내가 떠나기 전까지 다섯 아이와 10년 가까이 함께 살았던 집이었다.
2020년 여름 ‘너를 만났다’ 두 번째 이야기를 준비하면서 제작진은 김정수 씨와 아내의 만남이 어디서 이루어져야 할지, 아내는 어떤 방식으로 등장하는 것이 가장 감동적일지, 아내와 만나 무엇을 해야 할지 등을 고민했다.
김정수 씨는 아내 성지혜 씨와 14년을 함께 살았다. 제작진은 이들 부부가 다섯 아이와 가장 많은 추억을 쌓은 자신의 집에서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만남을 가질 수 있도록 남아있는 사진과 동영상을 활용해 공간을 구현했다.
거실과 주방, 베란다 구조는 물론 가구 배치, 아이들 그림과 사진 액자와 같은 작은 소품까지 놓치지 않았다. 4년 만에 아내가 떠난 그 집에서 다시 만난 김정수 씨는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아픈 엄마 모습만 기억한다는 아이들은 과연 엄마와 함께 살았던 집을 알아볼 수 있을까. 김정수 씨는 아내가 3년간 투병하는 동안 그 곁을 지키며 손수 돌봤다. 한때는 통통해서 업을 수조차 없었던 아내는 점점 가벼워졌고 아이들은 엄마 품이 그리워도 함부로 엄마 곁에 올 수 없었다.
큰딸 종빈 양은 “마지막 모습은 너무 아팠으니까 그냥 건강한 모습으로 와줬으면 좋겠어요. 그냥 평범한, 안 아픈 엄마처럼”이라고 말했다.
제작진은 김정수 씨와 아내의 만남을 준비하면서 아내의 건강하고 활기찬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다. 가상공간에서 성인 남녀의 사랑을 보여주기는 쉽지 않았다. 다시 만난다면 안고 싶고 만지고 싶을 아내.
어떻게 하면 김정수 씨가 아내를 실감할 수 있을까. 제작진은 현재 구현 가능한 기술로 다정한 상호작용을 통해 김정수 씨와 아내의 ‘단 하루의 만남’이 즐겁고 설레는 데이트처럼 기억되기를 바랐다.
그 고민의 결과 김정수 씨는 가상의 공간에서 아내와 만나 함께 마주보고 눈을 마주치며 손을 잡고 춤을 추었고 아내와 자주 찾던 숲길을 걸을 수 있었다. 건강한 모습의 엄마와 아빠의 만남은 다섯 아이들에게도 선물이 될 수 있을까.
실감 콘텐츠가 선사하는 기적과 감동의 시간 VR 휴먼다큐 ‘너를 만났다’ 시즌2 로망스 2화에서 공개된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