뤄뤄의 부모가 회사와 협상하는 장면. 방송 캡처.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1996년생 뤄뤄(가명)는 지난 2019년 10월 17일 강변으로 산책을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 흔한 익사 사건으로 마무리되는 듯했지만 최근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뤄뤄의 죽음은 1월 27일 현재 중국 주요 포털에서 가장 많이 본 기사다. 검색 순위도 1위에 올랐다. 뤄뤄를 다룬 한 영상은 무려 9억 뷰를 기록했다. 뤄뤄가 죽을 수밖에 없었던 처지, 그리고 죽음 이후의 논란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항저우 한 포털 회사에서 미술디자인 담당자로 근무했던 뤄뤄는 평소 낙천적이고 쾌활한 성격이었다고 한다. 회사에서도 신사업 프로젝트를 도맡을 정도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월급은 1만 위안(170만 원)가량으로 또래에 비해 많은 금액이었다.
지인들에 따르면 뤄뤄의 유일한 고민은 가족이었다. 한 친구는 뤄뤄와의 채팅 캡처 사진을 증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르면 뤄뤄는 회사 입사 후 자신에게 돈을 요구하는 부모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또 어렸을 때부터 줄곧 자신을 무시했던 부모를 원망하는 글들도 있었다. 이 친구는 “뤄뤄의 성격이 우울하게 변해갔고, 심지어 종종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뤄뤄는 벌어들이는 돈에 비해 생활은 무척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사망 당시 그녀는 어머니가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물려받아 쓰고 있었다. 통장 잔고엔 7000위안(120만 원)이 전부였다. 이 휴대전화엔 아버지가 뤄뤄에게 계속 돈을 달라고 한 메시지가 있었다. 아버지와의 대화 내용 대부분이 돈과 관련된 것이었다. 뤄뤄의 트위터엔 “돈 주고 가족관계를 끊고 싶다”는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여론에 불을 붙인 것은 뤄뤄가 근무하던 회사로부터 위로금을 받은 부모가 이 돈을 아들의 집 장만에 사용했다는 의혹이었다. 뤄뤄 회사 관계자는 “회사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6만 위안(1020만 원)을 지급했다. 그런데 부모가 다시 찾아와 35만 위안(6000만 원)을 더 요구했다”면서 “이 돈을 아들에게 준다고 했다. 41만 위안은 아들이 집을 구입하기 위한 계약금과 일치했다”고 말했다. 회사 회장도 “(부모가) 아들 집 사줄 돈을 달라고 했다”고 폭로했다.
네티즌들은 폭발했다. “부모가 (딸의 죽음을) 돈벌이에 이용했다” “딸의 SNS만 봤더라도 얼마나 힘든지 알았을 텐데, 오로지 착취만 생각했다”와 같은 글이 쏟아졌다. 뤄뤄 어머니가 진하게 화장을 한 모습과 뤄뤄의 수척한 얼굴을 비교하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한 여성은 자신의 블로거에 “가족의 초점은 배상에만 맞춰져 있다. 뤄뤄를 생각하면 가슴이 먹먹하다. 또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고 했다.
드라마 환락송 여주인공 판셩메이. 자막은 ‘엄마가 나 낳은 거 맞냐’는 뜻이다.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뤄뤄 회사 대표는 “뤄뤄가 사고를 당한 후 부모님이 여러 차례 회사에 배상을 하라고 주장했고, 동료들에게도 기부금을 내라는 등 터무니없는 요구를 해 거절한 적이 있다”면서 “다만,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위로금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표는 당시 뤄뤄 아버지로부터 받은 문자 한 통을 공개했다. 여기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대표님, 당신이 우리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나는 계속 항저우에 있을 생각입니다. 매일 당신 회사로 찾아가겠습니다. 어차피 내 딸은 죽고 없어요. 우리 부부는 죽어도 당신 회사에서 죽을 겁니다. 난 내가 한 말은 지켜요. 어차피 난 살아도 아무 의미 없어요.”
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떠올려보면 ‘돈’ 때문인 것 같다는 게 대표와 회사 관계자들 생각이다. 부모가 뤄뤄에게 저질렀던 여러 악행에 대한 증거가 속속 나오자 회사 측은 속았다고 판단, 분쟁이 일어났을 때 중재를 해주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이를 제보했다. 대표는 “부모가 계속 소란을 피워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선 회사와 뤄뤄 부모 간 협상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됐다. 충격적인 것은 가족들이 뤄뤄가 극단적 선택을 시도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어머니와 동생이 주고받은 채팅엔 뤄뤄가 가족들의 돈 요구로 인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또 이로 인해 죽음까지도 생각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회사 측과의 협상 때 뤄뤄 부모는 “딸을 키우는 데 돈이 많이 들었고, 또 딸이 회사에서 3년 동안 일에 시달렸다”는 부분을 내세웠다. 어머니는 “딸의 심리 상태에 대해 알지 못했다. 가족관계는 화목했다. 딸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다. 회사에서 월급을 많이 받는 것은 그만큼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딸이 회사 업무에 대한 부담감으로 목숨을 끊었을 것이란 논리였다.
이에 회사 측은 뤄뤄가 사고 발생 전 3개월간의 출퇴근 기록을 근거로 업무 강도가 결코 과하지 않았다고 맞받았다. 회사 대표는 “(부모를 만나보고는) 뤄뤄가 너무 불쌍했다. 내가 (부모에게) 돈을 더 주면 오히려 뤄뤄에게 미안하다는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뤄뤄가 죽은 지 1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협상 문제가 끝나지 않은 것은 이처럼 양측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송으로 갈 가능성이 높은데 지금까진 부모를 향한 비난이 압도적으로 많다. 한 네티즌은 “뤄뤄는 근무 시간이 아닌 곳에서 뜻밖의 죽음을 맞이했다. 회사가 도의적으로 위로금을 준 것은 다행”이라면서 “하지만 부모는 오로지 돈에만 관심 있는 것처럼 보인다. 최소한의 양심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