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5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희망자가 의료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우한은 코로나19 발원지로 알려진 지역이다. 지금은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집계된다. 우한 당국은 ‘코로나 청정지역’이라고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외국으로 빠져 나간 기업과 유학생들을 다시 부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코로나19를 극복한 우한 시민들을 ‘영웅’으로 부른다. ‘모든 일상의 정상화’는 우한을 대표하는 말이 됐다.
최근 우한에서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한 화중과학기술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팀이 1월 1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유아와 청소년들이 노인과 중장년층보다 코로나19 전파력이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은 노인들보다 낮지만, 일단 감염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확률은 더 높다는 뜻이다.
이번 연구는 2019년 12월 2일부터 2020년 4월 18일까지 우한시에 신고된 모든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했다. 또한 무증상 감염자 가구도 분석에 포함됐다. 연구 결과 60세 이상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접촉 시간이 같다고 가정했을 때 어린이와 청소년(20세 이하)이 타인을 전염시키는 능력은 60세 이상에 비해 1.58배 높았다.
아이들을 따로 분류해서 살펴보면 0~1세가 2~5세보다 2.20배, 6~12세보다 1.53배의 비율로 감염될 위험이 더 높았다. 무증상 감염자가 타인을 전염시키는 능력은 유증상 확진자보다 훨씬 낮았다. 유증상 확진자의 경우 발병 전(잠복기)보다 후에 전파력이 1.42배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당국의 엄격한 감염 개입 정책 시행 이후 코로나19 감염 수치는 52% 감소했다.
우한 화중과학기술대학교가 발표한 코로나19 연구 결과.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이번 연구가 관심을 모으는 것은 중국의 백신 정책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중국에서 생산하는 백신에 대한 불신은 비단 해외에만 국한된 게 아니다. 중국 국민들 중에서도 반신반의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백신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녀들에게 백신 맞히기를 꺼려하는 부모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백신 외교에 나선 중국 당국으로선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자국에서조차 불신에 휩싸인 백신을 어떻게 팔 수 있단 말인가. 화중과학기술대학교의 이번 연구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연구 결과 발표 후 공영 언론에선 “유아 환자들의 전파력이 더 강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코로나19 예방 접종을 즉각 시행할 것을 권고해야 한다. 코로나19 통제조치의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한 모습이다. 한 네티즌은 “부모들은 자식들을 실험용 쥐로 내보내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아동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 임상 결과라도 나온 것일까. 이런 황당한 연구와 보도로 아이들이 백신을 맞아야 한다고? 이 말을 믿고 백신 주사를 접종했다가 만약 잘못이라도 생기면 누가 책임질 수 있단 말인가. 아이들 백신은 그 무엇보다 안전성을 따져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자국산 백신이 최고라고 주장해왔던 이들조차 등을 돌릴 태세다. 외국에서 중국산 백신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인터넷상에선 이를 반박하는 글들이 꾸준히 올라온 바 있다. 하지만 아이들 문제는 달랐던 것 같다. 그동안 19~54세부터 먼저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당국의 방침이 바뀔 가능성이 제기된 것을 놓고, ‘백신을 홍보하기 위해 아이들을 내세우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온다.
인터넷상에선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시기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백신에 대한 불안이 안팎에서 고조되고 있을 때 나왔기 때문이다. 한 블로거는 “코로나19가 발생한 우한을 매일 전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을 누가 믿을 수 있겠느냐. 그동안 당국은 셀 수도 없이 코로나19 통계를 왜곡해 왔다”면서 “우한의 한 대학교에서 나온 이번 연구 결과, 발표 시기가 백신 정책 연장선상에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