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린 두 남매가 굶어죽은 오사카의 맨션 앞에 주민들이 찾아와 명복을 빌고 있다. |
일본 경찰청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에만 학대로 인해 사망한 유아수가 188명을 넘는다고 한다. 정신적으로 미성숙하고 양육에 대한 책임의식 없는 부모를 만나 학대받는 아이들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이다.
일본 오사카 니시구에 위치한 한 맨션의 입구에 과자와 주스가 산처럼 쌓여있다. 그것은 폭염 속에서 물도 마시지 못한 채 죽어간 사쿠라코(3)와 가에다(1)에게 일본 국민들이 보내온 마지막 선물이었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들은 눈물로 어린 남매를 추모하며 비정한 엄마 시모무라 사나에를 원망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지난 7월 30일. 오사카 경찰서에 “맨션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주민의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이 맨션의 문을 열어보니 방과 베란다에 컵라면 껍데기와 사용하고 버린 기저귀 등의 쓰레기가 쌓여 심한 악취가 진동했고 어린 두 남매가 자신들의 오물에 뒤덮인 채 숨져 있었다. 오사카 경찰서 관계자는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다. 아이들도 더웠는지 벌거벗은 상태였다. 부패도 빠르게 진행돼 갈색으로 변색된 사체에는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었고, 얼굴은 백골처럼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시모무라 사나에는 6월 9일 주먹밥 하나와 오렌지 주스를 두고 집을 나갔다. 그녀는 아이들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도록 현관으로 통하는 문을 접착테이프로 고정시켰다. 화장실과 부엌이 문 바깥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남매는 물이 있는 곳까지 가지 못하고 생명을 뺏겨야만 했다. 검시관에 의하면 남매의 위 속은 텅 비어있었다고 한다. 원룸에 자신의 아이들을 가둬둔 시모무라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일을 벌인 것일까.
작년 11월부터 시작된 그녀의 블로그(일본의 회원제 사이트 믹시)에는 사람들과 어울려 놀고, 사랑하는 남자를 만나는 자신의 일상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다. 집을 나오기 전인 5월 27일에 올린 글에는 “어제 일이 끝나고 A를 만났다. 밤늦은 시간에 찾은 공원에서 아이용 그네에 엉덩이가 들어가니 마니 바보같이 웃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소란스러운 23살 여자와 올해로 서른이 되는 아저씨”라고 씌어 있었다. 또한 6월 3일에는 “어제는 일이 끝난 A가 데리러 와주었다. 그대로 차를 타고 찾은 곳은 와카구사산. 도중에 토할 것 같다고 하자 다정한 달링이 어부바해줬다”라고 글을 올렸다.
블로그에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는 남매를 맨션에 두고 집을 나온 지 일주일 이상 경과한 6월 17일에 남긴 메시지 하나뿐이었다. 친구가 “사쿠라코와 가에다는 건강하니”라고 메시지로 묻자 “엄청 건강하지. 지금 스토커 때문에 밤에는 떨어져 있지만…다음에 자세히 얘기할게”라고 남겼다. 7월 29일경 사나에는 50일 만에 맨션으로 돌아오지만 남매가 죽어있는 것만 확인하고 바로 다시 집을 나갔다.
▲ 두 남매의 엄마 시모무라 사나에의 유흥업소 프로필 사진. |
자신의 아이에게 이렇게 잔혹한 일을 저지른 시모무라 사나에 역시 성장환경이 순탄치 않았다. 그녀의 부친인 시모무라 다이스케(49)는 미에현 욧카이치 시에 위치한 고교 체육 교사로, 지역에서는 유명한 럭비부 감독이었다. 하지만 부모가 이혼하며 가장역할은 세 자매의 장녀였던 사나에의 몫이었다.
이웃주민의 증언에 따르면 “부친은 사나에에게 돈만 주고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재혼을 했지만 계모 역시 가사를 돌보지 않아 중학생이 된 사나에는 가출을 반복했다”고 한다. 사나에와 가까운 친구는 “사나에가 ‘아빠가 모르는 여자랑 샤워를 하고 있었다’는 이야길 한 적이 있다. 사나에 역시 중학시절부터 대수롭지 않게 많은 남학생들과 성관계를 가지곤 했다”고 말했다.
고교 졸업 후, 고향인 욧카이치시에 위치한 일본요리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사나에는 같은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던 대학생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사쿠라코를 출산하고 결혼까지 하지만 둘째인 가에다를 출산하고 반년 후인 지난해 5월에 결국 이혼하고 만다. 원인은 사나에의 간통이었다. 가에다는 남편의 아이가 아닌, 남편의 친구와 낳은 아이였던 것이다.
그 후 그녀는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어려운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보인다. 부모로서의 책임감에 대해 몰랐던 그녀는 경제적인 압박과 육아에 대한 부담이 커지자 결국 현실을 잊기로 했다.
하지만 이 참혹한 사건을 미리 막을 수도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사건을 취재한 일본의 한 사회부 기자는 “맨션의 주민들이 3월부터 5월까지 아이들의 우는 소리를 듣고 세 번에 걸쳐 유아상담소에 연락을 취했다. 상담소에는 연락을 받고 총 다섯 번 집을 찾았지만 초인종을 누르고 대답이 없으면 그냥 돌아갈 뿐이었다. 옆집에 자세히 묻거나 경찰을 데리고 찾아와 방에 들어갔다면 아이들의 죽음은 막을 수 있었을 텐데…”라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