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최대 지청인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라인에 비견할 만한 조직 규모지만, 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경험이 거의 없는 판사 출신으로 채워지게 됐다. 예상과 다르게 김진욱 공수처장이 차장 후보를 단수 제청하며 판사 출신인 여운국 변호사를 선정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수사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현판 제막식에 남기명 공수처 설립준비단장,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이 참석했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수처는 하부조직을 ‘2관 4부 7과’ 체계로 운영된다. 차관급 공수처장 아래, 수사를 실질적으로 지휘하는 차장검사를 놓고 수사정보담당관과 사건분석담당관을 각각 배치하는 구조다. 가장 중요한 수사부서는 3곳. 나머지 1곳은 재판 유지를 위한 공소부로 분리·편제해 운영한다. 인력 규모는 수사관을 포함, 85명 내외인데 이 중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 25명으로 꾸려진다. 수사부서와 검사 규모를 감안할 때, 국내 최대 지방청이자 주요 특수 사건을 전담했던 서울중앙지방검찰청 특수부(현재 반부패부)에 해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출신의 한 검사는 “발생할 수 있는 이슈에 대응하기 위한 투입 가능 부서를 남겨둬야 하는 공수처의 구조를 감안했을 때 4개의 반부패부 아래 1곳을 공소 유지를 위해 운영하는 서울중앙지검과 비슷한 편제라고 볼 수 있다”며 “서울중앙지검의 반부패부가 한 부서에 부장검사 포함 5~6명 내외, 차장검사와 지검장까지 포함한 숫자를 비교해도 비슷하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향후 개편될 서울중앙지검 직제를 고려할 때, 공수처가 더 큰 특별수사 운영 규모를 가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최근 직접수사부서 13개를 축소 및 조정해 이 가운데 10개를 형사부로, 나머지 3개를 공판부로 각각 전환하는 내용의 직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내 1~4부까지 있던 반부패수사부 중 1부서(반부패3부)는 형사부로, 1부서(반부패4부)는 공판부로 전환된다. 반부패수사부 가운데 2곳만 남게 되는 셈이다.
다만 공수처는 검찰과 달리 범죄정보는 직접 수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범죄 정보를 수집하는 부서를 통해 정치 등 예민한 영역의 정보를 모아왔다가 비판을 받은 검찰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은 “범죄정보를 직접 수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며 “국민 앞에 오만한 권력이 되지 않겠다”고 이유를 밝혔는데, 앞으로 공수처가 언론에 드러난 의혹이나 검찰 등에서 시작된 수사 중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고위공직자 사건을 이첩 받아 진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월 21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사진=임준선 기자
공수처장을 뽑을 때에도 ‘검사 출신은 안 된다’는 원칙하에, 문재인 대통령은 판사 출신의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을 선택했다. 그리고 김진욱 처장 역시 차장 후보로 판사 출신을 제청했다. 하지만 빠른 출범 및 수사 착수를 위해서 검사 및 수사관의 역량을 필요로 하고 있다.
최근 공수처는 검찰로부터 수사관 10명을 파견 받았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은 검사는 파견 받지 않되 수사 업무 파악 등을 위해 검찰 수사관은 파견 받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검찰로부터 파견 받은 10명의 수사관은 5급 공무원 1명, 6급 공무원 2명, 7급 공무원 7명 등이다. 이들은 범죄첩보와 포렌식, 계좌추적에 전문성이 있는 수사관들인데 공수처는 필요할 경우 추가로 파견 받는 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정보, 포렌식, 계좌 추적 등은 검찰 특수부(반부패수사부)의 기본적 업무인 만큼 공수처가 ‘노하우’를 익히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능력 있는 검사 출신의 지원도 바라는 모양새다. 공수처는 1월 25일 “수사능력과 경험이 풍부한 유능한 검사 경력자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이는 ‘검사 출신을 배제할 것’이라는 기존 관측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 25명(처장과 차장 포함) 가운데 검찰 출신은 2분의 1을 넘지 못하는데, 역설적으로 수사 능력이 있는 검사들이 있어야 성공적인 조직 능력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가능한 최대 규모의 검사 출신 공수처 검사들이 뽑힐 가능성이 거론되는 대목이다.
검사 출신의 변호사는 “공수처 세팅에 두 달 정도 걸린다고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노하우를 쌓고 내부 보고 체계 및 유관기관과의 수사 관계 설정까지 감안하면 몇 차례 수사를 통해 경험을 해야만 한다. 못해도 1~2년은 걸릴 것”이라며 “이때 수사 경험 많은 검사들이 얼마나 있는지가 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수처 역시 검찰, 경찰 등 유관기관들과의 역할 설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수처는 27일 ‘판검사와 고위직 경찰을 재판에 넘기려면 공수처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고 검·경 등에서 수사 의뢰된 사건 처리 결과도 공수처장이 보고받은 뒤 결재한다’는 내용이 담긴 훈령을 공개했다. 공수처 출범 이후 처음 제정된 ‘1호 훈령’으로, 진정서나 고소고발사건 처리 결과 통보는 수사담당관의 전결로도 가능하되, 검찰과 경찰 등 타 수사기관이 수사의뢰한 사건의 처리 결과는 처장이 보고받은 후 결재하도록 했다.
김진욱 처장은 1월 28일 차장 후보로 판사 출신 여운국 변호사를 단수 제청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판사로 재직했던 여 변호사는 2016년부터 법무법인 동인에서 활동해왔다. 법원 내에서도 훌륭하게 재판을 끌고 나가는 것으로 평판이 좋아 우수법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던 여 변호사는 대한변협 몫의 대법관 후보로 추천된 바 있다. 김진욱 처장은 “여 변호사는 영장전담 법관을 3년을 한 형사 전문 변호사”라고 소개한 뒤 “헌법을 전공한 저와 상당히 보완 관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제청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수사 경험이 없는 점이 약점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앞선 검사 출신 변호사는 “보통 구체적인 사건 진행 및 지휘는 차장검사와 부장검사, 주임검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뤄지고 처장은 지검장처럼 큰 맥락에서의 ‘보고’를 받고 ‘승인’을 했다고 하는 상징적인 자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수처가 정치인, 고위공무원 등 세간의 관심이 쏠릴 사건을 전담하게 될 구조에서 공수처 서열 넘버2인 차장검사가 실질적인 수사권을 발휘하는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판사 출신이 왔을 때 과연 얼마나 제대로 수사 지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풀이했다.
정치적인 중립성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운국 변호사는 과거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변호를 맡아 2017년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검사장 출신의 변호사는 “검사 출신 가운데 정치적으로 편향된 인물이 있을 경우를 우려해 복수 제청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 점을 고려해, 무색무취하고 정치적으로도 자유로운 여운국 변호사를 선정한 것 같다”면서도 “영장전담 재판부와 검사의 수사 영역은 분명 다르다. 차장과 처장이 모두 판사 출신인 것은 초반 수사 밑그림을 그릴 때 빈틈이 크게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