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리거 김광현은 SK가 배출한 ‘에이스’로 구단 최대 자랑거리다. 사진=연합뉴스
국가대표 에이스도 배출했다. 2007년 프로에 데뷔한 에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은 13년간 SK의 자랑거리였다. 메이저리그(MLB)로 떠나서도 좋은 활약으로 SK의 자존심을 세웠다. ‘소년장사’로 불린 간판타자 최정은 어느덧 선수단의 리더로 성장했다. 2년 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뒤 6년 총액 106억 원에 사인하고 SK에 남았다. 사실상 “SK에서 선수생활을 끝내겠다”는 약속인 셈이다.
그라운드 안에서만 강팀이었던 게 아니다. SK는 KBO리그에 ‘스포테인먼트(스포츠+엔터테인먼트)’를 도입한 구단이다. 일찌감치 “야구장에 온 가족이 ‘놀러’ 오는 문화를 만들자”는 포부를 품었다. SK가 홈구장으로 쓰는 인천 문학경기장 야구장은 전국에서 가장 먼저 선진화됐다. 매년 획기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해 점점 더 많은 팬을 끌어들였다. 2016년에는 MLB 구장들보다 더 큰 초대형 전광판을 설치했다. 4D 화면으로 리플레이를 볼 수 있는 ‘빅 보드’는 SK 홈구장의 명물이 됐다.
야구장 밖에서도 활발했다. 주변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사회공헌활동에 공을 들였다. 다양한 지역 밀착 이벤트와 자선 활동으로 ‘나눔’에 앞장섰다. SK 선수들은 기부와 봉사를 통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했다. 투수 박종훈은 2년간 남몰래 4000만 원을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박수를 받기도 했다. SK는 어느덧 ‘인천야구’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 SK가 이제 프로야구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과거 인천에 터를 잡았던 삼미 슈퍼스타즈, 청보 핀토스, 태평양 돌핀스 등의 뒤를 밟는다. SK는 이전 팀들보다 훨씬 오래 인천을 지키고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이제 신세계그룹 이마트에 인수돼 새 간판을 달고 새출발한다. SK가 ‘와이번스’라는 이름으로 쌓아 올린 숫자와 시간은 이제 모두 ‘과거’로 남는다.
이렇게 한 구단의 화려한 시절이 저물어 간다. SK 와이번스의 문이 닫히고, 머지않아 새로운 팀의 새로운 페이지가 열린다. 다행히 신세계그룹 야구단이 연고지 인천에 계속 머물기로 해 인천야구의 전통은 이어질 수 있다.
배영은 중앙일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