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2020년 12월 28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 모두를 탈환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감돌기도 했지만 이젠 전패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러한 분위기는 대선에 대한 우려감으로 이어진다. 여권의 ‘이낙연 이재명’에 비해 마땅한 차기 후보군조차 없다는 점에서도 더욱 그렇다. 재보선 패배 시 사실상 당이 해체 수순을 밟을 것이란 전망도 유력하게 나온다.
현재 보수진영에서 차기 주자 선호도가 가장 높은 인물은 윤석열 총장이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에 이은 3위를 기록하고 있다. 보수진영 후보로선 1위다. 여기서 짚어볼 점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우선 윤 총장은 아직 출마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현직 공무원인 윤 총장을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제외시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윤 총장 불출마 가능성을 더 높게 보고 있다. 만약 윤 총장이 나오더라도 그를 보수진영 후보로 볼 근거도 찾아보기 힘들다. 문재인 정부와 대립각을 세웠던 부분 때문인데, 아직 윤 총장의 정치적 성향을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설령 보수진영 후보로 분류하더라도 1야당 국민의힘에 합류할지도 미지수다. 윤 총장이 출마를 결심하더라도 국민의힘 소속으로 뛰어들지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만큼 ‘대선주자 윤석열’엔 변수와 리스크가 많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윤 총장에 대해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신반의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현 정부에서 적폐청산 수사를 이끌며 국민의힘이 배출한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시켰다는 ‘원죄’와는 별개로, 과연 윤 총장과 손잡고 대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다. 정권과 갈등을 빚었던 검찰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후 1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하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비판도 대선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이 나와도 문제, 안 나와도 문제’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앞서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윤 총장 지지율이 치고 올라가자 어느새 ‘대망론’이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의원들 중 상당수가 윤 총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이러다가 윤 총장이 출마를 안 하면 어쩔 것이냐. 윤 총장만 믿고 무방비로 있다가 대선을 치러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1월 28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한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윤 총장 출마는 국민의힘에게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지지율을 유지하는 전제조건에서 윤 총장이 제3지대에서 출마하면 국민의힘은 공중분해될 것”이라고 점쳤다. 이 전직 의원은 “여권에선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 윤 총장이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면서 “확실하지도 않고, 이득도 별로 없어 보이는 ‘윤석열 카드’는 이제 폐기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새해 들어 윤 총장 지지세가 한풀 꺾이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업체가 1월 21일 공동 발표한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지지율 10%를 기록했다. 이재명 지사(27%) 이낙연 대표(13%)에 이은 3위였다. 윤 총장 지지율은 2주 전 같은 조사에 비해 6%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자세한 내용은 여론조사업체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를 참조).
이를 놓고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 체급을 올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던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사퇴가 가장 먼저 꼽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발언(신년 기자회견)도 거론됐다. 보수 일각에서 윤 총장 지지를 거둬들였다는 얘기다. 또한 윤 총장의 불분명한 권력 의지, 대선 경쟁력에 대한 회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일시적인 지지율 하락으로 보기 힘들다는 얘기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윤 총장의 대선 출마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윤 총장을 뺀, 또는 포함시킨 ‘대선 플랜’을 수립해야 한다는 이유다. 이미 지난해 10월경에도 국민의힘 몇몇 의원들은 윤 총장 의중을 알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했다가 무산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추 장관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윤 총장 측의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대위원장 측근 의원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김 위원장) 임기는 재보선과 함께 끝난다. 그 전에 윤 총장 건을 마무리 짓고 싶어 한다”면서 “김 위원장은 1야당이자 공당이 특정 개인 한 명만 바라보고 있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본다. 3지대 출마를 포함해 윤 총장이 나오면 나오는 대로, 안 나오면 안 나오는 대로 당의 자체적인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윤 총장이 현직이라는 점에서 조심스럽지만 대선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엄연한 현실이 있기 때문에 (출마 뜻을) 알아보기 위해 여러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고도 귀띔했다.
최근 보수진영 인사가 윤 총장을 직접 만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묘한 뒷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는 김 위원장 측으로 통하지만 윤 총장과도 친분이 있다고 전해진다. 김종인 위원장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둘은 서초동 인근 한 음식점에서 법조계의 또 다른 인사와 함께 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 인사는 만남을 묻는 질문에 “개인적인 입장에서 윤 총장 의지를 살펴본 것이지만 (김 위원장과) 교감이 됐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윤 총장으로부터) 별다른 답은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이나 보수 쪽에선 마음이 급하겠지만, 윤 총장이 그럴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만남 자체가 자칫 부적절하게 비칠 수 있지 않느냔 질문엔 “사적 모임이었다”라고 했다. 윤 총장 측은 별다른 답을 내놓지 않았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