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위스키 커뮤니티인 ‘위스키 코냑 클럽’(위스키 클럽) 매니저가 남긴 이 한마디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이 한마디로 국내 가장 큰 위스키 커뮤니티에서 거대한 갈등이 불거졌다. 회원들은 커뮤니티 매니저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약 2만 명의 회원을 보유한 위스키 클럽에서 벌어진 일이다.
14년째를 맞은 국내 최대 위스키 커뮤니티인 위스키 코냑 클럽에서 큰 분란이 발생하고 있다. 사진=위스키 코냑 클럽 캡처
한 위스키 애호가는 “위스키나 코냑 마시는 게 흔한 취미는 아니다. 마이너한 취미인 위스키 업계에서 2만 명 회원을 보유한 카페와 카페 매니저인 유 아무개 씨(재키)의 영향력은 엄청나다”라고 말했다. 이 말처럼 위스키 클럽은 위스키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면 자연스레 가입하는 카페로 알려져 있다. 유 씨도 재키라는 닉네임의 위스키 전도사로 여러 차례 언론에 소개되면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카페를 처음 만든 사람은 지금의 매니저가 아니다. 약 4년 전 지금 매니저인 유 씨는 당시 부매니저였고 카페를 이어받게 됐다.
그런데 최근 ‘생일 선물’ 글이 문제가 됐다. 유 씨는 과거 카페에서 결혼한 커플에게 ‘양복 한 벌 달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반복했고 커플이 결국 양복을 선물해 준 적이 있었다. 한 회원은 “당시 매니저였던 유 씨가 오프라인에서, 단체 채팅방에서, 카페에서 양복 달라는 얘기를 몇 번이나 하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소개 시켜준 것도 아니고 카페에서 만났다는 이유로 양복을 공개적으로 달라고 하는데 거절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특히 이게 선례가 돼 앞으로 좋은 일 있을 때마다 양복을 받아야겠다는 말은 보기 힘들었다”라고 말했다. 유 씨는 “농담이었을 뿐이다”라고 잘라 말했다.
생일 글이 기폭제가 되긴 했지만 유 씨는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회계가 투명하지 않음을 지적당해왔다. 유 씨는 “카페 운영은 이윤 추구 목적이 아니”라고 말해왔다. 그런데 회원들이 보기에 유 씨 말과 달리 수익 창출 활동은 계속돼 왔기 때문이다. 유 씨는 이에 대해 “공구 및 시음회 등으로 얻은 혜택은 카페 활동 지원에 사용됐다”고 해명했다. 이런 해명에도 과거부터 쌓여왔던 불만이 폭발했고 회원들은 집단으로 유 씨를 성토하기 시작했다.
이들의 지적은 카페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는 공동구매(공구)에서부터 시작된다. 지난해 10월 위스키 클럽은 유명 위스키잔을 공구하면서 일반적인 소매 사업자보다도 약 20% 비싸게 팔았다. 유 씨가 원가에 약 45% 마진을 붙여 판 것이 드러나면서 큰 지탄을 받았다. 위스키 시장에 밝은 A 씨는 “잔을 공짜로 보내지는 않겠지만 오프라인에서 장사하며 임대료 내는 소매점보다 비싸다는 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유 씨는 “처음 들여올 때 가격이 지금보다 10~20% 비싼 줄 알고 공구 가격을 정했다. 이런 실수는 100번 공구에 1번 정도 일어나는 일이다. 남는 수익도 카페에 공헌한 사람을 위해 돌려줄 생각이었다”면서 “사실 돌려줄 의무도 없지만 돌려줬지 않나”고 해명했다.
또 잦은 공구에도 의혹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위스키 클럽은 약 30회 공구를 진행했다. 이때 술값이 그다지 싸지 않거나 오히려 마트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 또한 공구를 진행하면서 유 씨가 따로 챙긴 술이 많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유 씨를 고발 준비 중인 회원 B 씨는 “100병을 공구해서 약 20병을 따로 리베이트로 챙긴다. 이걸 VIP만 텔레그램 방에 모아놓고 그들에게 판매했다”고 말했다. 유 씨는 “친분이 있는 사이에 개인적으로 판매한 적은 있지만 대량으로 판매한 적은 없다고 기억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회원들이 제보한 자료를 보면 텔레그램 방에서 유 씨가 다량의 술을 목록으로 정리해 판매하고 있었다.
유 씨가 텔레그램에서 회원 일부에게 주류를 판매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보자 제공
또 다른 회원 C 씨는 “따로 챙긴 술을 판매하는 것뿐만 아니다. 시음회 등 각종 모임을 하고 남은 술을 30~50ml 바이알(유리 용기)에 담아 판매했다. 식품을 소분하면서 세균 등 오염이 될 수 있으니 영업 허가와 시설과 장소, 개인 건강진단도 받아야 하는데 유 씨는 사업자등록조차 없다. 식품위생법 위반에다 불법주류판매 및 알선 등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고발 준비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유 씨는 “잘 모르고 한 일이다. 동호회가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진행하다 보니 미비한 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 씨는 불법 주류 판매로 벌금이나 과태료 처분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6월 유 씨는 “국세청으로부터 주류를 소분해 시음회를 여는 것은 불법이라면서 벌금을 받았다. 더 이상 시음회를 열 수 없다”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곧바로 다시 “유 씨는 온라인 번개를 위해 마지막 바이알까지 소분하고 있다. 역대급 바이알 개수인 1260개다”라며 시음회를 다시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 씨는 “벌금을 받았지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진행했다. 마무리하는 차원으로 진행했을 뿐이다”라고 해명했다.
한 수입주류 업체 관계자는 또 다른 사건을 제보하기도 했다. 이 관계자는 “수입주류 업계에서는 부르는 게 값인 몇몇 술들이 있다. 위스키 중 대표적으로 맥켈란 30년산이 여기 해당한다. 소매가 300만 원 정도인데 갖고만 있다면 바로 600만 원 불러도 팔 수 있다”면서 “그런데 유 씨가 수입사에 시음회를 한다고 요청해 몇 병 가져가 이 가운데 한두 병만 쓰고 나머지는 프리미엄을 붙여 판매하는 것을 봤다. 한 병만 팔아도 앉은 자리에서 200만~300만 원 이상 벌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씨는 “판 적은 있다. 다만 그게 개인이 보유하던 병이었지 시음회를 목적으로 받아 판매한 적은 없다. 보신 분이 혼동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위스키 클럽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은 ‘생일 술’ 발언이 결정적 기폭제가 됐다고 전해진다. 사진=위스키 코냑 클럽 캡처
유 씨에게 문제를 지적하는 회원들은 곧바로 강퇴되거나 글 삭제 조치가 있어 불만은 더 쌓여가고 있다. 유 씨는 “과거 나도 강퇴를 당해봤는데 며칠간 울화통이 터졌다. 그런데 카페를 운영해보니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더라”고 설명했다.
강퇴된 카페 회원들은 현재 ‘위스키 클럽 대피소’라는 곳을 새로 만들어 소송을 준비 중이다. 회원 B 씨는 “강퇴된 회원들이 모여 유 씨의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 5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그 외에 식품안전법 위반 등은 경찰에 고발 조치 예정”이라고 말했다. 과거에도 카페 매니저를 두고 직무 정지 가처분 신청을 해서 받아들여진 적이 있었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카페 매니저 교체는 불가능한 게 아니다. 가능성 있는 소송이다”라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