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 24일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가 금융감독원 별관에서 퇴근하기 위해 차에 오르고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
야권 일각에서는 청문회장에서 김 후보자를 낙마시킬 수 있는 결정적인 한방이 터질 것이란 얘기도 심심찮게 흘러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과연 김 후보자는 산적한 암초를 극복하고 최초의 전남 출신 총리로 우뚝 설 수 있을까.
김후보자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암초는 병역 면제 과정이다. 병역 문제는 한국사회 정서상 모든 국민들이 예의주시하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는 1968년과 1969년 학업을 이유로 징병검사를 연기했다가 1970년과 1971년 신검에서 ‘갑상선 항진증’으로 재검 대상자로 분류됐다. 이후 1972년 징병검사에서 양쪽 눈의 시력 차이가 큰 ‘부동시’로 판정돼 병역을 면제받았다. 하지만 그는 2년 뒤인 1974년 법관 임용 과정에서 실시한 신검에서 시력이 급격히 좋아진 것으로 판정돼 병역기피 논란이 일고 있다.
1970년과 1971년 신검 때 재검 대상자로 분류된 이유가 병적기록부상에 나타나지 않은 점도 석연치 않다. 김 후보자는 지난 2005년 대법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시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이 재검 사유를 묻자 ‘갑상선 항진증’이라고 답한 바 있다. 결국 김 후보자는 ‘갑상선 항진증’으로 재검 대상자로 분류됐으나 정작 병역 면제 사유는 ‘부동시’였고, 2년 뒤에 시력이 좋아진 것으로 나타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장기간 약물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갑상선 항진증’으로 재검 판정을 받았지만, 의료비공제 내역에는 이런 기록이 없다며 병역 기피 의혹을 제기했다.
병역 면제 논란과 관련해 김 후보자 측은 공무원 임용 당시의 신검은 “검사하는 사람이 ‘안경 쓰고는 괜찮냐’고 하며 넘어가는 등 정확한 검사를 한 게 아니다”고 해명하고 있다.
여권은 대법관 및 감사원장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의 병역 면제 의혹이 어느 정도 해소된 만큼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가뜩이나 이명박 대통령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병역을 면제받은 상황에서 김 후보자가 총리로 임명될 경우 당ㆍ정·청 수뇌가 모두 군대를 가지 않은 이력을 갖게 된다는 점을 내심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김황식 감사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 후 악수하고 있다. |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누나 집안이 설립한 동신대학교가 2004년과 2005년 두 해에 걸쳐 지원받은 국고의 총액은 확인된 액수만 1150억 원에 이른다”며 ‘국고 몰아주기’ 의혹에 불을 지폈다. 동신대는 김 후보자가 감사원장으로 부임한 2008년에도 교육부의 재정지원사업으로 71억 원을 받은 데 이어 지난해에도 지식경제부와 문화부로부터 77억 원을 지원받았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그런 일(특혜 지원)은 있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그렇게 허술한 나라가 아니다”라며 의혹을 강력히 부인하고 있고, 동신대 측도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 후보자와 동신대 측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국고 몰아주기’ 내지는 ‘특혜 지원’ 의혹은 김 후보자의 ‘친사학’ 행보와 맞물려 치열한 공방전을 예고하고 있다. 실제로 김 후보자는 전남지역 족벌사학과 혼맥으로 연결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 누이가 동신대 총장으로 있는데 동신대의 모(母) 재단인 해인학원과 후성·동신학원 등 세 학원은 작고한 시아버지에 의해 설립됐고, 현재도 족벌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지난 2007년 상지대 사건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에서 상지대 구재단 측의 손을 들어준 배경에도 개인적인 인맥과 친사학 행보가 투영돼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는 실정이다.
김 후보자의 재산 형성 및 재산신고 누락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9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 2006년부터 2009년까지의 김 후보자의 총수입은 3억 5991만 원인데 비해 총지출은 4억 3334만 원으로 지출이 수입보다 7342만 원이 더 많았다”며 “그런데 이상한 것은 같은 기간 재산공개 내역을 살펴보면 예금이 6711만 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재산형성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임 의원은 또 23일 “자녀들의 유학비용도 김 후보자의 누나들이 지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대법관 이전에는 친척들이 일부 도와준 경우도 있으나 2005년 대법관이 된 뒤부터는 생활비를 줄이는 등 근검절약해서 학비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는 최근 4년간 소득의 91.8%인 3억 3042만 원을 카드지출로 사용했고, 배우자의 지출(2억 4471만 원)이 김 후보자(8571만 원)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해 김 후보자의 부인이 구입했다고 신고한 800만 원 상당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도 도덕성 논란으로 확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감사원 수장으로 재임하는 기간 중에 고가의 사치품을 구입한 것이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김 후보자가 공직자 재산등록 때 허위로 신고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용경 의원은 “김 후보자는 최근 국회에 제출한 ‘사인간 채무내용 확인서’를 통해 2000년 누나로부터 4000만 원을 빌렸다고 했지만 정작 당시 공직자 재산신고에는 4000만 원에 대한 기록이 전혀 없다”며 공직자 재산등록 허위 신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국무총리실은 “채무 신고를 누락한 것이 아니라 단순한 오기”라고 해명하고 있다.
김 후보가 가족들로부터 수입을 보조받았다는 이른바 ‘가족 스폰서’ 논란 및 증여세 탈루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이 문제는 지난해 감사원장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도 불거졌지만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는 않은 상태다. 당시 청문회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누나 두 명으로부터 각각 1억 원과 1억 4000만 원을 무이자로 빌린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폰서 논란 및 증여세 탈루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정범구 민주당 의원은 9월 24일 “김 후보자가 제출한 근로소득원천징수영수증을 분석한 결과 보험료, 신용카드 사용액, 기부금 등을 합하면 연간 수입보다 씀씀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생활비를 신용카드로 전부 감당했다고 해도 기부금까지 포함하면 수입을 넘는다”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2007년의 경우 신용카드 사용액만 김 후보자의 급여액을 넘고, 평소에도 신용카드 사용액이 과다하다”며 “누나에게 진 빚 1억 4000만 원을 아직까지 갚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과도한 것 아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어 “이 역시 누나에게 보조받은 것이냐. 그것 또한 증여의 일부로 만약 보조받은 것이라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감사원이 지난 1월 4대강 사업 감사에 착수했지만 아직까지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 부분도 청문회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1월 4대강 사업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현재(9월 26일 기준)까지 감사 내용 및 결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9월 14일 국회 예결특위에 출석해 “가능한 한 빨리 발표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히면서도 “10월 중순 전에는 어렵다”고 말해 발표 지연에 따른 궁금증을 증폭시키고 있다.
야권은 김 후보자가 이명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해 결과 발표를 늦추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를 ‘4대강 국정감사’로 몰고가겠다고 벼르고 있는 민주당은 이번 청문회에서 김 후보자를 상대로 감사 결과 발표 지연 및 여권과의 교감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민주당은 4대강 감사의 주심을 맡고 있는 은진수 감사위원이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을 맡았던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 여권과 감사원 수뇌부의 4대강 교감 의혹을 철저히 규명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김 후보자의 주민등록법·공직선거법 위반 의혹도 청문회를 달구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24일 “김 후보자는 대전지법 서산지원 판사 시절인 1981년 운전면허를 취득하려고 실거주지였던 충남 서산으로 잠시 주민등록을 이전한 뒤 8일 만에 서울 논현동으로 재전입, 주민등록법을 위반했다”고 폭로했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김 후보자가 ‘운전면허 취득’을 위해 실거주지였던 서산으로 잠시 이전했던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81년 당시는 물론 현행 주민등록법상 주민등록에 관한 허위사실을 신고한 행위에 대해서는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김 후보자의 이 같은 위법 논란은 청문회 과정에서 적잖은 논란 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8·8개각에 따른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위장전입 문제가 최대 쟁점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 이번 청문회에서도 김 후보자의 주민등록법 위반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전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후보자가 2006년 2월 대법관 재직 시절에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이용경 의원은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 재직하던 2006년 2월 당시 김 후보자의 형인 김흥식 장성군수가 주최한 ‘장성아카데미’에 초청돼 강연을 했다”면서 “김 후보자의 강연은 지방선거일을 3개월 앞둔 시점에서 장성군 공무원과 유권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공무원의 정치 중립 의무와 선거 중립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김 후보자와 관련된 각종 의혹과 새로운 쟁점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모든 의혹을 깔끔히 해소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과연 김 후보자는 자신과 관련된 각종 의혹들을 해소하고 ‘전남 최초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까.
홍성철 기자 anderia10@ilyo.co.kr
집안도 이력도 ‘빵빵하네…’
전남 출신으로는 첫 총리후보자로 지명된 김황식 후보자는 정통 엘리트 법관의 길을 밟아온 인물이다. 1948년 전남 장성에서 출생한 김 후보자는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후 독일 마르부르크 필립대학교에서 수학했다. 1972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민사지방법원 판사를 시작으로 법조계에 첫 발을 내디뎠다. 사법연수원을 수석으로 수료한 그는 서울고법 판사, 광주고법 부장판사, 광주지법원장, 법원행정처 차장 등 요직을 거친 후 2005년 11월 대법관에 올랐다.
김 후보자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온화한 카리스마다. 엄정하고 정확한 업무처리 능력과 더불어 합리적이고 부드러운 리더 십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특히 소탈하면서도 타인을 배려하는 성품과 시류나 세론에 흔들리지 않고 업무를 처리해 호평을 받았다.
2008년 9월 감사원장에 취임한 후 그는 ‘법과 원칙을 바로 세워 국리민복에 기여하는 감사’를 감사원 운영 기조로 내걸고 사회 취약층을 돌보고 배려하는 ‘서민밀착형 감사’를 제시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의 집안이 전남지역에서 뿌리깊은 명문가라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김 후보자의 부친 김원만 씨는 장성 향교의 전교(향교를 대표해 각종 행사를 주관하는 직책)를 일곱 차례나 역임한 명망 높은 한학자였다. 김 후보자는 4남 3녀 중 막내로 손위 형제들은 정·재계, 학계, 의료계로 진출했다. 맏형은 우성병원장을 지낸 의사로 그의 아들은 현 동신대 대학원장인 김용억 전 광주시의원이다. 둘째형은 농촌진흥청 차장과 한국육류수출입협회 회장을 지냈으며, 셋째형은 세 차례나 장성군수를 역임했다. 큰누나는 교직에 몸담았으며 둘째 누나는 일진그룹 허진규 회장의 부인이다. 또 셋째 누나는 동신대 총장으로 있다.
김 후보자의 인맥도 주요 관심사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효석 의원은 장성군 황용면 광산김씨 집성촌 에서 나고 자란 죽마고우다. 민주당 대변인인 조영택 의원과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장병완 의원은 광주제일고 후배이고, 이낙연 의원은 광주제일고와 서울대 법대 4년 후배다. 또 한나라당 장윤석·이범관 의원, 무소속 최연희 의원과는 사법시험 14회 동기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김 후보자는 법조계 기독교인 모임인 ‘애중회’ 회장을 맡고 있다. 2008년 5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제40회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대통령과 국가 발전’이라는 특별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수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