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열린 ‘승리호’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2일 열린 ‘승리호’의 온라인 프레스 컨퍼런스에는 조성희 감독과 배우 송중기, 김태리, 진선규, 유해진이 함께 했다. ‘승리호’는 우주쓰레기 청소선 승리호의 선원들이 대량살상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를 발견한 뒤 의도치않게 위험한 거래에 뛰어드는 ‘우주 활극’을 그린다.
영화의 모티브는 조성희 감독이 친구로부터 들은 ‘우주 쓰레기’ 이야기에서 시작됐다고 했다. 조 감독은 “10년 전 쯤에 우연히 친구에게 우주 쓰레기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 다음부터 시나리오를 썼다”며 “조금씩 다듬으며 지금의 작품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송중기는 영화 ‘늑대소년’ 촬영 때부터 ‘승리호’의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감독님이 ‘늑대소년’ 촬영 때부터 이런 영화를 준비한다고 얘기해주셨다”며 “물론 스토리는 지금과 다르지만 재밌겠다는 생각을 막연히 갖고 있었고, 감사하게 제안을 해주셔서 시나리오를 주셨을 때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읽었다. 그때 느낌이 굉장히 충격적이고 신선했다”고 회상했다.
‘승리호’는 송중기의 ‘군함도’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자, 조성희 감독과는 ‘늑대소년’ 이후 9년 만에 합을 맞춘 작품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승리호’에 대해 “우주 청소부 일을 하는 4명의 지질이들, 정의감도 하나 없는 오합지졸들이 의도치않게 지구를 구하게 되는 SF 활극”이라고 소개한 송중기는 승리호의 조종사 태호 역할을 맡았다. 송중기는 “태호는 에이스 기동대로 살아왔던 인물인데, 특별한 사건을 겪으면서 그 기동대를 나오게 된다. 그리고 지금 크루들을 만나 더욱 지질한 생활을 하며 이 4명과 부대끼며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대중들에게 익숙한 송중기의 모습이 아닌 ‘비주얼 충격’을 선사할 ‘승리호’ 속 태호를 놓고 송중기는 “조 감독님과 두 번째 작업인데 한 번도 멋있었던 역할을 주신 적이 없었던 것 같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인물들이 내면적으로 퓨어하고 말끔한 캐릭터다. (그런 갭 때문에) 그래서 제가 조성희 감독님 작품을 좋아한다”고 신뢰를 드러내기도 했다.
‘승리호’는 송중기의 사생활 이슈와 맞물리면서 작품 외의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송혜교와의 이혼 소식이 전해진 뒤 그가 촬영에 돌입한 작품으로 알려진 탓이다. 이와 관련해 송중기는 자신이 연기한 태호와 당시의 자신이 닮아있었다고 말했다.
송중기는 “처음 태호를 접했을 때 ‘자포자기’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삶의 모든 것을 내려놓은, 아무 생각도 없고 정체돼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해 시작했다”며 “당시 촬영할 때의 나, 송중기라는 사람의 마음과 태호가 비슷했던 것 같다. 자포자기 상태에서 여러 우여곡절을 겪다가 오합지졸 같지만 사랑스러운 크루들을 만나며 뭔가 삶의 끈을 더욱 부여잡을 것 같은 용기를 얻고 의지를 갖게 되는 인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크루들이 태호를 많이 도와준 것 같고 저 역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김태리는 전직 우주해적단 선장이자 현재 승리호의 선장을 맡고 있는 ‘장 선장’ 역으로 새로운 연기 변신을 보여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그 역시 한국형 SF 장르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우리는 SF 영화 하면 할리우드 영화에 많이 길들여져 있는데, ‘우주 영화가 한국에서 나온다면 어떤 모습일까’를 우리 영화가 정말 잘 보여준 것 같다”며 “저는 우리 영화가 한국적이라고 생각한다. ‘승리호’ 이후의 (한국) SF 영화도 많이 기대가 된다”고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갱단 두목 출신이자 승리호의 기관사 ‘타이거 박’ 역의 진선규는 자신의 캐릭터를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인물”이라며 “힘들고 거친 일을 하지만 마음만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있는, 이 승리호를 담당하는 살림꾼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만족감은 120% 정도 되는 것 같다. 촬영할 땐 ‘몸을 더 키웠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는데, 너무 잘 찍어 주셨고, 따뜻한 마음도 생각보다 더 잘 보이더라”라며 캐릭터에 대한 만족과 자신을 드러냈다.
로봇 업동이 역할의 유해진은 “로봇같지만 로봇같지 않은 인물이다. 회계를 담당하는 인물인데, 계산에도 그렇게 밝지 않고 인간의 정을 느끼는 인물인 것 같다. 수다도 많이 떨고 약간 귀여운 로봇이다. 그리고 뭔가의 꿈을 이루고자하는 욕망도 있다”고 소개했다.
작품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정말 근사하게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 대한 자부심도 있고 자랑스럽다”라며 “감독님이 너무 많은 고생을 하셨다는 생각이 들고, (장르가) 처음임에도 볼만하게 만들어졌단 생각이 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영화 ‘승리호’ 스틸컷. 사진=넷플릭스 제공
다만 김태리가 언급한대로 스케일이 큰 SF 장르는 할리우드 영화계를 통해 나온 것만 국내 대중들에게 익숙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일반 대중들에게 ‘한국’과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 사이의 갭을 어떻게 좁힐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는 게 제작진과 출연진이 입을 모아 말하는 ‘승리호’ 제작의 가장 어려운 지점이었다.
조성희 감독은 “당연한 얘기지만, ‘승리호’는 한국 사람들이 한국말을 하고 나온다. 그리고 우주선이 날아다니는데 이 위화감을 어떻게 줄이고, 관객분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게 할 지에 중점을 두며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주 공간을 표현해 내는 데에 “물체에 닿는 빛의 느낌과 속도감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힘주어 말해 CG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승리호’는 송중기에게 있어서는 ‘군함도’ 이후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기도 했고, 240억 원의 제작비가 든 한국 최초의 SF 블록버스터라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받은 작품이었지만 아쉽게도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을 연기해야만 했다. 당초 2020년 여름 개봉이 예정돼 있었으나 추석으로 한 차례 연기됐고, 코로나19의 유행이 계속되자 두 번째 연기 소식을 알리며 “개봉이 무기한 연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결국 ‘사냥의 시간’ ‘콜’과 함께 극장 개봉이 아닌 넷플릭스 행을 택하며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아무래도 SF 블록버스터 같은 스케일이 큰 영화는 스크린으로 보는 편이 더욱 선호돼 온 탓에 넷플릭스로는 영화의 매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지 않느냐는 우려 탓이다.
이에 송중기는 “원래 개봉 시점보다 많이 길어졌지만 저희의 일이라는 게 어쨌든 상업 예술을 하는 것이고, 가장 중요한 점은 대중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느냐인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하루 빨리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 만나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이제 공개가 며칠 안 남았는데, 얼른 뵐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리 역시 “관객으로서 영화관을 너무 좋아하기 때문에 아쉬운 점은 분명 있지만, 넷플릭스를 통해서나마 공개할 수 있어 행복하다”며 “다만 집에서 보실 때, 사운드를 크게 크게 키우면 훨씬 실감나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승리호 감상법’을 조언했다.
진선규는 “많은 분들이 보실 수 있으니까, 조금이라도 큰 TV가 있는 곳에서 불을 끄고 함께 보면 훨씬 더 좋을 것 같다. 많은 분들이 보셨으면 좋겠다”고 전했으며, 유해진도 “전세계 190여 개국에서 동시 개봉인데 이런 경우가 처음이다. 많은 분들이 우리 영화를 재밌게 보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한편 ‘승리호’는 오는 5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