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관 조교사는 미스터파크, 트리플나인 등 숱한 명마를 배출했다. 2015년 브리더스컵에서 우승한 김영관 조교사.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성적
‘대한민국 넘버원’이라 표현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금까지 거둔 통산 승수가 1289승으로 다승 부문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부산 2위 백광열(795승)과는 무려 494승 차이고, 서울의 1위인 박대흥(967승)보다도 322승이 많은 엄청난 대기록이다. 특히 박대흥 조교사는 24년 차로 김영관보다 7년 먼저 데뷔, 총 출전 횟수에서도 1000번이나 많은 경주를 치렀다는 점에서 얼마나 대단한 기록인지 알 수 있다. 승률(22.6)과 복승률(36.6), 연승률(47.7)도 압도적 1위다. 특히 연승률(3위 내 입상)이 50%에 육박한다는 것은 삼복승 팬들에게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 모른다. 열 번 베팅하면 다섯 번을 적중하는 것이니, 지금까지 그 어떤 조교사도 해내지 못한 대단한 기록이다.
대상 경주 우승 횟수를 보면 더욱 놀랍다. 지금까지 총 61회의 대상 경주 우승을 기록했다. 서울 1위인 배대선(24회)과 비교해볼 때 한마디로 상대가 안 된다. 특히 코리안더비, 그랑프리, 대통령배 등 소위 ‘A급’으로 지칭되는 최고 규모의 대상 경주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 ‘김영관 매직’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다. 또한 평생 한 번 받기도 어렵다는 최우수 조교사(한국마사회 선정) 타이틀을 무려 10회나 수상했다. 부산경마장에서는 독보적인 존재고, 서울을 포함해서도 최고의 조교사임에 틀림없다.
#특징
지난 회에 소개한 박재우, 송문길 마방과 마찬가지로 신마의 데뷔전 입상률이 매우 높다. 명문 마방들은 데뷔전 치르기 전에 충분한 훈련을 통해 완벽한 상태를 끌어 올린 후, 실전에 나서는 공통점이 있다. 최근 2년간 데뷔전 전적이 94/17/11로 복승률 29.7%를 기록하며 전체 1위에 올라있다. 2위는 29.5%의 울즐리, 3위는 29.4%의 민장기 마방이다. 나머지 마방들은 대부분 10%에서 5%대였다. 신마 경주 베팅 시 김영관, 울즐리, 민장기 마방의 마필들은 반드시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또 하나의 특징은 혈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경매나 개별구매로 신마를 도입할 때 혈통 좋은 마필은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들여온다. 그만큼 마주들의 능력(?)이 있다는 것이고, 김영관 조교사를 신뢰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역대 최고의 명마로 평가받는 트리플나인을 비롯해 파워블레이드, 스피디퍼스트, 록밴드 등 과거 대표마들을 보면 한결같이 혈통이 좋았다. ‘좋은 씨앗이 좋은 열매를 맺는다’는 지극히 당연한 진리가 경마계에도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표마
최고 마방답게 대표마도 상당히 많다. 백문백답, 투데이, 뉴욕망치, 월드파워, 파이니스트워리어, 라피도맨 등은 1군에 속해있는 마필 중에서도 강자로 분류된다. 그중 백문백답과 투데이 두 마필에 대해 살펴본다.
백문백답.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백문백답(외1·거)
미국산 1군 거세마로 현재 레이팅 130을 기록하며 부산경마장 전체 1위에 올라있는 강자다. 총 전적 27전 8승 2위 6회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8억 3340만 원의 상금을 벌었다. 스피드와 근성을 겸비, 선추입을 자유롭게 구사하며 부산에서는 최강마로 군림하고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상 경주 우승이 한 번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것도 부산 자체 대상 경주였던 2019년 국제신문배다. 당시 중위권 전개 후 막판 추입력을 발휘하며 같은 소속조의 투데이를 2위로 밀어내고 대상 경주 첫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대상 경주에서는 청담도끼, 문학치프, 티즈플랜, 돌콩 등 서울의 강자들에게 역부족을 드러내며 패배를 거듭했다. 올해 6세로 접어들어 더 이상의 능력 발전은 어렵다는 점에서 대상 경주보다는 일반경주에 집중하는 유리해 보인다.
투데이.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투데이(국1·거)
레이팅 128의 국내산 1군 포입마로 서울과 부산 통틀어 국내산마 부문 전체 1위에 올라있는 국산 최강자다. 총전적 22전 11승 2위 2회를 기록하며 지금까지 9억 4965만 원의 많은 상금을 벌었다. 아쉬운 점은 역시 대상 경주 우승이 없다는 것이다. 일반경주에서는 거의 독보적인 존재였으나, 대상 경주에서는 매번 순위권에 머물고 말았다. 2018년 6월 생애 처음 출전한 SBS 스포츠 스프린트에서 1마신 차로 아쉽게 3위에 그쳤고, 12월 그랑프리에서 또다시 1마신 차로 3위를 기록,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았다. 2019년에도 국제신문배 2위, MBC 스포츠플러스 그랑프리 4위를 기록, 대상 경주와는 연을 맺지 못했다. 올해 1월 경주에서는 ‘쏜살’에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하며 다소의 실망감을 주었다. 나이는 속일 수 없는 듯하다. 올해 7세로 접어들어 하향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현 전력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본다.
#기대주
앞으로 미래를 책임질 기대주들 역시 상당히 많은 편이다. 금아캐벌리, 굿삭스, 가디스문, 금아니피, 크로너스, 에코굿 등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기대주들이다. 그중에서 금아캐벌리, 굿삭스, 가디스문에 대해 살펴본다.
△금아캐벌리(외3·수)
2019년 8월에 데뷔한 미국산 4세 수말로, 3전 1승 2위 2회를 거두며 복승률 100%를 기록했었다. 특히 2세마 대상 경주였던 경남도민일보배에서도 ‘닥터카슨’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그런데 12월 우요완골골절 부상을 당해 골편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로 인해 2020년을 통째로 쉬고 말았다. 장기 휴양을 끝내고 돌아온 지난 1월 23일 주행 심사를 받았는데, 페로비치 기수가 외곽 선입 전개로 좋은 탄력을 발휘하며 1분 01초 8로 여유 있게 통과했다. 통상적으로 골편 제거 수술을 받은 마필들은 경주력에 지장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굿삭스(국5·암)
4전 2승 3위 2회를 기록 중인 국내산 3세 암말이다. 500kg대의 좋은 체구를 타고난 전형적인 선입형 마필로, 선행마 바로 뒤에서 레이스를 전개한 후, 막판에 근성을 발휘하며 역전을 펼치는 스타일이다. 개인적으로 암말 중에서는 가장 기대치가 높다고 본다. 데뷔전에서 선입으로 3위를 기록한 후, 두 번째 경주에서 한 단계 늘어난 걸음으로 여유 있게 우승을 차지했다. 세 번째 경주는 2세마 특별경주였다. 지난번 ‘2세마 집중분석’에서 소개한 2세마 최강자 위너스맨(국3·5전4승)과 히트예감(국4·3전3승)을 만나는 바람에 3위에 그쳤다. 네 번째 경주에서는 5군 승군전임에도 선입 전개로 여유 있는 우승을 거뒀다. 3세가 된 올해는 본격적으로 대상 경주에서 나설 듯한데, 위너스맨과 히트예감을 비롯한 수말들의 능력이 너무 강해 암말 대상 경주에 집중하는 것이 유리해 보인다.
△가디스문(국6·암)
3전 2승 2위 1회를 거두며 역시 복승률 100%를 기록 중인 국내산 4세 암말이다. 데뷔전에서 선입 전개로 2위를 기록한 후, 최근 두 번의 경주에서는 선행으로 2연승에 성공했다. 500kg대의 훌륭한 마체를 지녔고, 뛰어난 순발력에 근성까지 겸비해 앞으로의 전망이 밝다. 부마가 ‘스트라이크어게인’인 것은 아쉽다. 1군마를 두 마리밖에 배출하지 못한 비주류 혈통으로, 2020년 씨수말 순위에서도 16위에 그쳤다. 그러나 모마 럭앤드페임은 혈통이 상당히 좋다.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우승한 경력이 있고, 씨암말로 전향해서도 위너스글로리(1군)를 배출했기 때문이다. 선행형 마필이라 거리가 늘면 고전할 수도 있겠지만, 위너스글로리가 1800m에서도 우승했다는 점에서 장거리도 적응력만 키운다면 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