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편성채널 TV조선의 경연 프로그램 ‘미스트롯2’를 통해 차세대 트롯 스타로 급부상한 가수 진달래가 학창시절 학교폭력 가해자로 지목돼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런가 하면 지난해 말 시청률 28.8%를 기록한 SBS 화제의 드라마 ‘펜트하우스’로 주목받은 배우 박은석 역시 키우던 반려동물을 연이어 파양했다는 의혹에 휘말렸다. 한동안 활동이 주춤했던 가수 데프콘도 과거사로 인해 난처한 상황에 놓이기는 마찬가지다. 최근 MBC 대표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로 주가를 높이는 와중에 학창시절 연루된 폭행 사건이 새삼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들의 과거사가 거침없이 폭로되는 무대는 다름 아닌 SNS다. 확산성이 뛰어난 SNS를 통해 공개되는 연예인의 과거 ‘행적’은 그 자체로 호기심을 자극하면서 순식간에 공론화되는 수순을 반복하고 있다.
트롯 열풍의 진원지인 ‘미스트롯’ 시즌2에 출연하고 있는 진달래가 1월 말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해명할 여지가 없는 과거사 탓이 크다. 사진=진달래 인스타그램
트롯 열풍의 진원지인 ‘미스트롯’ 시즌2에 출연하고 있는 진달래가 1월 말 프로그램 하차를 결정했다. 출연 기회를 얻는 것 자체가 곧 트롯 스타가 되는 지름길로 통하는 ‘미스트롯2’를 단칼에 포기한 데는 해명할 여지가 없는 과거사 탓이 크다.
진달래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오른 익명의 글로 인해 학교폭력 가해자임이 드러났다. “학교폭력 가해자가 ‘미스트롯2’에 나옵니다”라는 제목으로 작성된 글을 쓴 익명의 네티즌은 “20년 전 저에게 학교폭력을 가했던 가해자 중 한 명이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미스트롯2’에 나온다”며 “20년간 잊고 지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얼굴을 보는 순간 그때의 기억이 스치고 모든 것이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고 고통을 토로했다.
글쓴이는 가해자 이름을 밝히지 않았지만, 주장을 입증할 자료로 진달래와 연관된 중학교 졸업 앨범 사진을 함께 올려 사실임을 강조했다. 이어 “인사를 똑바로 안 한다고 때리고, 엄마랑 같이 있는데 인사를 너무 90도로 했다고 때리고, 몇 분 내 오라고 했는데 그 시간에 못 맞춰왔다고 때리고, 이유 없이 맞은 날도 수두룩했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익명의 폭로였기 때문일까. 진달래의 소속사 티스타엔터테인먼트는 논란이 일어난 초반 사실 확인 없이 “허위유포자는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요청해 잡히면 신상으로 영혼까지 털어드립니다”라고 밝혀 논란을 키웠다. 결국 글쓴이의 주장 일부 사실로 드러나면서 소속사는 사과했고, 진달래 역시 “오랜 시간이 지난 일이더라도 제가 잘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겠다”면서 ‘미스트롯2’ 하차를 결정했다.
과거 행적으로 곤욕을 치르기는 박은석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30%의 문턱까지 다다른 드라마 ‘펜트하우스’에서 미스터리한 캐릭터 로건 리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한 박은석은 치솟은 인기만큼 혹독한 유명세를 치르고 있다. 드라마 성공에 힘입어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반려견과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해 주목받았지만, 그 모습이 빌미가 돼 돌발 상황에 직면했다. 역시 논란의 발단은 익명의 폭로였다.
박은석의 대학 동기라고 밝힌 A 씨는 SNS에 ‘박은석의 반려견 상습 파양’ 의혹을 제기했다. 반려동물 파양은 최근 반려인구 증가 속에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부상하고 있다. 폭로만으로도 여론은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A 씨는 쐐기를 박겠다는 듯 “여자친구가 마음에 들지 않아 비글을 작은 개로 바꿨다며 무심히 말하던 동창이 1인 가구 프로그램에 고양이 두 마리와 3개월 된 강아지를 키우고 있다면서 나왔다”며 “동물을 사랑하는 퍼포먼스는 안 했으면 좋겠다”라는 글을 통해 박은석을 ‘저격’했다.
처음 박은석은 팬카페를 통해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거짓 발언에 해명해야 하는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과거 행적에 대한 추가 폭로가 이어지자, 개인 사정으로 키우던 반려동물들 양육을 지인들에게 부탁했고 현재 잘 크고 있다고 해명했다. 소속사인 후너스엔터테인먼트 역시 입장문을 내고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져야 함을 알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과 형편으로 인해 함께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배우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사태 수습에 나섰다.
박은석은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반려견과 살아가는 일상을 공개해 주목받았지만, 그 모습이 빌미가 돼 돌발 상황에 직면했다. 사진=박은석 인스타그램
#스타 과거사 실시간 기사화…연예인 ‘공개 해명’ 빈번
유명 연예인에 관한 익명의 폭로가 시시각각 공론화되는 이유는 ‘실시간 기사화’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익명으로 쓴 폭로 글에 대한 진위를 채 파악하기도 전에 온라인 포털사이트를 장식하는 기사가 쏟아지면서 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공개 해명’을 해야 하는 상황에 빈번하게 놓인다.
가수 데프콘이 처한 상황도 비슷하다. ‘놀면 뭐하니?’에서 활약하는 그는 최근 배우 마동석과 닮았다는 설정으로 ‘마형사’라는 캐릭터를 방송용으로 만들었다. 이후 몇몇 네티즌이 온라인 게시판에 ‘소년원 출신인 데프콘이 왜 형사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구설이 시작됐다. 하지만 데프콘의 소년원 수감은 사실이 아니다.
실제로 그는 2013년 MBC ‘무릎팍도사’에 출연해 학창시절 친구들과 패싸움에 연루돼 재판을 받을 뻔한 상황을 직접 밝혔고, 어머니가 눈물로 호소해 피해자 가족과 합의하는 모습을 본 이후 가족에 대한 미안함으로 방황을 끝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이런 내용이 결국 ‘소년원 수감’이라는 과거사의 근거로 둔갑한 것.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뒤늦게 공개된 과거사가 훈훈함을 자아내는 흔하지 않은 일도 벌어진다. 최근 연기활동이 뜸한 미스코리아 출신 배우 김혜리가 뜻밖의 사건으로 소환됐다. 싱글대디 가정 지원협회인 ‘아빠의 품’을 이끄는 김지환 대표가 한 언론 인터뷰에서 힘겨웠던 시절을 고백하면서 ‘일면식도 없던 김혜리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털어놨기 때문이다.
김혜리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얼떨떨하고 조금 부끄럽기까지 하네요. 보이고자 한 일도, 알리고자 한 일도 아닌지라”라며 “사랑이로 인해서 더 큰 선물을 받은 건 저와 저의 딸이었어요”라고 밝혀 보는 이들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사진=김혜리 인스타그램
인터뷰에서 김지환 대표는 혼자 어린 딸을 키우면서도 관련 법규상 아이의 출생신고도 하지 못하고 어렵게 살아가던 와중에 그 사연을 접한 김혜리가 직접 연락을 해와 6개월 동안 딸을 돌봐줬다고 밝혔다. 심지어 김혜리는 김 대표가 1인시위를 하는 모습을 방송에서 보고 직접 방송국에 전화해 연락처까지 수소문했고,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를 돌봐준 덕분에 생계를 꾸릴 수 있었다.
훈훈한 과거사가 뒤늦게 알려지자 김혜리 소속사 역시 ‘해명 아닌 해명’을 내눴다. “본인이 밝히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알려져서 당황스럽다”는 내용이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