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의 연고지가 인천광역시인 만큼 신세계도 인천시에 추가 투자를 할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 측은 이미 “돔구장을 포함한 다목적 시설 건립을 추진하는 등 인프라 확대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신세계는 인천 청라국제도시에 스타필드 청라 건설을 추진 중이고, 앞서 2015년에는 인천 송도국제도시 복합쇼핑몰 건설을 위한 법인 (주)인천신세계를 설립하기도 했다.
비슷한 예로 롯데그룹은 1982년부터 부산광역시 연고 프로야구팀 롯데 자이언츠를 운영하면서 부산시에 적지 않은 투자를 단행했다. 부산시에는 롯데백화점 지점이 4개나 있지만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 지점은 1개씩밖에 없다. 롯데몰도 동부산점과 광복점 등 부산시에 2개 지점이 있지만 스타필드는 명지점 하나뿐이다.
최근 신세계그룹이 프로야구단 SK 와이번스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일 서귀포로 전지훈련을 떠난 SK 와이번스 선수단. 사진=SK 와이번스 제공
신세계는 그동안 인천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신세계는 1997년부터 인천터미널에서 백화점 영업을 했지만 롯데그룹이 2012년 9월 인천시로부터 인천터미널 부지와 건물 일체를 9000억 원에 매입하면서 백화점 영업권도 롯데에 넘어갔다. 신세계는 인천시가 롯데에 특혜를 줬다며 소송까지 제기했지만 패소했고, 해당 지점은 2019년 1월 롯데백화점 인천터미널점으로 재오픈했다. 현재 인천시에는 신세계백화점 지점이 없다.
신세계 계열 대형마트인 이마트의 지점수도 경쟁사에 비해 적다. 이마트는 인천시에 5개 지점을 두고 있다. 창고형 매장 이마트 트레이더스 지점을 합치면 6개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인천시에 각각 10개, 11개 지점을 두고 있다. 인천시는 인구가 증가세고,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조성되면서 경제 규모도 커지고 있어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인천시의 인구는 2010년 말 275만 8296명에서 2020년 말 294만 2828명으로 늘었다.
유통업계에서는 신세계가 추진 중인 스타필드 청라를 주목하고 있다. 스타필드 청라 건축허가 용도에는 운동시설이 포함돼 있어 해당 부지에 돔구장 건립이 가능하다. 스타필드 청라 부지는 16만 3000㎡(약 4만 9300평) 규모로 고척돔구장의 대지면적이 5만 8992㎡(약 1만 7845평)임을 고려하면 돔구장 건립이 허황된 목표는 아니다.
스타필드 청라는 2017년 8월 인천시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다. 당시 인천시는 “신세계 측은 2021년까지 청라지역에 대규모 쇼핑몰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스타필드 청라 입점과 관련해 인접한 소상공인과 상생을 위해 사업조정 등의 절차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천시는 스타필드 청라가 2021년 완공될 것이라고 했지만 아직 착공에도 들어가지 않아 현실적으로 2021년 완공은 불가능하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청라의 목표 완공일자를 2024년으로 설정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 검토가 이어지면서 스타필드 청라 착공이 늦어졌지만 인천시와도 잘 협의가 돼 착공에 큰 문제는 없다”며 “돔구장 관련해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했다.
신세계의 송도국제도시 복합쇼핑몰 역시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다. 이에 대해 신세계 다른 관계자는 “어떤 식으로 개발할지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고, 언제 착공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라며 “올해 신세계백화점 대전점 오픈을 준비하는 등 여러 이슈가 있어서 내부적으로 우선순위를 정해서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하남 개장식에서 유통업의 미래 경쟁 상대가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12월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빈소에 조문할 당시 정용진 부회장. 사진=박정훈 기자
유통업의 패러다임이 온라인 위주로 바뀌고 있어 오프라인 관객들과의 시너지 효과에도 의문이 남는다. 윤성국 NICE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온라인 채널로의 소비패턴 전환 지속 등을 감안할 때 야구단 인수에 따른 중장기 목표 효익 달성 여부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SK 와이번스 인수에 부정적인 의견만 있는 건 아니다. 또 신세계 재무를 감안하면 인수대금 1353억 원은 크지 않은 돈이기에 부담감은 덜한 편이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9월 말 기준 이마트의 자본총액은 10조 원이 넘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해도 9413억 원에 달한다. 앞서의 윤성국 연구원은 “인수 이후 야구단에 대한 경상적 자금지원이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마트의 매출액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지원 부담은 작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2016년 스타필드 하남 개장식에서 유통업의 미래 경쟁 상대가 테마파크나 야구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통업체가 고객들의 시간을 점유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시너지 효과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고, 신세계의 구체적인 전략이 나오지 않아 아직은 인수 효과를 섣부르게 판단하기 어렵다. 신세계 관계자는 “지금 단계에서는 SK 와이번스 인수에 집중하고 있어 향후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나온 건 아니지만 시설 확충이나 투자를 해나가겠다는 의지는 충분히 갖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