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2일 사망한 순이쉬엔의 생전 방송 모습.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중국은 지난해 12월 23일 ‘식품 낭비법’ 초안을 공개했다. 일정 기준 이상의 지방 정부는 식품 절약 업무 내역을 공개하고, 공무원 식사량을 규격화해 연수와 교육 등에서 음식 낭비 관리를 강화하도록 했다. 국유기업들은 회의 및 리셉션 음식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고 행사에 적합한 음식을 준비해야 한다. 또 식당은 음식을 남기는 손님에게 쓰레기 처리 비용을 부과할 수 있다.
이는 시진핑 주석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 8월 시진핑 주석은 “음식 낭비 현상이 가슴 아프다”며 “입법·감독 등을 동원해 음식 낭비를 단호히 막으라”고 했다. 시진핑 주석의 어릴 적 경험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시진핑 주석은 문화대혁명 시절 아버지가 감금된 후 농촌으로 내려가 어려운 생활을 했다. 토굴 생활을 했던 시진핑 주석은 여러 차례 당시의 굶주림과 궁핍을 밝힌 바 있다.
‘식품 낭비법’엔 ‘먹방’을 규제하는 내용도 있었다. 지나치게 음식을 많이 먹는 방송과 프로그램은 모두 금지되며 이를 무시할 경우 최대 10만 위안(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방송과 동영상 등에 출연하는 ‘대식가’들이 급속도로 늘어나면서 여러 부작용이 생기자 이를 법으로 막으려는 조치다. 폭식에 따른 건강 문제, 그리고 식량 낭비 등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1월 24일 밤 먹방 크리에이터 순이쉬엔 개인 SNS에 글이 하나 올라왔다. “순위시엔이 뇌출혈로 1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그동안 많은 관심과 함께해 줘 고맙다”라는 작별의 인사였다. 순이쉬엔 가족이 올린 것으로, 소식이 알려지자 많은 네티즌들이 고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아쉬워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상을 올렸기에, 죽음을 믿기 어렵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순이쉬엔은 다양하고 특이한 음식을 많이 먹으며 인지도를 쌓았다. 치킨, 햄버거, 피자 등 고칼로리 음식이 주를 이뤘다. 음식을 큰 덩어리로 입에 우겨넣는 모습이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다. 이를 놓고 비판도 제법 있었지만 순이쉬엔은 개의치 않고 영상을 쏟아냈다. 여기에 순이쉬엔 특유의 유머스러움과 유쾌한 진행이 더해져 구독자 수는 방송 2년 만에 50만 명에 육박했다.
한 어린이가 먹방을 하는 모습. 사진=현지 언론인 제공
아직 그의 사인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네티즌들은 불규칙적인 식생활과 폭식이 원인일 것이라고 추정한다. 한 네티즌은 “순이쉬엔은 방송에서 기름지고 지방이 많은 음식을 한꺼번에 많이 먹었다. 첫 방송과 지금 얼굴을 비교해보라. 갸름한 얼굴에서 동그라미가 됐다”면서 “급격한 체중 증가가 건강에 악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실제 순이쉬엔은 방송 시작 후 20kg 이상 체중이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순이쉬엔 영상을 즐겨봤다는 한 구독자도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은 듯 팬들과 소통하고 있었지만 그의 얼굴 표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결코 생기발랄하지 않았다. 다크서클(눈밑 그늘)이 특히 눈에 띄었다. 영상 댓글에도 그의 건강을 염려하는 글들이 올라오곤 했다”면서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던 19세 청년의 죽음은 과로와 불규칙한 휴식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순이쉬엔 죽음으로 먹방 규제엔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 대학교수는 지방 언론사에 “동영상이 워낙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팬덤을 확보하려 무리한 먹방들이 방송되고 있다. 순이쉬엔의 죽음은 이런 결함이 폭발한 것”이라고 기고했다. 그는 “이를 따라하고, 또 동영상에 뛰어드는 젊은이들이 많다는 건 사회적 문제가 될 수 있다. 그의 죽음이 어떤 교훈을 줄지 우리가 모두 고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순이쉬엔을 비롯해 최근 중국에선 인플루언서(인스타그램, 동영상, 페이스북 등에서 많은 팔로어를 가진 사용자 또는 포털사이트에서 영향력이 큰 블로그를 운영하는 파워 블로거)들이 연이어 사망했다. 1월 2일엔 개인 SNS를 통해 많은 인기를 끌었던 배우 손교량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고, 1월 5일엔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140만 팔로어를 보유했던 블로거 ‘아루장포강 여인’이 비행기 안에서 심장이 멎은 채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이들의 죽음에 대해 과도한 스트레스, 불규칙적인 생활 등이 원인일 것이라고 본다. 한 미디어 전문가는 “이들은 끊임없이 팔로어의 반응을 체크한다. 늦은 밤 방송하기도 일쑤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 고위험 직업군이다. 화려한 겉모습만 봐서는 안 된다. 젊고 아름다운 생명이 자꾸 꺾이고 있다. 왕홍(인플루언서를 뜻함)들은 그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