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후보자들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아 보인다. 최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야권 단일화 논의를 서두르는 것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선거비용 때문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2월 3일 국회에서 4·7 보궐선거 서울시장 예비후보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사진=박은숙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지난해 12월 20일 ‘야권 단일후보’를 자청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 공식 출마를 선언, 단숨에 여론조사 지지율 1위에 기록할 때만 해도 안 대표가 선거판을 주도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최근 양상을 보면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끌려가는 모양새다. 안철수 대표는 “3월에 시간에 쫓기듯 단일화 협상을 할 이유가 없다”며 경선일정과 동시에 실무협상에 즉시 착수하자고 재촉하고 있다. 반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단일 후보를 만드는 데 일주일이면 된다”면서 “단일화 협상은 국민의힘 후보 경선이 끝난 뒤 3월에 해도 된다”고 여유를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장 예비후보로 나경원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8명이 확정돼 경선을 준비하는 것과 달리 국민의당은 후보가 안철수 대표뿐이라 당 내부경선은 없다. 그러다보니 갈수록 안 대표 주목도는 떨어지는 모습이다.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을 향해 야권 단일화 논의 이슈를 계속 꺼내고, 금태섭 전 의원이 제안한 ‘제3지대’ 1차 단일화 제안을 받아들인 것도 멀어지고 있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셈법으로 해석된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힘과 야권 후보 단일화를 서두르는 이유 중 하나가 선거비용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안철수 대표와 함께 일을 해본 정치권 관계자의 말이다.
“선거에는 돈이 많이 든다. 안철수 대표는 선거에 자기 돈을 쓴 적이 없다. 과거 안 대표는 선거를 정당 보조금으로 치렀다. 2016년 총선 당시 정당 보조금 73억 원을 받았고, 2018년 지방선거도 합당하면서 선거보조금만 99억 원을 받았다. 안 대표가 2020년 1월 귀국해 손학규 당시 대표와 바른미래당을 두고 갈등을 벌인 것도 국고보조금 때문 아니었나. 결국 당을 차지하지 못해 국민의당 신당을 차렸고, 의원도 3석에 그치면서 이번에는 국고보조금이 거의 없다. 이에 단일화를 통해 국민의힘이라는 큰 정당에 올라타 국민의힘 돈으로 선거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은 당원의 수나 당 자금상황을 알 수 있는 정당의 수입·지출 총괄표를 따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요신문이 요청했지만 당원 수 및 수입·지출 총괄표를 제공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과 같은 3명의 의원을 배출한 열린민주당의 경우 현재 당원은 의결당원과 일반당원 합쳐 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해 3분기 기준 당비 7억여 원 후원회 기부금 5억여 원으로, 지출을 제외한 잔액은 4억 9300여만 원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열린민주당은 친문 열성지지자들이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가 많이 들어왔다. 또한 지역 시도당도 국민의당에 비해 숫자나 규모가 작다”며 “비슷한 상황인 열린우리당에 비해 국민의당은 자금사정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당은 최근 당 총무국·정책실 소속 직원들을 지난해 총선 이후 국회에서 급여를 받는 별정직 공무원 신분인 의원실 보좌진으로 채용, 당사로 파견해 정당 업무도 겸직하게 했다는 편법 의혹에 휩싸였다. 그만큼 당에 자금 여유가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뒤를 이었다.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박원순 전 시장 케이스를 참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시민활동가로 무소속이었던 박원순 전 시장은 높은 지지율을 토대로 민주당의 박영선 당시 후보와 단일화 경선을 벌여 승리, 민주당의 전폭적 지지 속에 선거운동을 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시 박원순 전 시장도 민주당이 선거비용을 대주지는 않았다. 펀드를 모금해 치렀다”며 “또한 당시 박원순 전 시장은 무소속에 시민운동가로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반면 안철수 대표는 한 정당의 대표다. 단일후보가 된다고 국민의힘이 선거비용을 지원하고 선거운동에 적극 나서겠느냐”고 반문했다.
1월 29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비전스토리텔링PT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후보들. 왼쪽부터 나경원 오세훈 이종구 오신환 조은희 이승현 김선동 김근식 후보. 사진=국회사진취재단
단일화가 성사돼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되면 선거비용 보전 가능성은 높아진다. 선거비용은 우선 정당 및 후보 측에서 지출하고, 선거 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청구하는 방식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유효투표총수의 15%를 득표해야 선거비용 100% 보전이 된다. 따라서 안철수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로 나설 수 있다면 선거비용에 대한 부담은 덜 수 있다.
바른미래당 출신의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거비용 관점에서 보자면 안철수 대표 입장에서는 서둘러 단일화 결정이 나는 것이 좋다. 한 달여 전처럼 지지율이 높으면 걱정이 없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단일화 논의가 3월까지 이어지면 선거 준비와 관련된 비용은 계속 늘어난다. 그러다 단일후보로 선정되지 않으면 이러한 비용은 보전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는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대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단일화 논의를 서두르는 것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러한 관측에 국민의당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근거가 없어 딱히 대응할 필요가 없어 보인다. 국민의당은 국고보조금을 받는 원내 정당이다. 이에 따라 당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아시아경제 의뢰로 지난 1월 30~31일 실시한 ‘차기 서울시장 적합도’ 여론조사 결과 안철수 대표가 22.4%로, 박영선 전 장관(24.6%)에 2.2%포인트(p) 오차범위 내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보였다. 나경원 전 의원과 오세훈 전 시장은 각각 16.0%와 11.2%로 뒤쫓는 양상을 보였다(윈지코리아컨설팅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여론조사업체 홈페이지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