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병규는 2018년 말부터 2021년 초까지 ‘SKY캐슬’ ‘스토브리그’ ‘경이로운 소문’으로 시청률과 대중 인지도를 모두 거머쥐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1월 24일 종영한 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조병규의 첫 메인 주연 작이었다. 전국 시청률 2.7%에서 시작한 이 드라마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입소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하더니 1월 10일 방영한 12회에서 10%의 시청률로 역대 OCN 드라마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내로라하는 지상파 방송사의 미니시리즈 드라마들도 10%의 벽을 넘어서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소수 팬덤을 겨냥한 ‘장르물 명가’로만 알려져 왔던 OCN 드라마의 존재감을 일반 대중들에게도 각인시킨, 그야말로 ‘경이로운 작품’이 됐다.
이처럼 고공 행진하는 시청률에 기뻐했던 것은 제작진과 배우들뿐만이 아니었다. OCN 공식 SNS 홍보계정의 직원들이 매주 갱신되는 시청률을 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귀여운 ‘홍보 주접’을 떨었던 것도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또 하나의 재미있는 볼거리로 여겨지기도 했다.
“드라마가 잘되고 있구나 실감하게 된 계기는 역시 채널 역대 시청률 1위라는 것에서 가장 큰 체감을 했죠(웃음). 다른 얘기지만 제가 ‘경이로운 소문’ 촬영하면서 가장 사랑 받고 있다고 느낀 순간이 있었는데 그게 제가 2020 SBS 연기대상에서 신인상을 수상할 때였어요. 그때 OCN 인스타그램 계정에 축하한다고 올려주신 게시물이 있는데 거기서 많은 다른 채널들의 대통합이 이뤄졌더라고요(웃음). 다른 채널들도 ‘소문이’의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주셔서 참 경이로웠고, 감사하단 말씀 전하고 싶었어요.”
2015년 데뷔한 조병규는 드라마와 상업·독립영화, 연극까지 무대를 가리지 않고 약 80개에 달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많은 분들이 제게 그러시더라고요. ‘휴식을 가지는 게 어떻겠냐’ ‘더 가다듬어서 나와 보는 게 어떠냐’고. 연기를 시작하면서 제가 인간 조병규의 모습이 없어진 것 같아서 속상하단 말씀을 드린 적이 있는데,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인간 조병규와 배우 조병규가 일체화돼서 같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저는 연기하면서 생기는 흥미나 쾌감을 이길 수 있는 취미가 생기지도 않고, 같이 촬영한 사람들과 신 얘기하고, 회상하면서 또 복기하고 그러는 순간들이 제게 엄청나게 큰 에너지 충전의 순간이거든요. 그게 제겐 휴식이란 단어와도 같다고 여겨져요.”
“올 한 해도 배우 조병규에겐 쉬지 않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강조한 그의 말대로, 조병규는 올해 tvN 드라마 ‘어사조이뎐’과 첫 스크린 주연작인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의 공개를 앞두고 있다.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는 2018년 그가 출연한 웹드라마 ‘독고 리와인드’의 최은종 감독과 다시 한 번 합을 맞춘 작품으로 제24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왓챠가 주목한 장편 부문을 수상하며 기대감을 모으기도 했다.
“최은종 감독님과 영화가 끝난 뒤 ‘우리끼리만 행복한 작업이 될지언정 조금은 다른, 어떤 작품들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운 좋은 기회로 투자금 3000만 원을 받게 돼 동료 배우들과 함께 사흘 만에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를 찍게 된 거예요. 3000만 원으로 찍은 작품이라 빈틈도 많고 어려움도 많았지만 저희들끼리는 친분 있는 사람들이라 찰떡 호흡으로 장면을 만들었어요(웃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왓챠가 주는 작품상을 받아서 상금 3000만 원으로 손익분기점도 찍었고, 이번에 이렇게 개봉으로 이어지는 기적까지 이뤄졌죠. 우리끼리 행복하게 한 번 추억을 만들어보자던 영화가 이렇게까지 돼서 너무나 행복해요.”
데뷔 이래 쉼 없이 달려온 조병규는 2021년에도 tvN 드라마 ‘어사조이뎐’과 영화 ‘이 안에 외계인이 있다’로 활발한 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사진=OCN 제공
오래 품어왔던 꿈을 스스로 던져버릴 정도로 연기를 향한 갈망이 컸다지만, 지금에 와서 다시 그때로 돌아가서도 같은 선택을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면 “그러진 않을 것 같다”는 게 조병규의 이야기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 걸어온 길이 마냥 꽃밭이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자신이 선택한 길인 만큼, 끝까지 걸어 나가 결말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선택을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도 그런 목표가 있기 때문으로 보였다.
“그 당시로 다시 돌아갔을 때 제가 배우로의 길을 선택할까…. 미지수일 것 같아요. 연기를 시작하며 배우가 되는 그 과정을 돌아봤을 때 저는 긍정적인 키워드로 성장하는 배우가 아니었거든요. 배우로 커가면서 제가 집중한 키워드는 자격지심, 질투, 실패, 열등감 이런 것들이었고, 그게 저를 뜨겁게 만들어주는 동력이었어요. 그 시간들을 다 지나왔기 때문에 지금의 제가 있는 것이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과정들이 행복하지만은 않았고 마냥 만족스러운 순간들이 아니었던 거죠. 다만 지금은 이미 선택을 했기에, 선택한 결과에 대해서 저는 끝까지 가 볼 생각이에요. 후회하냐고요? 아뇨 후회 안 해요. 일단 저는 이 일을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사랑하거든요.”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