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산업카운슬러, 미나미 도시유키는 직장인의 정신적 건강을 돌보는 상담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그가 상담을 통해 느낀 바는 “회사 우울증에 시달리거나 이직자가 속출하는 직장에는 반드시 ‘문제 있는’ 상사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는 “직장인들에게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은 다름 아닌 상사였다”고 밝혔다.
직장인들에게 가장 많이 스트레스를 주는 대상은 다름 아닌 상사다. 사진=일요신문DB
미나미 카운슬러에 의하면 “부하직원들과 마찰을 빚는 상사는 크게 두 가지가 원인”이라고 한다. 첫째는 매니지먼트 스킬(관리 기술)이 부족한 상사다. 하지만 이 경우 본인이 경험을 쌓고, 회사가 지원해주면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괴로운 것은 상사의 개성, 즉 성격에 ‘문제’가 있을 때다. 성격은 타고난 성향에 자라온 환경 등이 더해져 구축된 것이므로 쉽게 바뀌지 않는다.
흔히 ‘갑질 상사’라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후자에 속한다. 본인 스스로 자각이 없는 데다, 자기 탓이 아니라고 여기기 않기 때문에 부하직원들의 정신건강에 심각한 해를 끼치게 된다. 미나미 카운슬러는 “이러한 문제적 상사들에게는 몇 가지 공통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고 전했다.
우선 자기중심적이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따라서 부하직원의 상황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 또 일반적인 상사라면 팀 목표 달성 시 팀원들과 함께 기뻐하며 부하의 노고를 치하하겠지만, 문제 있는 상사는 부하를 챙기기는커녕 부하의 성과까지 자신의 공로로 가로채는 일이 다반사다.
문제적 상사를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①부하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기계형 ②감정적으로 공격하는 격정형 ③자기 자랑을 끊임없이 나열하는 자기애형 ④부하를 출세 도구로밖에 보지 않는 모략형 등이다. 덧붙여 여러 유형이 한데 섞인 ‘완전체 갑질’ 상사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문제적 상사가 달라질 일은 없을까. 미나미 카운슬러는 “한 사람의 개성이 환경에 따라 형성된 것처럼 앞으로 어떤 삶을 사느냐에 따라 그 사람이 바뀔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자신의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된 환경에 있다면 문제적 경향은 약해질지도 모른다. 또한 스스로 자신의 단점을 알아차리고 개선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갑질’에 대한 인식이 높고, 상사 본인의 경력에도 큰 리스크가 되기 때문.
미나미 카운슬러는 문제적 상사에 관한 체크리스트를 소개했다. 그는 “부하직원의 정신적 스트레스는 대부분 상사가 원인”이라며 “팀을 이끄는 상사들이 체크리스트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각 유형의 체크리스트에서 3개 이상 해당된다면 요주의!).
1. 부하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하는 ‘기계형’
커뮤니케이션이 서툴고,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어울리려고 하지 않는다. 융통성이 없기 때문에 의견충돌도 잦다. 또 관심의 폭이 좁아서 자신이 관심 있는 일만을 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짙다. 따라서 부하의 업무에 관심이 없으면 방치하기 일쑤. 반대로 부하의 일에 관심이 있으면 사사건건 간섭을 하는 등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 타입인지 아닌지 체크하려면, 우선 부하를 대하는 방법을 되돌아보자. 방임주의냐, 아니면 지나치게 간섭하느냐. 양극단으로 치우쳤을 경우엔 주의가 필요하다.
[체크리스트]
□관심의 폭이 좁고,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평소 차분하다가 갑자기 화를 내는 일이 있다.
□책상이 심하게 지저분하거나, 혹은 클립 하나 없을 만큼 정돈된 상태다.
□융통성이 없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다.
□구두(신발)의 더러움이 눈에 띈다.
문제적 상사는 자기중심적이며 다른 사람의 기분을 고려하지 않는다. 사진=일요신문DB
2. 상대를 적으로 인식하면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격정형’
감정 기복이 심하며, 스스로를 제어하지 못한다. 자신이 기대했던 대로 움직이지 않는 부하, 또는 실수한 부하에게 분노를 폭발한다. 전형적인 ‘갑질 상사’다. 다만, 이 유형은 부하에게만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아니다. 사람에 대한 호불호가 심한 편이며 상대를 적인지 아군인지로 판단한다. 적으로 간주하면 누구나 공격 대상이 되는 것. 그런 의미에서 타산적이진 않다. 만약 자신이 ‘태도나 표정을 통해 분노가 잘 드러나는’ 쪽이라면 분노 조절법이나 존중하는 커뮤니케이션, 상대를 배려하는 법 등을 몸에 익히도록 한다.
[체크리스트]
□좋아하던 부하가 갑자기 눈엣가시처럼 보인다.
□‘논리’보다는 ‘좋고 싫음’으로 판단하다.
□몇 년 전에 겪은 분노와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
□회사 사람들 험담을 시작하면 멈출 수가 없다.
□사소한 일에 필요 이상으로 화를 낸다.
3. 자기 자랑을 끊임없이 말하는 ‘자기애형’
주목받는 걸 즐긴다. ‘유능하다’는 칭찬을 듣고 싶어 하는 욕구가 강하다. 자신의 존재를 어필하기 위해 일할 때 전화 목소리를 크게 한다든지, 자기 자랑을 끊임없이 늘어놓아 주변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든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평판을 원하므로 일의 공훈을 독차지하려는 한편, 자신의 실수는 부하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떠넘긴다. 또 타인을 업신여기는 발언을 함으로써 ‘우월한 자신’을 연출하고 정당화한다. 이 유형은 스스로에 대해 잘 깨닫지 못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주변 사람들이 이러한 성향을 모두 알고 있어서 부하의 정신건강에는 덜 해롭다는 사실이다.
[체크리스트]
□전화 목소리가 커 주위 사람들이 일에 집중하기 힘들다.
□일을 경솔하게 떠맡아 부하에게 위임하는 일이 흔하다.
□항상 ‘바쁘다’를 어필하고 싶어 한다.
□부하의 성과도 ‘내 덕’이라고 생각한다.
□감기에 걸렸을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다.
4. 부하를 출세의 도구로만 보는 ‘모략형’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부하를 마치 도구처럼 사용한다. 부하의 기분, 감정 따위는 개의치 않는다. 하지만 ‘조직의 성과가 오르는데 뭐가 나쁜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양심의 가책은 없다. 귀찮은 일은 부하직원들을 발판으로 삼고, 본인의 성과를 잘 올리므로 윗선에서의 평판은 좋다. 부하직원의 멘탈을 부수는 ‘가장 해로운 상사’라고 할 수 있다. 이 유형은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성향이 쉽게 바뀌지 않는 편이다.
[체크리스트]
□목표치 달성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
□방해가 된다고 느낀 부하는 주저 없이 내친다.
□궁지에 몰린 부하를 도와주지 않는다.
□겉으로는 온화하지만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부하직원들에게는 미움을 받고 있지만, 윗선에서는 흡족해한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