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류호정 의원. 사진=일요신문 DB
[일요신문]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비서 면직(해고)사건으로 구설에 올랐다. 원내 정당 중 가장 노동 친화적이라고 알려진 정의당에서 벌어진 일이라 파장이 만만치 않다.
지난 1월 29일 정의당 경기도당의 한 당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류호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는 “(류 의원이) A 전 비서를 면직하는 과정에서 해고 예고 기간을 준수하지 않고 7일 전에 통보해 노동법을 위배했고 자정이 넘어 퇴근했다가 다음날 7시 이전에 출근하게 하는 등 노동법상 휴게 시간도 위배했다”고 썼다.
이어 “A 비서를 면직했다가 지역위원회 당원들이 이의를 제기하자 면직 통보를 철회하고 재택근무를 명해놓고 이 과정에서 재택 기간 일부 임금의 반환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해고 통보를 받은 비서는 세 자녀의 엄마인데 직장을 구할 때까지 말미를 달라고 했지만 이조차도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류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의원실에서 수행 업무를 맡은 7급 비서가 지난해 12월 중순 면직됐다. 면직 사유는 업무상 성향 차이며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이 정확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류 의원은 “(절차상 실수 이후) 합의해 가는 과정이 있었고 오해는 풀었지만 계속 함께 일하기는 어려웠다”며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죄송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당해고를 주장하는 당원의 글은) 전 비서의 의사와 상관없이 올라온 글”이라면서 “전 비서는 더는 자세한 언급을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2월 1일 한 인터넷 매체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해당 매체는 ‘양쪽 모두 취재해 확인한 결과 해고 사유는 직무태만, 저성과, 직무 범위 밖의 행위 등’이라며 의원실 측이 작성한 해고 사유를 담은 기사를 출고했다.
매체는 A 비서가 류 의원이 차량에 탑승한 상태에서 주정차, 주행 중 휴대전화로 단톡방이나 페이스북을 보고 타이프를 했으며 보좌진이 이를 지적하자 “다른 의원실 수행비서는 넷플릭스도 보는데 저는 왜 보면 안 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고 썼다.
또 A 비서가 의원실 차량을 개인 활동(당원 모임 등 당직 활동)을 위해 사용했고 버스전용차로를 위반해 12건의 범칙금이 청구됐는데 이 중 4건은 류 의원이 탑승한 상황에서, 나머지가 A 비서가 개인적으로 의원실 차량을 사용하다 위반한 것이라는 했다. 의원실 관계자가 이를 문제 삼자 A 비서는 “국회의원은 면책특권이 있지 않나요?”라고 되물었다고 했다.
다른 해고 사유로 A 비서가 일정이 끝난 류 의원에게 주차권 발행을 요구하고, 초행 일정에 의원을 주차장으로 찾아올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도 담겼다.
해당 보도가 나오자 A 비서의 수행 방식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의원님은 주차장으로 오시면 안 되는 거냐. 문 앞에서 모시지 않은 게 잘못이냐“, ”류호정 의원은 주차권을 받아달라고 한 게 해고 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는 거냐”며 의원실의 권위주위적 사고를 비꼬는 글이 쇄도했다. SNS에는 “20대 여성의 외모 50대 꼰대의 내면”이라는 지적부터 “평소 노동, 여성을 대변하는 척하다니 세 아이의 엄마를 업무 성향 차이라고 잘랐다. 업무 성향 차이는 자기 맘에 안 든다는 뜻 아닌가“라는 비난도 나왔다.
A 비서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행 중 넷플릭스를 본 적이 없으며 보좌진이 넷플릭스를 보는 게 맞냐고 묻자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는데 내가 넷플릭스를 왜 보면 안 되냐고 읽히도록 기사를 썼다”고 반박했다.
의원실 차량을 개인 사용한 부분도 “정무수석의 지시사항이었고 주말에 다른 보좌진이 의원실 차량을 사용하게 되면 바꿔 타고 가기 위해서였다. 금요일에 의원을 퇴근시키고 집으로 가면 의원실 차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고 주말에 정당 활동 등으로 장거리 이동을 할 때는 꼭 본인 돈으로 주유를 해서 채워놓았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2월 2일 “해당 기사는 류호정 의원 또는 의원실의 공식 입장으로 보도된 것이 아니다. 의원실에서 면직 통보 과정에서 사유서를 작성해 전달했으나 면직 사유 관련 사실관계가 당사자와 합의되지 않아 해당 서류를 철회했다”며 “국회 별정직 공무원의 경우 공무원 복무 규정을 우선 적용하게 돼 있으나 부당한 면직 논란이 쌍방의 이견으로 확인된바, 당사자 제소를 통해 당기위원회의 판단을 따르기로 했다”고 브리핑했다.
정의당은 의원실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했지만 해고 사유서를 의원실에서 작성했던 것은 인정한 셈이다. 그리고 해고 사유서는 누군가를 통해 매체로 흘러들어가 해고자를 2차 가해하는 용도로 활용됐다. 늘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 방지를 강조하던 정의당의 입장과 철저히 배치되는 행위다.
류호정 의원은 대학 졸업 후 게임회사에서 노동조합을 만들려다 권고사직했다. 이런 이력을 바탕으로 21대 총선 정의당 비례대표 경선과 본선에서 자신을 해고노동자로 홍보했고 비례 1번을 받아 20대의 나이에 국회의원이 됐다.
당시 대리 게임 논란 등 여러 비판이 있었지만 정의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그가 국회에서 여성, 청년 노동자를 위해 일해 줄 것을 기대하며 표를 던졌다. 하지만 국회로 보낸 해고노동자는 불과 1년도 안돼 여성이자 세 아이의 엄마를 성향 차이로 해고(면직)하는 사람이 됐다.
김창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