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분 변경 논란을 일으킨 골관절염 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인보사)’ 사태의 파장이 코오롱그룹 전체를 흔들고 있다. 서울 강서구 마곡동로 코오롱생명과학 본사. 사진=연합뉴스
코오롱생명과학은 지난 1월 12일 ICC 국제 중재사건의 판결 내용을 공시했다. 공시에 따르면 코오롱생명과학은 미쓰비시 제약에 기술이전 계약금 25억 엔(약 266억 원)과 이에 대한 이자 6%를 2016년 12월 22일부터 지급일까지 적용해 지급해야 한다. 또 손해배상으로 1억 3376만 엔(약 14억 원)과 그에 대한 이자 5%를 2018년 4월 28일부터 지급일까지 적용해 지급하고, 소송비용 790만 달러(88억 원)도 물어주게 됐다. 총 430억 원 규모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지난 1월 28일에는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가 관리종목 지정 우려에 따라 장 종료시까지 코오롱생명과학 주식의 주권매매 거래정지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 측은 △최근 4사업연도 연속 영업손실 발생 △최근 3사업연도 중 2사업연도 자기자본 50% 초과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 발생 등을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유로 들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ICC 패소에 따른 기술수출액 반환금 약 264억 원을 매출액에서 차감하면서 올해 영업손실 247억 원, 당기순손실 432억 원을 기록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관리종목 지정 우려 사유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내년 상장폐지 갈림길에 설 가능성이 있다. 당장 영업이익을 끌어올리고 수익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다. 코오롱생명과학은 2020년 12월 바이오의약품 제조부문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 코오롱바이오텍을 신설했다. 회사가 밝힌 분할목적은 “사업역량을 집중해 전문성과 시장지배력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 새로운 수익 창출모델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자회사 분할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 영업손익이 매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바이오의약품, CDMO(의약품 위탁 생산·개발) 용역 등 바이오 사업부문 일부를 코오롱바이오텍에 넘기고,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케미칼 사업부문(원료의약품 및 의약품중간체항균제, 기타 화학소재, 수처리제 등)을 강화할 기틀을 마련했다.
2020년 3분기 사업별 부문 재무현황을 살펴보면 케미칼 사업부문은 매출액 1147억 원, 영업이익 203억 원을 기록한 반면 바이오 사업부문은 매출액 6억 원, 영업손실 223억 원을 기록했다.
이웅열 전 코오롱그룹 회장이 약사법 위반과 사기,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배임증재 등 혐의로 2019년 7월 법원에 출석한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반면 코오롱티슈진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오는 12월 17일까지 부여받은 개선 기간 동안 미국 임상 3상 재개, 자금조달 등 개선 계획을 이행해야 하지만 녹록지 않다. 미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4월 코오롱티슈진의 임상 3상 재개를 허가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임상이 중단된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코로나19가 종식돼 임상을 재개한다 하더라도 코오롱티슈진이 약 1000억 원으로 추산되는 임상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당기순손실과 영업손실이 이어진 상황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하지만 코스닥 상장 자체가 의혹에 휩싸였고 이웅열 전 회장 등이 재판에 넘겨진 상황인 데다 모회사 코오롱생명과학도 휘청이고 있기 때문이다.
ICC 패소도 인보사 개발사 코오롱티슈진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코오롱티슈진은 코오롱생명과학과의 계약에 근거해 계약금의 절반을 로열티로 수령한 바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이 미쓰비시제약에 계약금을 돌려주게 된 만큼 코오롱티슈진 역시 코오롱생명과학에 로열티로 수령했던 계약금의 절반을 돌려줘야 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모회사와 자회사 간 계약인 데다 계약의 자세한 내용이 알려진 바 없어 그룹에서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 코오롱생명과학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코오롱그룹 관계자는 “코오롱생명과학과 코오롱티슈진 간 계약관계에 대해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