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김가네 ‘보족애’(위)와 (주)다영에프앤비 ‘누들앤돈부리’. |
상심한 그에게 담당자는 솔깃한 제안을 해왔다. 곧 제2 브랜드를 출시할 예정이라면서 제2 브랜드를 택하면 가맹비를 받지 않는 것은 물론 핵심 기계를 무료로 제공해주겠다는 것이다. A 브랜드로 크게 성공을 거둔 업체의 파격적인 조건에 강 씨는 마음이 흔들렸다. 그러나 후속 브랜드는 아직 소비자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고 시장의 검증도 받지 않았기에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기가 망설여지면서 강 씨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창업시장에 대한 관심은 물론 유입인구 역시 점차 늘어나면서 제1 브랜드의 성공을 바탕으로 제2, 제3 브랜드를 출시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사실 본사 입장에서는 가맹점 수가 포화 상태에 이르면 추가 가맹점 개설이 힘들어지므로 신규 가맹점을 통한 개설 수익(가맹비 인테리어비 등)을 기대할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후속 브랜드를 통해 이를 해결,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려는 의도도 다분히 숨어 있다.
실제로 수많은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후속 브랜드를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된 가맹사업 관련 정보공개서를 살펴보면 ㈜놀부의 경우 놀부보쌈과돌솥밥 놀부부대찌개와철판구이 놀부설농탕과냉면 놀부유황오리진흙구이 놀부항아리갈비와김치찜 흥부네찜전문점이 등록되어 있으며 등록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하면 총 브랜드 수는 11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급점 형태로 ‘썬구이’라는 브랜드를 들고 나와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제너시스의 경우 등록된 브랜드가 비비큐(BBQ) 피자큐 두 개에 불과하지만 계열사인 ㈜지엔에스에프앤비 ㈜지엔에스올리브떡볶이 ㈜지엔에스비에이치씨에 등록된 비에이치씨 비비큐올리브돈까스 유나인 닭익는마을 올리브떡볶이 등까지 포함하면 후속 브랜드가 9개나 된다.
‘피쉬앤그릴’로 창업시장에 대박을 터뜨린 ㈜리치푸드는 짚동가리쌩주 온더그릴 크레이지페퍼 등 후속 브랜드가 4개에 달하고, 지난해 가맹점 1000개를 넘긴 ‘본죽’의 본아이에프㈜ 역시 본비빔밥 본국수대청 등 3개의 후속 브랜드를, ‘원할머니보쌈’으로 잘 알려진 ㈜원앤원 역시 박가부대찌개/두루치기 삼계탕·찜닭전문점 백년보감 2개의 후속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의 성적표는 어떨까. 업계 관계자들은 ‘형만 한 아우가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형의 명성에 힘입어 조금씩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형이 이뤄낸 성과를 넘어선 브랜드는 아직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이 창업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제1 브랜드와 비교해보면 성장 속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브랜드는 시장에 등장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기도 했고 일부는 수년째 가맹계약이나 매출에서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업체는 야심차게 론칭한 후속 브랜드가 제1 브랜드의 명성을 따라가기는커녕 그동안 좋았던 이미지를 확 깎아먹는 결과로 이어져 ‘괜히 시작했다’며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는 후문이다.
1992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놀부의 제2 브랜드 놀부부대찌개와철판구이는 점포수가 2007년 199개, 2008년 238개, 2009년 270개로 꾸준히 늘었지만 후속 브랜드인 놀부유황오리진흙구이의 경우 1999년에 가맹사업을 시작해 10년이 훌쩍 흐른 지금 점포수가 6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2004년 가맹사업을 시작한 놀부항아리갈비와김치찜의 경우도 마찬가지. 2007년 99개이던 점포는 2008년 81개, 2009년에는 56개로 크게 줄었다. 3개였던 직영점도 1개 점포로 줄었다.
원할머니보쌈이 모브랜드인 원앤원㈜은 프랜차이즈 사업 15년 만에 제2 브랜드를 내놨다가 혼쭐이 난 경험이 있다. 2005년 4월 론칭한 등갈비전문점 ‘퐁립’이 실패로 돌아간 것. 2008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후속브랜드 ‘박가부대찌개/두루치기’ 역시 현재 점포가 37개에 불과해 속도가 붙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비슷한 메뉴로 제2 브랜드를 출시했다가 문제가 발생한 경우도 있다. 해산물 주점과 치킨 전문점이 대표적인 사례다. 본사에서는 “브랜드가 다르고 공급되는 식재료와 가격에도 차이가 있으므로 점주는 물론 고객도 차이를 당연히 인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 운영자와 이를 바라보는 소비자의 생각은 다른 듯하다. 매일 음식을 만드는 점주들은 그 차이를 알 수 있지만 고객들은 그 미세한 차이를 못 느낀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은 동일 본사의 브랜드라는 측면에서 비슷한 맛으로 느끼고 결국 가격이 저렴한 곳을 선택하게 된다는 것.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떠안을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한 해산물 주점의 경우 후속 브랜드 역시 해산물로 론칭했다가 기존 점주와 신규 점주 간에 창업비용은 물론 영업권 분쟁까지 일어났고 결국 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본사가 사라지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선례로 업계에서는 후속 브랜드 출시에 더욱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무분별하게 가맹사업을 실시하기보다 본사에서 직영점을 먼저 개설, 안테나숍으로 일정기간 운영한 후 추가 출점 여부를 결정하는 사례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
김철호 본아이에프㈜ 사장은 “후속브랜드 론칭시 반드시 직영점을 먼저 개설하고 적어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시행착오를 거치며 보완점을 개선한 뒤 가맹사업을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본비빔밥 역시 그런 과정을 거쳤고 다른 후속 브랜드 역시 그러한 과정에 놓여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보족애(愛)’라는 보쌈족발 전문점을 론칭한 ㈜김가네 역시 후속 브랜드에 1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했단다. 이준희 마케팅과장은 “2008년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40평 규모의 테스트숍을 만들어 하루 평균 250만 원 정도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확보, 검증을 끝내고 본격적인 가맹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채선당’의 후속 브랜드인 퓨전 덮밥전문점 ‘채선당의누들앤돈부리’도 서울 홍대 앞 직영점을 먼저 개설, 테스트 과정을 거쳐 가맹사업을 진행 중이다. 82.5㎡(25평) 남짓한 홍대점은 월평균 8000만 원의 매출을 기록 중이라고 한다. ㈜다영에프앤비 박상렬 홍보과장은 “후속 브랜드의 경우 제1 브랜드의 후광을 등에 업고 출발하는 만큼 시작이 어렵지는 않다”라며 “다만 제1 브랜드보다 더욱 정성을 들이고 보다 철저한 계획과 준비로 나서지 않으면 성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