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 본사가 위치한 서울 중구 수하동 미래에셋 센터원빌딩. 사진=박정훈 기자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1월 27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마이데이터사업(본인신용정보관리업) 본허가를 받았다. 마이데이터는 여러 금융기관에 흩어져 있는 고객 정보를 한데 모아 통합 관리하고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네이버파이낸셜은 다음날인 28일 바로 네이버페이 신용관리서비스를 선보이는 등 사업을 본격화했다.
문제는 네이버파이낸셜이 ‘꼼수’로 본허가를 받았다는 논란에 휘말렸다는 점이다. 사업 허가 요건 중 하나는 회사 지분율이 10% 이상인 대주주의 적격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이버는 2019년 말 미래에셋그룹 계열사 4곳에서 8000억 원의 지분 투자를 받아 네이버파이낸셜을 세웠고, 미래에셋은 네이버파이낸셜 대주주가 됐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사업 예비허가를 받았는데, 올 초 미래에셋대우가 외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본허가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응책으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 일부를 의결권 없는 전환우선주로 바꿔 지분율을 기존 17.66%에서 9.5% 낮췄다. 금융위는 이를 인정해 27일 사업 허가를 내줬고, 대신 미래에셋이 네이버파이낸셜 주요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 의결권 있는 지분율도 높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목표했던 허가를 받았지만 금융위와 미래에셋, 네이버 모두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카카오페이와 삼성카드, 한화카드 등은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이유로 예비허가도 내주지 않은 금융위가 미래에셋대우의 법 위반 의혹에도 다시 예비허가를 거치지 않고 네이버파이낸셜에 바로 본허가를 내줬다. 금융당국이 네이버와 미래에셋을 봐주는 모양새가 됐다”고 했다.
이어 “네이버는 금융위 조건부 승인 덕에 미래에셋 참견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결론을 얻었다지만 미래에셋은 좋지 않은 분위기다. 이번 지분 투자는 미래에셋이 원하는 금융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함께 경영하려는 목적이었는데 금융위가 내건 조건으로 지분이 무의미해졌다”며 “네이버파이낸셜이 미래에셋 외 타금융사와 제휴해도 수긍해야 한다는 뜻으로, 미래에셋은 네이버파이낸셜에 지분 투자한 돈이 의미를 잃은 셈”이라고 했다.
사실 양사 협업은 첫 단추를 끼울 때부터 잡음이 나왔다. 양사는 2017년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를 교환하면서 미래에셋대우는 네이버 지분 1.71%를,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의 지분 7.11%를 보유하게 됐다. 이로 인해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증대 효과를 거뒀고 기존 약 6조 6000억 원인 자기자본이 7조 1000억 원으로 늘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자사주를 상호 교환하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은 미래에셋대우와 네이버 간 자사주 맞교환을 통해 의결권을 되살리고 자기자본 증자 부담도 줄였다.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 8조 원 이상 사업자에 허용된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을 하려면 증자가 필요했는데, 주식 교환으로 사실상 지주회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증자 부담을 줄인 셈이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도 네이버 보유 지분이 3.73%에 그쳐, 단순 사업 협력에서 나아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자사주를 교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다.
그 근거로는 양사의 계약에 규정된 콜옵션과 우선매수권이 언급됐다. 기업의 경영권을 처분하는 것처럼 위장한 후에 일정 기간 뒤에 지분을 다시 사는 ‘파킹 거래’란 지적이었다. IT업계 관계자는 “단순 투자가 아니라 서로 백기사가 되어주기로 했다는 뜻으로 제3자에게 자사 지분을 팔지 못하도록 한 옵션을 걸었다는 것이 그 증거”라며 “사실상 박현주 회장과 이해진 창업주 지분이 부활되는 편법 지배”라고 했다.
네이버와 미래에셋그룹의 지분 교환을 통한 동맹 관계가 최근 마이데이터사업 과정에서의 차질로 껄끄러워지는 모양새다.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이자 GIO(글로벌투자책임자)가 지난 2018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질의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후 지난해 선보인 종합자산관리계좌(CMA) ‘네이버통장’의 명칭을 두고 혼란을 겪었다. 미래에셋대우가 만들어 네이버파이낸셜이 판매하는 상품임에도 IT기업 이름과 ‘통장’이라는 은행 성격의 명칭으로 마치 네이버가 만든 은행 상품이라는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결국 네이버는 ‘미래에셋대우CMA네이버통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그 사이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중국 안방보험과 법적 다툼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돌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미끄러지면서 파트너인 네이버가 지속적으로 불확실성에 시달려야 했다는 관측이다. 박현주 회장이 네이버파이낸셜에 관심이 많고 경영에도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면서, 네이버가 미래에셋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우려했다는 얘기도 있다.
앞서의 재계 관계자는 “네이버통장 네이밍 논란뿐 아니라, 일본에서 네이버 라인이 본래 미래에셋, 다이와 협업해 금융업에 뛰어들고자 했으나 박현주 회장의 무리수로 라인이 노무라 증권과 손잡았다는 후문도 있다”며 “미래에셋의 거듭된 잡음으로 네이버에 있어 부담스러운 주주가 됐다”고 했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네이버는 더는 정부 규제를 받지 않고 싶어 하기에 비난받을 건수를 마련하지 않으려 한다”며 “그런 쪽으로 예민하다보니 이번 마이데이터사업에서의 논란이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양사가 맞교환한 주식의 가치가 크게 달라진 점도 네이버 입장에서는 불만 요소일 수 있다. 2017년 자사주 맞교환을 하면서 네이버 주가는 급상승했으나 미래에셋은 변동이 없었다. 앞서의 IT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맞교환 이후 네이버 주가는 2배 가까이 뛰면서 미래에셋은 주가 차익이 엄청나지만 네이버는 미래에셋 주가가 별로 안 올라 이익 대신 노이즈만 얻게 되니 여러모로 감정이 쌓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최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1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결정한 배경 중 하나로 네이버와의 관계가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네이버가 새 파트너를 얻게 되면, 양사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있다. 네이버가 다른 금융사와 손을 잡거나 지분 교환을 하게 되면 미래에셋에도 불만이 생길 수 있다는 것. IT업계 관계자는 “제주은행 인수설 보도도 네이버가 미래에셋과의 파트너십에 지쳐 다른 협력사를 찾다가 나왔다는 풍문이다. 금융사를 인수해 라이선스를 확보하거나, 새 주주를 끌어들여 자본 확충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래에셋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반론도 있다. 포털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가 마이데이터사업을 위해 네이버파이낸셜 보통주를 우선전환주로 바꾼 건 양사 협조가 잘됐으며 협업이 유지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마이데이터사업과 관련해 미래에셋대우 측은 “외환거래법 위반은 검찰 조사도 시작되지 않아 위법이라 판단할 수 없다. 편법적으로 한 건 아니기에 꼼수라는 건 과한 해석”이라며 “앞으로 있을 검찰조사 등에 성실히 임할 것이며 관련 내용을 적극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와의 지분 교환은 AI 등의 기술과 금융 콘텐츠 결합을 통한 새 서비스 공동 추진 등 사업적 시너지 추구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차원에서 결정될 것일 뿐 지배구조 강화 등의 목적은 아니다”라며 “네이버파이낸셜 투자 또한 양사 보유 핵심 역량을 효과적으로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자 진행했으며, 경영권 참여 등 목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