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음식 코너에서 한 고객이 “판매원이 말을 많이 해 위생적으로 문제가 있지 않을까”라는 불만을 던졌다. 한참 동안 그 고객의 말을 들은 세키네 씨는 그 고객이 위생적인 면 때문이 아니라, 점원이 다른 고객을 상대하느라 자기에게 말을 걸지 않은 것에 화가 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세키네 씨는 “뒤편에 숨겨진 ‘진짜 불만의 원인’을 꿰뚫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클레임 대응의 기본은 이 숨겨진 불만을 해결하고 고객이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 능숙하게 클레임에 대응했다면 상황이 역전돼 불만 고객을 회사의 팬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완벽한 불만대응을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불만처리 기록과 불만대응 매뉴얼 작성이다. 불만처리 기록은 고객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연락하기 쉬운 시간, 불만을 해결한 방법 등을 적은 것. 후임자도 기록을 보며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꼼꼼히 적어놔야 한다.
고객 응대시 상사 등장 기준을 정해두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의 입장에선 하급자 대신 윗사람이 대화에 응한다면 자신이 ‘중요한 고객으로 취급되고 있다’든가 ‘이야기하기 쉬워지겠다’는 인식을 하게 된다. 따라서 ‘클레임 처리가 10분 이상 지연되고 있을 때’라든가 ‘고객이 같은 불만을 3번 이상 반복했을 때’ 등 상사가 등장해야 할 타이밍을 미리 정해두면 좋다.
가장 쉽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것이 기업이 잘못했을 때 즉시 사과하는 것이다. 세키네 씨는 서비스업의 경우 점포가 문을 열기 전 “죄송합니다”라고 큰소리로 복창하는 훈련이 효과가 있다고 조언한다.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의 입장이 되어보는 ‘롤플레잉’ 훈련도 효과적이다.
반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태도는 돈으로 해결하려는 것이다. 문제는 돈이 아니라 태도다. 1만 원짜리 상품에 문제가 생겼을 때 성실히 응대·사과하는 대신 1만 원으로만 해결하려 한다면 괘씸한 태도에 마음이 상한 고객이 시간낭비 등의 이유를 들며 2만 원 배상을 요구하지는 않을까.
‘클레임 제로운동’도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 클레임 제로운동이 고객의 불만이나 회사의 잘못된 점을 숨기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형쇼핑몰 도후쿠 쟈스코는 고객에게 불만카드를 접수한 뒤, 그 회답내용을 점포에 붙여 모두가 읽을 수 있도록 했다. “변을 보고나서 잠을 자라”는 등 엉뚱한 고객들의 글에도 “네. 잠들기 전에는 반드시 화장실에 먼저 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성의 있게 대응했다. 그러자 불만카드는 점점 줄어들었다. 지금은 클레임 발생하지 않는 기업이 아닌, 클레임을 최대한 활용하는 기업이 시장을 제압하는 시대임을 잊지 말자.
김지혜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상식결여형
슈퍼마켓에서 팔고 있는 무농약 야채를 벌레가 먹었다고 화를 내거나, 생선에서 비린내가 난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유형. 논리적으로 설명하고 대응해도 강하게 반발하기 때문에 대응의 난이도가 높다.
▷다키모토형
다키모토는 소니, 니콘, 오사카가스 등 거대 기업을 무릎 꿇게 만든 ‘전설적인 불만고객’의 이름이다. 그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의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혹은 그 기업을 위해 의견을 내고 항의를 했다. 다키모토 유형엔 주로 연령층이 높은 남자들이 많다. 기업체로서도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면 도움을 얻게 될 때도 있다. 다른 유형과 구별해 전임담당자를 붙이는 것이 포인트.
▷집착형
장시간 불만을 계속 늘어놓는 유형. 종업원의 서 있는 위치부터 표정이나 언동의 세세한 부분까지 트집을 잡는다. 이런 고객들한테 고분고분하면 오히려 많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요구에 대해서는 확실히 거절하는 것이 현명하다.
▷분노폭발형
소리를 지르거나 심하게 우는 등 과격한 유형. 먼저 상대의 말을 유심히 들어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그리고 상대의 흥분이 가라앉으면 침착하게 회사의 방침이나 대처방법을 전달하자.
▷기회주의형
본인은 그렇게 화가 안 났지만 주위에서 부추기는 바람에 불만을 이야기하는 유형. 주위의 말을 듣고 점점 자신도 그렇다고 생각하게 된다. 최대한 빨리 해결하는 것이 포인트다. 기업 측에 준비가 되어있다면 상품교환은 물론, 사죄의 물품을 제공하는 것도 유효하다.
▷약자 괴롭히기형
일부러 신참 여성사원을 괴롭히기 위해 어려운 질문을 하거나 상품을 숨겨두고 ‘찾아와’라고 하는 악질적인 유형이다. 이런 경우엔 상사에게 연락하는 게 우선이다. 고객 본인에게는 이후부터 책임자가 대응할 것이라고 통보해 둬야 한다.
▷지능형
‘여기서 구입한 상품을 선물로 줬다가 그 사람과 사이에 금이 갔다’는 등 불만을 토로한 뒤 금품을 요구하는 경우. 악의적인 사기유형이기 때문에 베테랑 직원이 아니면 당하기 십상. 대응에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하고 경험 많은 상급자와 공동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