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장대호가 2019년 8월 18일 경기도 고양시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검정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범죄 심리 관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장대호의 과대망상을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장대호는 과대망상증 환자다. 그가 옥중에서 글을 쓴 이유는 자신을 영웅시하고 싶은 심리가 있는 거다. 장대호는 자신이 한 번이라도 더 언급되고, 자신의 글이 확대·재생산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프로파일러로 활동했던 배상훈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장대호는 자신의 지적능력을 과시해서 존경받고 싶은 거다. 그 지적능력이라는 게 심도 있는 것도 아니고, 잡지식에 불과하다. 하지만 내가 이 정도로 많이 알고 있다는 걸 남들이 날 무시하기 전에 ‘선빵’ 날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배 교수는 “장대호에겐 감옥 담장 안과 밖이 중요한 게 아니다. 장대호에겐 사람들이 자신을 못 알아봐 준다는 생각이 감옥인 거다. 사회가 자기를 알아주느냐 안 알아주느냐 하는 자존감의 문제인데, 사람들이 자신을 알아준다면 감옥에 있어도 더 나은 삶이 되는 것”이라며 “나를 알리고 싶고 인정받고 싶어 하는 건 장대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잔혹 범죄자’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강호순이 자서전을 쓰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모텔 직원이던 장대호는 모텔 투숙객이 자신을 무시했단 이유로 살해했다. 그런 뒤 시신을 토막 낸 뒤 한강에 버렸다. 그는 경찰에 자수했고, 취재진 앞에서 “이 사건은 흉악범이 양아치를 죽인 사건”이라며 “(피해자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다. (피해자가) 죽을 만한 짓을 했다. 피해자에게 하고 싶은 말, ‘너 다음 생에 그러면 나한테 또 죽어’”라고 말했다.
장대호는 당시에도 취재진 앞에서 자신의 지적능력을 과시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장대호는 “고려시대 때 김부식 아들이 정중부 수염을 태운 사건이 있었다. 정중부가 원한을 잊지 않고 있다가 무신정변 일으킨 그 다음 날 잡아 죽였다. 남들이 봤을 때는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것이지만 당사자한테는…”이라고 말하다가 경찰의 제지에 말을 끝내지 못했다.
배상훈 교수는 “잔혹 범죄자들이 잔혹하게 누군가를 살해하는 이유도 관심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일베 사이트에선 누군가를 더 잔혹하게 죽일수록 댓글도 많이 달리고 추앙받는다. 장대호가 잔혹하게 살해하고, 말도 세게 하는 이유다. 장대호는 범행 전부터 일베 사이트에 글을 써왔기 때문에 그런 문화에 익숙했다”고 전했다.
이어 배 교수는 “실제로 프로파일링을 하면서 만난 잔혹 범죄자들의 범죄 이유가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형량을 깎기 위해선 재판이나 공개 석상에서 그렇게 말하진 않는다. 하지만 끄집어내다 보면 결국 멋있어 보이기 위해서란 결론으로 다다르게 된다”며 “결국 낮은 자존감을 보상받기 위해서 사람을 더 잔혹하게 죽이고, 다른 사람들이 관심 가질 만한 이슈에 글을 쓰고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