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에 휘말리는 연예인들이 많아지면서 연예기획사에 사실 관계가 어긋난 내용의 학폭 폭로 협박이 가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의 홍보 스틸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는 무관하다. 사진=OC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 스틸 컷
대부분의 연예인은 어느 순간 뜬다. 여기서 ‘뜬다’는 의미는 스타 등극까지는 아닐지라도 유명세를 갖게 되는 시점을 의미한다. 무명이던 연예인을 대중이 알아보기 시작하는 시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중이 얼굴을 알아보고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는 시점 정도면 일단 뜨기 시작한 거다. 신인이 하루아침에 좋은 작품(드라마나 영화, 예능, 노래 등)을 만나 뜨기도 하고, 조단역 배역부터 꾸준히 소화하며 조금씩 얼굴과 이름을 알리다 비로소 존재감을 드러내는 작품을 만나 뜨기도 한다.
연예인에게 유명세는 필수 요소다. 그래야 인기도 얻고 스타가 될 수도 있다. 아무리 연기를 잘하고 노래를 잘하고 말솜씨나 댄스 실력이 출중해도 유명세를 얻기 전까진 대중 연예인이라고 부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예인과 함께 일하는 연예기획사에서는 이 시점이 가장 행복한 때이지만 가장 두려운 시기이기도 하다. 유명세를 갖게 되는 시점에 어두운 과거가 드러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요즘 가장 흔한 사례는 학폭이다. 연예인이 학폭 가해자였고 자신이 피해자였다고 주장하는 이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그 사실을 밝히면서 논란에 휩싸인 연예인들이 많다. 이런 논란에 휘말린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실제 학폭 가해자였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뒤늦은 사과를 하기도 하지만 그 여파는 상당히 크다. 그런데 연예관계자들에 따르면 공개되지 않은 학폭 논란도 많다고 한다. 다음은 한 중견 연예기획사 임원의 설명이다.
“소속사로 ‘학창시절 소속 연예인의 학폭으로 너무 힘들었다’며 ‘그런 가해자가 연예인으로 활동하는 것을 보는 것 자체로 2차 피해라며 활동을 중단하라’는 전화가 걸려오는 일이 있다. 그런 경험을 한 연예기획사가 꽤 있을 것이다. 사실 SNS 등에 글을 올리지 않고 먼저 전화를 걸어준 분에게 진심으로 고마울 때가 많다. 그래서 소속 연예인과 피해자를 만나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는 경우도 있다. 간혹 그 과정에 어려움이 있어 합의금을 건네는 경우도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소속 연예인이 학폭 가해자라는 사실을 강하게 부인하고 실제로 그랬다는 객관적 증거도 없는데 무작정 사과와 합의금을 요구하는 경우다. 말 그대로 협박인데 그럴 땐 정말 곤란하다. 버티다 폭로 글이 올라오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질지라도 이미 해당 연예인은 활동이 불가능할 만큼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정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가장 흔한 사례는 학폭이 아닌 빚투 관련 사안에서 벌어진다. 과거에 연예인 누구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못 받았다는 주장부터 같이 사업을 했는데 투자한 돈을 못 돌려받았다는 주장도 있다. 특히 채무 문제로 힘겨운 나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진 연예인의 소속사가 이런 전화를 자주 받는다. 이미 이런저런 채무 관계가 복잡한 상황에서 그런 전화를 받으면 소속사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최근 몇 년 새 일부 연예인이 학폭, 빚투, 미투 등으로 구설에 오르는 일이 많아졌는데 관련된 협박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연출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무관하다. 사진=임준선 기자
“돈 문제로 전화가 오는 경우는 매우 적극적이고 격앙돼 있는 상태인 경우가 많다. 아무래도 돈 문제는 늘 절박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의 경우 본인이 직접 전화를 걸기도 하고 변호사를 통해 연락이 오기도 한다. 정확한 사정을 모르는 터라 우선 해당 연예인과 상의를 한다. 실제 돈 문제가 물려 있는데도 해당 연예인이 무조건 아니라고 얘기하는 경우도 있는 만큼 우리도 진지하게 상황을 살펴보며 대응한다. 그런데 보면 이미 소송까지 가서 패소한 뒤에 회사(연예기획사)로 전화해 돈을 빨리 안 갚으면 다 폭로하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미 과거의 일로 입증이 어렵고 공소시효 문제 등도 있는 학폭과 달리 빚투는 법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피해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도 법원을 통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원에서 패소한 뒤 소속사로 전화해 이를 폭로하겠다며 돈을 갚으라고 하는 경우는 협박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연예기획사 입장에서 더 곤란한 경우는 그 반대의 경우다. 앞서 연예기획사 대표의 이어지는 얘기다.
“며칠 전에 소장을 접수했다며 그냥 조용히 돈 갚고 끝내자는 연락을 받아 본 경험도 있다. 그리고 며칠 지나면 실제로 소장이 날아온다. 이런 경우 우리도 변호사를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는데 정말 질 것 같은 소송이면 최대한 조용히 끝내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 억지 소송인 경우도 많다. 우리 쪽 변호사는 소송 가면 쉽게 이길 거라고 얘기하는데 그쪽에서 언론을 찌르고 다니기 시작하면 복잡해진다. 언론에서 연예인 누가 빚투로 소송을 당했다고 기사가 나오면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빚투에 휘말려 이미지 타격을 크게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라 취재 문의 오는 기자에게 상황을 잘 설명해 기사를 막아야 하는데 그런 일이 정말 힘들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