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령 재택근무나 온라인 수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랜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있거나, 여가 시간에 TV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보는 시간이 폭발적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신체 부위는 다름 아닌 눈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 화면에서 방출되는 청색광은 특히 안구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더해 야외 활동 시간이 급격히 줄어 햇빛을 많이 쐬지 못하게 된 점, 마스크 착용 시간이 길어진 점도 눈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문의들은 더 늦기 전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어느 때보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이 중요해졌다고 충고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시력 저하’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 영국의 안과질환 예방 및 치료 연구 후원 단체인 ‘파이트 포 사이트(Fight For Sight)’가 성인 201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기간 동안 응답자의 49%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이 전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 가운데 3분의 1은 하루 두 시간 이상 증가했다고 응답했다.
시력이 저하됐다고 생각하는 열 명 가운데 네 명은 글씨를 읽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으며, 17%는 야간 시력이 나빠졌다고 응답했다. 이런 증상에 대해 애스턴 대학의 검안학 교수인 제임스 울프존은 눈의 피로와 안구건조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와 관련, ‘파이트 포 사이트’ CEO(최고경영자)인 셰린 크라우제는 “코로나19 감염병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디지털 작업, 온라인 학습, 심지어 가상 세계에서의 만남을 더 많이 할 수밖에 없게 됐다. 때문에 지난해 스크린 타임이 급증했다는 것은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검안사이자 검안사대학의 대변인인 대니얼 하디만-메카트니 역시 “우리는 1년 전과 비교해 눈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줌 화상회의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컴퓨터 화면을 몇 시간 동안 응시하는 행동은 우리 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사람들이 안과 질환 증상을 호소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고 덧붙였다. 더욱이 데스크톱보다 더 작은 화면인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작업할 경우 눈의 피로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눈의 피로감은 눈을 깜빡이지 않거나, 휴식을 취하지 않고 장시간 집중해서 일에 몰두할 경우 발생하며, 안구건조증은 눈물이 충분히 생성되지 않거나 눈물이 너무 빨리 증발해서 발생하는 증상이다.
이와 관련, 울프존 교수는 “안구의 표면은 매우 건조하고 거칠다. 때문에 우리는 눈을 깜빡여서 안구 표면에 눈물을 짜내어 촉촉함을 유지하고 세포에 영양과 항균성분을 공급하게 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또한 “눈물층에서 충분한 윤활유(눈물)를 공급하지 않으면 눈이 따갑고 욱신거릴 수 있다. 안구건조증은 50세 이상에서 흔히 나타나는데 이런 경우 노안을 교정하기 위해 독서용 안경을 착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디지털 화면을 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어린이와 젊은 성인들에게서도 이러한 증상이 점점 더 흔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난방이 작동되는 건조한 실내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화면을 응시하면 눈을 덜 깜박이게 되고, 이로 인해 안구건조증의 위험이 증가한다. 이런 습관은 일시적으로 시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울프존 교수는 말한다.
검안사협회 임상 책임자인 피터 햄슨 박사 역시 “장시간 집중하는 게 문제”라고 말하면서 “예를 들어 무거운 상자를 들어올릴 때를 생각해보라. 상자를 들어 올릴 때는 괜찮지만 계속해서 들고 있으면 결국 팔이 아프기 시작한다. 눈도 마찬가지다. 무언가에 집중한다는 것은 일정한 거리에서 오랫동안 초점을 맞추도록 눈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눈이 불편하고 피곤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은 망막에 침투하는 해로운 청색광을 방출해서 다양한 안과 질환을 일으킨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햇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줄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출퇴근 시간이 없어지며 매일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카디프대학의 근시 연구 교수인 제레미 구겐하임은 “연구 결과 야외에서 보내는 시간이 적으면 근시가 발달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아무래도 실내는 야외보다 빛이 부족하고, 잘 안 보이기 때문에 집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또한 햇빛이 안구 길이가 늘어나는 것을 억제해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밀폐된 실내에서의 조도는 평균 300~500룩스인 반면, 화창한 여름날 야외의 조도는 10만 룩스 정도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진행된 연구에서 근시 환자가 1년 가운데 어두운 계절에 더 증가한다는 사실도 이를 뒷받침한다.
또 다른 우려는 근시가 단지 시력 저하만이 아니라 심한 경우 실명을 초래하는 심각한 안구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근시인 경우 망막 박리(망막이 안저로부터 분리되는 상태) 발생 확률이 10배 더 높아지며, 녹내장과 백내장도 근시가 있는 사람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난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눈이 건조해진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에서 내쉬는 호흡이 눈의 표면으로 향해서 눈물을 증발시키기 때문이다. 이는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문제이며, 코에 잘 맞는 마스크를 착용함으로써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청색광 역시 문제다. 디지털 기기의 화면은 망막에 침투하는 해로운 청색광을 방출해서 다양한 안과 질환을 일으킨다. 가령 눈의 피로, 흐릿한 시야, 가려움, 화끈거리는 느낌 등이 있다. 또한 눈을 자극해서 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밖에도 스마트폰 화면에서 나오는 청색광은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함으로써 수면 패턴을 변화시킨다. 때문에 가능한 잠자기 2시간 전부터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렇다면 눈의 피로감을 줄이고 시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핵심은 거리다. 스마트폰이든 책이든 가까운 거리에서 너무 오래 쳐다보는 것은 좋지 않다. 이렇게만 하지 않아도 근시의 위험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또한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볼 때는 주기적으로 고개를 들어 먼 곳을 쳐다볼 필요가 있다. 눈도 휴식이 필요기 때문에 화면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보거나 야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여기에 덧붙여 ‘파이트 포 사이트’의 크라우제는 “모든 실명 사례의 절반 이상은 조기 발견 및 예방을 통해 막을 수 있다. 때문에 정기적인 시력 검사로 위험을 조기에 발견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눈 건강 지키는 방법 ◎ 20-20-20 규칙을 지킨다 ‘파이트 포 사이트’가 권장하는 눈의 피로를 예방하는 방법이다. 20분마다 화면에서 눈을 떼고 20피트(약 6m) 떨어진 곳을 20초 동안 본다. 이렇게 하면 잠시나마 눈을 쉴 수 있다. 눈을 자주 깜박인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밝은 화면을 집중해서 보게 되면 눈을 덜 깜박이게 되고, 이로 인해 눈이 더 건조해질 수 있다. 눈을 자주 깜박이면 눈물막이 복원돼서 눈가가 촉촉하게 유지된다. 화면의 위치를 알맞게 조정한다 노트북을 무릎 위에 올려놓는 건 잘못된 자세다. 눈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노트북의 윗부분이 눈높이에 오도록 맞추는 것이 좋다. 모니터는 앉은 위치에서 40~75cm 떨어지도록 놓고 머리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사용한다. 글씨를 크게 한다 모니터의 확대 비율을 높이거나 글꼴을 키우면 눈의 피로도가 줄어든다. 자신이 보기에 가장 편한 크기로 조정해서 사용한다. 주변 조명은 적당히 어둡게 한다 주변이 너무 밝으면 사물에 반사된 빛 때문에 눈부심이 일어나 눈이 쉬 피로해진다. 주변에 비해 화면이 밝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실내조명의 밝기를 조절한다. 밖에 나가 햇빛을 쐰다 눈이 피곤해지면 잠시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휴식을 취한다. 가능하다면 창밖을 바라보거나 밖으로 나가 햇빛을 쐬는 게 좋다. 인공눈물을 사용한다 위의 방법을 사용해도 효과가 없다면 눈을 촉촉하게 해주는 인공눈물을 사용한다. 다만 안구건조증을 유발할 수 있는 방부제가 함유되어 있지 않은 제품으로 선택한다. |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