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점심을 놓쳐 오후 3시경 동네 중국집에 갔다. 간짜장을 한 그릇 주문하곤 무심히 텔레비전을 바라보는데 재방송 프로그램에서 ‘착한 가격, 착한 식당’을 소개하고 있었다. 텔레비전에 소개되는 그곳은 짜장면이 2500원 짬뽕이 3000원에 짜장면과 미니탕수육을 7000원에 제공하는 아주 저렴한 중국집이었다.
원동연 리얼라이즈 픽쳐스 대표
손님이 한 사람도 없었던 오후 시간 같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던 주인아주머니는 나에게 7000원짜리 간짜장을 내어주시면서 멋쩍은 웃음을 지었고 나도 그저 웃음으로 어색함을 모면하려고 했다. 괜시리 아주머니를 흘끔거리면서 짜장면을 다 먹은 나는 계산대에서 아주머니에게 1만 원짜리 하나를 건넸고 주인아주머니는 “저희는 착하지 못해서 죄송하네요”라고 요구르트 음료를 하나 주셨다. 난 주인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농담이시죠? 이 집 짜장면이 진짜 맛있고,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착한 거지요. 아주 착하십니다”라고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와서도 내내 중국집 아주머니의 잔상이 떠나지 않았다. 2021년 서울의 중국집 짜장면 가격은 5000~7000원 내외일 것이다. 나는 그 가격이 절대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1년이 넘게 계속되는 코로나19 대유행은 끝날 기색이 없고 치솟는 원부자재가격에 인건비도 매년 상승한다. 임대료는 내릴 기색이 없고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로 인해 영업시간도 단축됐다. 짜장면 가격이 도대체 무슨 수로 내려간단 말인가.
그런데 평균 가격의 반값도 안 되는 가격으로 제공하는 식당에게 ‘착한 식당, 착한 가격’이라고 규정하는 것이 내내 불편했다. 그 착한 식당들의 내면의 상황을 다 아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도 건물이 자가이든지 원부자재를 직접 경작할 것으로 보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가족들끼리 운영하는 가족식당이거나, 무엇인가 일반적인 식당들과 다른 차별적인 요인이 가격을 저렴하게 만들 것이다.
그 착하다는 식당들도 임대료 다 내고, 인건비 다 지불하고 원부자재도 사입하면서 영업을 하면서도 평균가격의 반값으로 제공한다면 그건 경영의 신이다. 그런 노하우로 더 거대한 영업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건 쉽지 않은 일이란 걸 누구나 알 것이다.
‘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곱고 어질다’이다. 그렇다면 2500원에 짜장면을 제공하는 식당이 착한 식당이라면 5000원 6000원에 제공하는 식당은 ‘못된 식당, 나쁜 식당’이라는 말인가. 물론 2500원에 제공하는 식당에 그저 네이밍으로 ‘착한 식당, 착한 가격’이라고 한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착해서 불편하다. 그런 착함을 이용하는 게 너무나 불편하다.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도 지역별로 착한 가격 식당을 선정해서 시민 누구나가 검색하도록 하고 있고 착한 가격 식당에 선정되면 각종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가격이 저렴하고 서비스가 훌륭하면 착한 가격 식당이라고 선정한다고 한다는데 나는 다른 건 다 좋은데 ‘착한’이란 단어 선택이 싫다. 아주 많이 싫다. 그냥 저렴한 식당이라고 했으면 좋겠다.
요즘 우리 자영업자들이 많이 힘들다고 한다. 지난 1년여 동안 가장 피해를 많이 입고 가장 고통을 많이 받은 사람들이 자영업자들이다. 이제 그들이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도록 정부당국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고통을 어루만지고 이해하고 도와줘야 할 시기다.
안 그래도 힘든 사람들에게 착함을 강요하지 말자. 인내를 종용하지 말자. 평균가격으로 받고 있는데 착하지 않다면 뭘 어쩌란 말인가. 착할 수 없는 상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착해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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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연 영화제작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