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진 KCC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됐다. 사진=박정훈 기자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정몽진 케이씨씨(KCC)그룹 회장이 지난 2016년~2017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KCC납품업체 등 10개사와 친족 23명을 의도적으로 누락한 행위를 적발해 고발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정 회장은 본인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차명주주 명의로 운영해온 실바톤어쿠스티스를 지정자료 제출에서 누락했고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차명보유 사실이 드러난 이후인 2018년이 돼서야 자료를 제출했다.
친인척 등이 지분 100%를 가진 동주 등 9개 회사 역시 자료 제출 시 고의로 누락했다. 특히 이 가운데 7개 회사는 KCC와의 내부거래 비중이 컸다. 정 회장은 또 외삼촌, 처남 등 23명의 친족을 현황자료에서 누락하기도 했다. 지정자료에서 친족독립경영이 인정된 불니 친족은 기재하면서도, 미편입 계열사 관련 친족들은 지속적으로 누락했다.
공정위는 계열회사 누락으로 KCC가 지난 2016년 9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에서 제외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을 고려했을 때 정 회장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인식가능성이 현저하고 그 중대성이 상당해 고발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차명주주 이용과 친족 은폐 등을 통해 외부 감사시스템이 미편입계열사의 존재를 확인하기 어렵게 해 대규모 기업집단 규제 적용을 봉쇄했다는 것이다. 법에 따라 자료제출 의무와 책임은 회사가 아닌 정 회장 개인에게 있다.
공정위는 매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등 지정을 위해 각 기업집단의 동일인에게 소속회사 현황, 친족 현황, 소속회사의 주주 현황, 비영리법인 현황, 감사 보고서 등의 지정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이와 관련 법 위반행위의 인식가능성과 중대성 등을 토대로 고발 여부를 결정하는 고발지침을 도입했다. 이번 정 회장 고발은 앞서 차명주식 자료 제출을 누락한 혐의로 고발 조치된 이호진 태광 전 회장 이후 두 번째다.
이에 대해 KCC는 같은날 공정위 조사결과에 대해 “실무자들이 관련 절차와 기준을 파악하지 못해 벌어지게 된 일”이라며 “앞으로 내부 시스템을 개선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수는 인정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앞서 공정위 조사에도소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만큼 앞으로 검찰 조사에서도 이에 대해 적극 해명하겠다는 입장이다.
정 회장 일가·친척이 지분 100%를 가진 업체들과 KCC 간 부당 내부거래도 없었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부당거래를 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거래가 일부 있더라도 미미한 수준이다”라고 해명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