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제19대 대선 당시 시민들이 투표를 하고 있는 투표소 모습. 사진=박정훈 기자
과거 재보궐 선거는 사유가 있을 때마다 열렸다. 하지만 1991년 지방자치제 재도입으로 지역별 선거날짜가 달라지고 선거 횟수가 증가해 비용이 늘어나자, 국회는 선거법 개정을 통해 2000년부터 1년에 두 번 날짜를 정해 치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상반기는 4월 마지막 수요일, 하반기 재보선은 10월 마지막 수요일에 치르게 됐다.
이후 2015년 7월 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재보선은 4월 첫 번째 수요일, 1년에 1회로 줄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장 재보선의 경우 2020년 12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통해 4월과 10월 첫 번째 수요일 연 2회 실시하게 됐다.
2000년 이후 재보선은 총 35번 치러졌다. 이 중 전국단위 선거와 동시에 열리지 않고 재보선만 실시한 것은 28번이다. 재보선만 치러지면 법정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투표율은 높지 않았다. 종합 투표율은 평균 32.7%를 보였다.
기초자치단체장이나 기초의원만 뽑는 재보선에서는 종합 투표율이 20%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들의 이목을 끄는 선거가 있어야 투표율이 높았다.
종합 투표율이 가장 높았던 재보선은 2019년 4월 3일 치러진 선거로, 48.0%를 기록했다. 경남 창원 성산구와 경남 통영·고성 두 곳에서 20대 국회 마지막 보궐선거가 열렸다. 창원 성산은 지역구의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드루킹 사건’과 관련해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가 불거지자 스스로 목숨을 끊어 치러졌던 선거였다.
처음에는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강기윤 후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정의당 여영국 후보로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개표결과 여영국 후보가 45.75%로 45.21%의 강기윤 후보를 0.54%포인트(504표) 차이로 극적인 승리를 거뒀다. 노회찬 전 의원의 죽음에 대한 비통함에 진보진영이 결집한 결과인지 투표율도 51.2%가 나왔다.
2011년 10월 26일 실시된 재보궐선거 종합 투표율이 45.9%로, 2위였다. 당시 선거는 모든 시선이 서울시장 선거로 쏠렸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에 책임을 지고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시작됐다.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서 나경원 전 의원이 등판했다. 진보진영에서는 박원순 당시 변호사가 안철수 교수 양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의 단일화를 거쳐 후보로 나섰다. 결과는 박원순 무소속 후보가 53.40%로 나경원 후보(46.21%)를 꺾고 당선됐다. 당시 서울시장 선거 투표율은 역대 광역자치단체장 선거 중 가장 높은 48.6%였다.
역대 국회의원 재보선 중 가장 높은 투표율은 53.9%로 2017년 4월 12일 치러진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지역구 선거였다. 전임자인 김종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배우자 선거법 위반 혐의 집행유예 선고에 따라 당선이 무효가 돼 치러졌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이었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 텃밭인 TK(대구·경북)인 탓에 공천 신청자가 난립했다. 자유한국당에서 ‘친박’ 김재원 전 정무수석비서관을 공천하자, 다른 후보들이 반발하며 무소속으로 출마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김재원 후보는 47.53%를 받으며 당선됐다. 반면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무소속 성윤환 후보(28.73%)에게도 밀린 3위(17.59%)를 기록, TK의 높은 벽을 다시금 실감해야 했다.
일반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야당에 유리하다는 게 정가의 중론이다. 과거 보수진영이 정권을 잡고 있을 때 투표율을 낮추기 위해 공작을 펼쳤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1년 4월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와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맞붙은 김해을 보궐선거에서 ‘터널 디도스’ 사건이 불거졌다. 선거 당일 창원터널 공사를 진행, 터널 통행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것이다. 창원터널은 장유 신도시 젊은 유권자들이 출퇴근에 주로 이용하는 곳이었다. 이러한 의혹에 보수 여권 관계자들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실체가 밝혀지진 않았다.
2011년 박원순 후보와 나경원 후보의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에는 선거 당일 선관위 홈페이지가 디도스 공격을 받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박 후보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들 투표를 막기 위해 한나라당 등 윗선 개입이 있다는 의혹이 쏟아졌고, 결국 ‘디도스 특검팀’까지 꾸려졌다. 하지만 90일 동안 100명이 넘는 인력이 동원된 특검은 결국 윗선의 존재를 밝혀내지 못하고 한나라당 의원실 한 수행비서관의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결론 냈다.
2월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본경선 후보자 기호 추첨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 후보들. 왼쪽부터 오신환 오세훈 나경원 조은희 후보. 사진=박은숙 기자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도 투표율이 승패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는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과 제2의 도시 부산이 동시에 시장 보궐선거를 치르면서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높다. 최근 여론조사 수치 등을 보면 ‘정권 안정론’보다 ‘정권 심판론’에 대한 목소리가 더 높은 것으로 나온다. 이는 국민의힘 측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는 요인이다.
반면 재보선은 투표율이 높지 않기 때문에 각 정당 당원이나 지지층의 조직표가 많이 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국민의힘은 최근 전국 단위 선거에서 네 번을 내리 패배하며 지역 조직이 많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 국회의원부터 시의원 구의원 등을 민주당이 절대다수로 장악하고 있다. 이에 서울시장 선거가 30%대 투표율을 보여 조직선거로 가게 되면 민주당에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을 지역구로 한 국민의힘 의원의 말이다.
“국민의힘 조직이 많이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서울시장 선거에서 투표율이 낮으면 이기기 쉽지 않다. 반면 투표율이 높으면 정권 심판을 외치는 일반 시민들도 많이 나온다는 의미다. 50%대 중후반이 나오면 조직력이 희석돼 국민의힘에 유리하다고 본다. 이에 선거 전까지 보수진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를 높이는 게 관건이다.”
투표율이 높아도 국민의힘에 유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도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을 심판하겠다는 분노 투표일 경우 투표율이 높다. 하지만 지난 4월 총선에서도 투표율이 높았지만 민주당이 압승을 했다. 조직도 문제지만, 국민의힘은 열혈 지지층이 적다”며 “투표율이 높다고 야당에 유리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