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젊은층 이혼이 가파르게 늘어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중국의 단체 결혼식 장면. 사진=연합뉴스
논어엔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나온다. 공자가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했다는 의미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선 이를 빗대 ‘삼십이리’라는 말이 유행이다. 립(立) 대신 이혼의 앞 글자인 ‘리(離 떠날 이, 리)’를 쓴 것이다. 발음도 거의 흡사하다. 1990년대생의 이혼율이 크게 상승한 세태를 풍자했다. 90년대생은 올해 21~31세다.
정부 통계에 따르면 2015~2019년 사이 결혼은 줄고 이혼은 계속 늘었다. 공식 집계는 없지만 이혼한 부부 중 35세 이하가 40%대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혼 부부 절반 가까이가 35세 미만이고, 그중에서도 90년대생이 주를 이룬다. 후베이성 스옌시의 경우 2019년 이혼한 부부 중 35세 이하가 45%, 최소 연령은 각각 22세(남) 21세(여)로 나타났다.
샨시성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홍동의 등기소 책임자 자치잉은 “2010년 이혼 수속은 100여 쌍이었는데 2019년에는 1300쌍으로 10년 동안 10배가 넘게 늘어났다. 최근 몇 년간은 젊은 사람들 이혼이 눈에 띄게 늘었다. 또 이혼하는 사람들 연령대가 낮아지는 특징을 보인다”고 했다. 자치잉은 “최근엔 90년대생들이 늘었다. 결혼한 지 1~2년 뒤 이혼하러 오는 사례가 많다”고 덧붙였다.
광저우시의 경우 이혼을 신청할 수 있는 예약이 2월 한 달 모두 찼다고 한다. 2월만 5280쌍이 이혼할 예정이다. 결혼등기 인터넷 예약 사이트는 웨이보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심지어 이혼 예약을 대신해줄 ‘황소(중국에서 암표상을 일컫는 말)’를 찾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황소들은 예약을 위해 줄을 서는 대가로 580위안(10만 원) 정도를 받는다고 한다.
저장성 취저우시 인민법원에 근무하는 원웨이화는 “90년대생은 결혼생활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참을성이 없고 충동적”이라면서 이 현상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보였다. 정부 당국도 이혼율을 낮추기 위해 1월 1일부터 이혼을 하려고 하는 부부에 대해 강제적으로 숙려 기간을 부여하는 제도를 실시했다. 중국사회과학원학부 쑨셴중 위원은 “이혼 조정기는 신중하지 못한 이혼의 사회현상을 고치기 위해 제시된 해결방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반작용으로 2020년 12월 이혼 신청이 폭주했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새해를 앞두고 새로운 규정이 적용되기 때문에 크게 늘어났다. 2020년 12월은 이혼 신청의 절정기였다”라고 말했다. 이혼 조정기에 대한 효과에도 의문부호가 달렸다. 실제 이혼을 신청한 뒤 조정기를 거쳐, 이를 철회한 사례는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안후이성 우후 통계에 따르면 1월 1일부터 27일까지 이혼을 신청한 732쌍 중 조정기를 거쳐 철회한 부부는 3쌍에 불과했다.
최근 중국 인터넷상엔 90년대생 이혼율 증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라고 한다.
인터넷상엔 90년대생 이혼율 증가를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민속전문가 창스신은 “90년대 생이 진정 ‘일어서기(而立)’를 성공하려면, 자신을 위한 결혼과 인생을 감당할 수 있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충동적인 이혼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셈이다. 또 창스신은 “부모들은 성인이 된 자녀들의 역할이 변화하였음을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90년대생 이혼의 주 원인 중 하나가 양가 부모들 때문인 것을 지적한 것이다.
30년 넘게 가사재판을 담당해온 판사는 “많은 젊은이들이 가정을 이루고도 여전히 부모에게 정신적 물질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의 의견에 좌우되기 쉽고, 부부간에 갈등이 생기면 상대방과 소통하기보다 어머니를 찾아가는 등의 경우가 많아 갈등이 증폭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90년대생의 ‘정신적 미성년’이 이혼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인터넷상에선 ‘90년생이 이혼한 100가지 이유’가 많은 화제를 모았다. ‘마마보이와 결혼해 입만 열면 우리 엄마가~부터 시작한다’ ‘입에 넣어 꼭꼭 씹은 밥을 내 아들에게 먹여주는 시어머니를 보고 도저히 대화가 안 된다’ ‘결혼을 하며 집부터 시작해 혼수 6종을 받은 뒤 뭐든 양가 어른의 말을 들어야 하는 상황’ 등의 내용이 있었다.
한 가정 전문가는 “나이가 차면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부모의 생각 때문에 ‘선 결혼 후 연애’를 하는 심정으로 결혼한 부부가 많다. 이런 결혼은 이혼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이혼은 개인적인 일이 아니다. 무수한 가정의 이해관계인의 권익과 효율적 보호는 사회의 조화로운 안정에 영향을 미친다”라고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90년생들의 충동적 이혼을 방지하기 위한 전제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지도교육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90년대생 이혼율 증가 현상을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반박도 적지 않다. 많은 네티즌들은 “가정과 사회의 안정 유지를 위해 개인의 행복을 희생하는 결혼관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졌다”라고 입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이혼이 문제가 아니다. 충동적인 결혼이나 물질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감정적 욕구를 무시하는 결혼을 삼가는 게 전제돼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결혼관이 바뀌었을 뿐이다. 90년대생은 주관이 뚜렷하고 독립적이다. 참거나 희생하지 않는다. 이혼은 정상적이다. 자신에게 합리적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결혼으로는 젊은 사람들을 매어 놓지 못한다”고 했다.
90년대생의 한 기혼녀는 “결혼은 충동적으로 할 수 있고, 이혼은 왜 충동적으로 할 수 없지?”라면서 “요즘 젊은이들은 결혼과 이혼에 대해 아주 개방적”이라고 했다. 90년대생 한 기혼남도 “이혼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1970~1980년대생이 이혼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면, 우리는 이혼해야 한다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배경화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