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 지분 10%를 확보하고 있는 개인 최대주주인 박철완 금호석유 상무는 지난 1월 28일 “기존 대표보고자(박찬구 회장)와 공동보유관계 해소에 따른 특별관계 해소 및 대표보고자 변경으로 신규보고”한다고 공시했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를 상대로 사외이사·감사 추천 및 배당확대 등의 주주제안도 제기했다. 갑작스런 그의 행보를 이해하기 위해서 금호그룹의 승계 역사와 분리 과정을 되짚어보자.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 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박찬구 회장의 독립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 차기 회장은 순서상 박삼구 회장의 장조카, 즉 박성용 회장의 아들인 박재영 씨가 된다. 하지만 박 씨는 일찌감치 경영에 뜻을 두지 않았다. 다음은 박정구 회장의 아들인 박철완 금호석유 상무 차례다. 하지만 박삼구 회장은 후계자로 아들 박세창 씨를 지목한다. 박세창 씨는 박철완 상무보다 두 살 위다.
금호석유 지분을 가지고 있던 박철완 상무는 금호아시아나를 떠나 박찬구 회장 쪽에 서게 된다. 박찬구 회장도 금호석유로 독립한 만큼 아들인 박준경 씨에게 경영권을 승계하려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박 상무는 금호석유 단일 최대주주이지만 자칫 경영권을 가진 회사가 하나도 없게 될 상황에 몰렸다.
박철완 상무가 가진 금호석유 지분가치는 시가로 8000억 원가량이다. 유동화할 수 있다면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독자적인 기업집단을 일굴 수도 있는 액수다. 현재 박찬구 회장과 맞서면 세 가지 이점이 있다. 우선 단일 최대주주로서 대규모 배당을 요구해 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다. 우호세력과 연합하면 경영권에도 도전할 만하다. 상황에 따라 금호석유 또는 박찬구 회장 부자에게 보유지분을 팔 수도 있다. 연간 5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내는 금호석유 이익잉여금은 2조 5000억 원이 넘는다. 여력은 충분하다.
박철완 상무가 행동에 나선 타이밍도 절묘하다. 박찬구 회장 부자의 금호석유 지분율은 14% 남짓에 불과하다. 대신 발행주식의 18.35%를 자사주로 보유하고 있다. 금호석유를 인적분할해 지주사와 사업회사로 나누면 자사주의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박찬구 회장 부자의 사업회사 지분을 지주사에 현물출자하면 지주사 지배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이 과정이 진행된 후에는 박철완 상무의 지분은 박찬구 회장 부자에 위협이 되지 못할 수 있다. 보유지분이 지렛대 역할이 가능할 때 실력행사를 한 셈이다.
오는 3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인다면 현재 경영권을 보유한 박찬구 회장 부자가 일단은 유리하다. 하지만 공격적인 배당 확대에 소액주주들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다. 올해부터는 상법이 개정돼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박찬구 회장은 특수관계인 3인이 7%까지 의결권만 인정된다. 박철완 상무도 3%로 제한되지만 동맹을 자처한 IS동서를 고려하면 비슷해진다. 의결권 위임장 대결이다. 감사위원은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