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한 축구 명문 사립중학교의 분란이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해외 축구 관련 이미지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축구부 감독과 코치에 대한 2020년 직무평가는 해당 중학교의 ‘2020년 학교운동부(축구) 연간운영계획’에 따라 체육부장, 운동부 담당교사(교감),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무성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검찰 기소 교장 직위해제는커녕 정관 바꿔
현재 해당 중학교 축구부 학부모들은 “학부모와 학생선수 모두 현 감독과 코치에게 평균 90~95점의 높은 평가 점수를 줬는데 축구부를 담당하는 교감 1명이 본인 마음대로 58점, 57점 등 낮은 점수를 준 뒤 이를 근거로 감독과 코치를 자르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는 이 사안이 단순히 한 중학교의 운동부 감독 및 코치의 재계약 불가와 관련된 이야기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해당 중학교 교장 A 씨는 재계약불가 통보를 받은 B 코치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인물이다. B 코치와 함께 재계약불가 통보를 받은 축구부 감독 C 씨는 성추행 당시 현장에 함께 있었던 인물로 성추행 사실을 증언했다.
원칙대로라면 교장 A 씨는 검찰 기소로 인해 이미 직위해제가 됐어야 하지만 아직 건재하다. 성추행으로 기소된 사건이므로 이를 통보받은 경기도교육청과 해당 교육지원청은 사립학교법과 형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에 따라 경찰 통보 30일 이내에 교장 A 씨의 직위해제 조치를 했어야 한다. 특히 성범죄의 경우 교육감이 단독 관할청이 되며 교육감이 법인 이사장에게 교장에 대한 징계의결 요구를 하게 돼 있다.
하지만 경기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은 “해당학교에 징계 요구를 했지만 사립학교이기 때문에 일일이 간섭할 수 없다”며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관련기사 성범죄 교원 10명 중 4명만 직위해제…경기도교육청은 왜?). 재판 중이니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는 교육부의 ‘학교 내 성희롱·성폭력 대응 매뉴얼’에 ‘학교장이 가해자인 경우 시·도 교육청이나 지역 교육지원청이 조사 및 징계 결정을 처리하도록 돼 있다’는 내용에 위배된다.
해당 사립중학교는 최근 교장 A 씨의 직위해제를 막기 위해 이사회를 통해 정관까지 수정했다. 학원정관 제44조(직위해제 및 해임)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한다’를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교원에 대하여는 직위를 부여하지 아니할 수 있다’로 고쳤다. 이를 본 학부모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해당 사립중학교는 최근 교장 A 씨의 직위해제를 막기 위해 이사회를 통해 정관까지 수정했다.
학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의 직위해제 요구에도 학교 이사회는 직위해제 논의는커녕 정관을 변경하는 꼼수를 부리며 교장을 엄호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학교 내부 관계자는 “현재 이사회와 학교운영위원회 등은 대부분 ‘교장의 사람’으로 채워져 있어 교장의 권위를 살려주는 ‘거수기’ 역할을 할 뿐 교장이 아무런 견제 없이 마음대로 학교를 주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코치진 “재계약 불가 통보는 부당해고”
축구부 감독과 코치는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하는 구조다. 매년 직무평가를 통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통상 계약을 연장하는 게 관례다. 더구나 코치진의 마인드와 실력에 따라 향후 축구선수로 앞길을 닦아나가야 하는 학생선수들의 진로가 결정된다는 점에서 학부모와 학생선수의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축구부 관련 집행예산 중 상당 부분을 학부모들이 부담하고 있다. 시 체육회의 지원을 제외하면 학교에서 추가로 부담하는 금액은 거의 없다. 더구나 축구부 코치진은 2020년 직무평가에서 학부모와 학생선수에게는 모두 좋은 점수를 받았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B 코치는 이미 해당 중학교에서 4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또 성추행 현장을 증언 한 축구부 감독 C 씨 역시 이 중학교에서 6년 넘게 코치진으로 근무하고 있다. 때문에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은 해당 코치와 감독은 이번 결정을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B 코치는 “이해가 전혀 되지 않는다. 평가점수 자체가 인격모독 같다”고 말했다.
축구부 감독과 코치에 대한 2020년 직무평가는 해당 중학교의 ‘2020년 학교운동부(축구) 연간운영계획’에 따라 체육부장, 운동부 담당교사(교감), 학부모 등의 의견을 수렴해 근무성적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학부모들은 “이번 평가는 체육부장과 학부모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운동부 담당교사인 교감의 의견만으로 작성됐다. 교감 역시 ‘교장의 사람’”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학부모들은 “학교운영위원회(학운위)에서 심의‧의결도 하지 않은 채 재계약 불가가 갑작스럽게 통보됐다. 통보 후 요식행위로 학운위가 열렸다. 재계약 불가 통보를 한 달 전에 해야 한다는 취업규칙 때문에 졸속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평가로 감독과 코치진이 교체될 경우 학생선수들의 훈련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축구부 예산의 대부분을 부담하고 있는 학부모들은 현재의 코치진을 원하는 상황이다.
축구부 코치 B 씨와 감독 C 씨는 관할 노동청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상태다. 근로기준법 제76조 3항에 의하면 ‘근로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경우 관련 조사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당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2월 15일 오전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에서 이 사안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일단 진정인의 진술을 듣는 절차였고 향후 피진정인에 대한 조사도 이루어진다. 2월 24일까지는 해당 조사에 대한 결과보고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이에 대해 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공식적인 입장은 아직 없다”고 전했다. 단독으로 코치진을 평가했다는 교감 D 씨는 “평가는 학교 나름의 절차에 따라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됐다. 체육소위원회와 학교운영위원회를 거친 사안으로 절차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코치 B 씨와 감독 C 씨의 변호사는 “현 축구부 감독과 코치에 대한 재계약 불가 통보는 사실상 부당해고와 같으며, 이 같은 해고통보는 법률상 무효”라며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 조사절차에 관한 위 법률규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제 109조에 의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교장 A 씨를 근로기준법 위반죄로 형사고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장 A 씨는 2020년 5월 운동부 코치 성추행 혐의로 수원지방검찰청에 고소장이 접수돼 8월에 기소됐으며, 현재 교장 A 씨의 성추행 사건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 중이다. 만약 교장 A 씨가 이 재판에서 성범죄로 징역형 또는 벌금 100만 원 이상을 선고 받게 되면 A 씨의 교사 자격은 영구히 상실된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