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최근 ‘추신수가 1루 수비를 하고 있다’는 내용이 MLB(메이저리그) 취재 기자의 SNS(소셜 미디어)를 통해 전해졌다. 팬사이디드의 로버트 머레이 기자는 자신의 SNS에 소식통 인용을 밝히며 팀을 찾지 못한 추신수가 1루수 훈련을 소화하고 있는데 이는 자신의 활용폭을 넓히기 위한 선택이라는 친절한 설명을 달았다. 하지만 추신수는 현재까지 1루 수비 훈련을 한 적이 없다. 일요신문이 텍사스에서 직접 만난 추신수를 통해 그의 거취 관련된 소문을 물었다.
미국 텍사스에서 FA 신분이 된 추신수를 만났다. 사진=이영미 기자
#타격 코치로 변신(?)한 추신수
2월 9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사우스레이크에 위치한 추신수의 집에 여러 대의 차들이 모여 들었다. 훈련복을 입은 중학교 야구 선수들이 코치와 함께 차에서 내려 추신수의 ‘스포츠 짐’으로 향한다. 추신수는 얼마 전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 둘째 아들 건우 군과 한 팀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을 상대로 타격 레슨을 진행 중이다.
흥미로운 건 타격 훈련 전 스트레칭을 아내 하원미 씨가 담당하고 있다는 것. 하 씨는 국제 필라테스 자격증을 취득 후 현재 필라테스 강사로 활동한다. 그가 자신의 특기를 발휘해 타격 훈련 전 선수들에게 스트레칭을 가르치기 시작한 지 어느새 두 달이 넘었다고. 그래서인지 하 씨의 구호에 따라 움직이는 동작들이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하다.
추신수가 2년 전 집을 새로 지으면서 설계한 ‘스포츠 짐’ 안에는 두 개의 배팅 게이지가 마련돼 있을 정도로 넓은 규모를 자랑한다. 한쪽 면에는 농구 골대가, 그 안쪽에는 웨이트트레이닝룸이 마련돼 있고 3개 벽면은 추신수가 모은 유니폼들, 사인볼, 버블헤드 등이 장식돼 있다.
추신수는 선수들을 이끌고 온 팀 코치와 양쪽으로 나뉘어 배팅볼을 던졌고, 선수들의 타격폼이 무너질 때마다 공 던지는 동작을 멈추고 직접 자세를 잡아주며 친절한 설명을 곁들였다. 추신수의 두 아들인 무빈 군과 건우 군은 각각 고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야구선수로 활약 중이다. 두 아들 중 추신수의 타격폼과 흡사한 이는 둘째 건우 군. 무빈 군은 아버지보다 더 큰 체격을 바탕으로 파워 스윙을 뽐낸다.
추신수는 훈련과 동시에 아들과 어린 선수들의 코치 역할도 하고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추신수가 1루 수비 연습을?
팬사이디드의 로버트 머레이 기자는 추신수가 다양성 확보를 위해 1루 수비 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디애슬레틱과 CBS스포츠는 7일 피츠버그 파이리츠, 밀워키 브루어스를 추신수에게 관심을 보이는 팀으로 언급했다. 특히 디애슬레틱은 추신수를 가리켜 피츠버그의 좌익수 혹은 백업 1루수로 어울리는 선수라고 설명했고, CBS스포츠는 추신수가 1루 훈련을 병행하면서 밀워키 브루어스가 그를 향해 관심을 드러냈다는 소문을 전했다.
그렇다면 추신수는 실제로 1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는 걸까. 추신수는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시즌 동안 단 한 차례도 1루 수비를 맡은 적이 없었다. 다만 2017년 9월 제프 배니스터 감독이 텍사스 레인저스를 이끌 당시 팀 훈련 시간에 선수들과 수비 위치를 바꿔 훈련하다 코치의 지시로 1루를 맡은 적은 있다. 당시 추신수는 포털사이트에 연재하는 ‘MLB일기’를 통해 이런 소감을 전했다.
“9월 29일, 팀 훈련 시간에 선수들과 수비 위치를 바꿔 훈련한 적이 있었습니다. 훈련의 재미를 위해 코치가 택한 방법이었는데 덕분에 외야에 있던 제가 1루를 맡게 됐었죠. 부산고 시절 1루에 서 본 적은 있었지만 미국 진출 후에는 처음 경험하는 부분이었습니다. 1루에서 공을 잡아내는 모습을 본 코치와 감독은 무슨 영감을 받은 듯했습니다. 훈련을 마치자 모두 제게 1루수에 대한 의견을 물어 보셨으니까요. 물론 너무 오랜만에 경험한 1루라 다소 어색하긴 했지만 옵션이 늘어난다는 점에선 괜찮은 방법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매 경기는 아니더라도 아드리안 벨트레가 지명타자로 나가고 조이 갈로가 3루를 맡게 된다면 제가 1루를 볼 수도 있는 상황인 거죠. 팀 입장에선 타선을 짜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 동안 1루 수비 훈련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연습해보고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외야로 돌아가면 되는 터라 팀도, 저도 큰 부담은 없습니다. 1루 자리가 수비하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빠른 타구에 항상 몸을 움직여야 하니까요.”
추신수의 1루 수비 실험은 그걸로 끝이었다. 따로 훈련한 적이 없었다. 이후 그는 지명타자와 좌익수로 출전하면서 1루 수비 훈련은 어느새 잊혀갔다.
최근 추신수가 1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추신수는 기자에게 “어떻게 해서 이런 내용이 보도된 건지 잘 모르겠다”면서 “에이전트도, 선수도 모르는 훈련을 기자들이나 칼럼니스트들이 어떻게 아느냐”며 답답해했다. 즉 추신수가 현재 1루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는 소문은 잘못된 정보였다.
#그렇다면 추신수의 거취는?
빅리그 17년째를 맞이하는 추신수는 자신의 현재 상태를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 새로운 팀을 찾는데 나이와 포지션이 걸림돌이 되는 걸 잘 알고 있는 터라 굳이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있다. 물론 우승할 수 있는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지금은 자신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 팀이 나타나느냐를 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입질’은 끊임없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한다. 중요한 건 구체적인 액수를 주고받는 과정이 진행돼야 한다는 점. 소문으로만 나돌다 연기처럼 사라지거나 다른 선수를 영입하는 사례가 종종 있는 터라 지금의 추신수는 정확한 내용을 갖고 협상 테이블을 차리는 팀들한테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예년 같으면 지금쯤 스프링캠프로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할 시기다. 16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온 루틴이었는데 아직 팀이 결정되지 않으면서 잠시 루틴을 내려놓고 개인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추신수의 하루는 오전 7시부터 시작한다. 큰아들 무빈 군과 함께 7시에 웨이트트레이닝룸에서 몸을 만들었다가 8시 30분 초빙된 타격 코치와 함께 본격적인 훈련에 돌입한다. 모든 훈련을 마치는 시간이 점심 무렵. 추신수는 스프링캠프에서 하는 훈련 방식대로 시작과 끝을 마무리한다. 차이가 있다면 새벽 5시 기상이 아니라는 것.
팀과의 계약은 늦어지고 있지만 얻는 부분도 있다. 야구하는 두 아들을 상대로 타격 노하우를 아낌없이 전수하고 있기 때문. 아버지와 함께 야구를 하고, 훈련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두 아들이 느끼는 만족감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추신수의 야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미국 텍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