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10일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전날 실형을 선고받은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청와대는 통상 수사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 침묵해 왔지만, 이 사건이 박근혜 정부의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닮았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례적으로 반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수사 중인 사안이나 재판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 사건의 성격 규정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할 수 없다”며 이처럼 밝혔다.
강 대변인은 “‘블랙리스트’는 특정 사안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작성한 지원 배제 명단을 말한다. 이 사건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실제로 재판부의 설명자료 어디에도 ‘블랙리스트’라는 단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에 ‘블랙리스트’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블랙리스트’에 뒤따르는 감시나 사찰 등의 행위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정권 출범 이후에 전 정부 출신 산하기관장에 사표를 제출받은 행위가 직권남용 등에 해당하는지 아닌지 여부를 다투는 사건”이라며 “앞으로 상급심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사실관계가 확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강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장 등의 임기를 존중했다. 그것이 정부의 인사 정책 기조였다”면서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전 정부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공공기관장 330여 명, 상임감사 90여 명) 대부분이 임기를 마치거나 적법한 사유와 절차로 퇴직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사건에서 사표를 제출했다는 환경부 산하 공공기관 임원 13명 역시 상당수가 임기를 끝까지 마쳤다”며 “재판부도 설명자료에서 ‘사표를 제출한 공공기관 임원들 중 상당수는 사표가 수리되지 않은 채 법령이 정한 임기를 마친 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라고 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한국사회복지협의회, 한국고전번역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발명진흥회, 대한체육회, 환경보전협회 등 6개 공공기관은 지난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 2월 현재까지 재직 중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환경부 장관이었던 김 전 장관은 전날 열린 1심 재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산하 기관 임원들에게 사퇴를 압박하고, 그 자리에 청와대와 환경부가 점찍은 인물들을 임명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