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년 교내에서 청각장애 동료 교수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2019년 8월 기소됐던 나사렛대학교 청각장애 A 교수가 지난 5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사진은 1심 재판이 열린 서울북부지방법원.
[일요신문] 동료 장애인 여교수를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충남 나사렛대학교 장애인 교수 A씨(59)가 1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마성영)는 지난 5일 장애인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교수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청각장애 2급인 A교수는 2015년 4월 경 교내에서 청각장애 5급인 동료 교수 B씨(여, 48)의 팔뚝을 주물러 강제추행한 혐의로 2019년 8월 기소됐다.
재판부는 성범죄를 유죄로 인정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진술이 일관돼야 한다면서 “피해자 B교수의 진술이 사건 발생 장소와 날짜, 시간, 상황 등에서 모순된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에 대한 증거조사를 한 결과, 피고인 A교수의 진술을 입증할 증거는 대부분 사실에 부합한 반면, 피해자의 진술은 계속하여 번복되고 일관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가 추행을 당했다고 특정한 날짜와 시간에 피고인 A교수가 외부에서 식사를 했다는 주장이 더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된다”면서, 또 “증인 C교수의 증언 역시 피해자 B교수의 주장과는 명백히 배치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초 폭로 시점, 합리성 내지 객관적 상당성, 무고의 동기를 보면 피해자 B교수의 진술에 신빙성이 부족하다. 또한 B교수가 A교수에 대하여 무고를 할 동기가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는 A교수에 대한 혐의가 최종 무죄로 확정되면 B교수에 대해 무고죄의 처벌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법원 판단이다.
무고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지만, 성범죄 사건 연루 등의 범죄에서 무고죄가 발생된다면 특별법에 따라 수사기관의 인력 낭비, 무고 당한 사람의 육체적, 정신적 피해까지 감안하여 무고죄보다 훨씬 더 무거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B교수, 제자 유학자금 편취 사기죄로 징역 1년·집행유예 2년 선고
한편, B교수는 농인 제자의 유학비용 3,900여만원을 빼앗은 죄로 유죄를 선고받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지난해 12월 제자의 유학자금을 편취해 사기죄로 기소된 B교수에 대해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B교수는 2013년 12월 제자 D씨가 국제수어통역사가 되기 위해 미국 유학을 가고 싶다고 상담하자 “학교를 그만두고 유학비용을 벌라”고 권했다. B교수는 “통장을 자신에게 맡기면 그 돈을 유학자금으로 모으고 미국 비자 등 관련 업무를 도와주겠다”고 제안했다.
D씨는 B교수에게 자신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를 맡겼고, B교수는 D씨가 한 기업에서 일하며 받은 급여를 꼬박꼬박 인출해 자신의 채무 변제 등에 충당했다.
B교수 측은 재판에서 D씨가 가족처럼 지내고 싶다면서 통장과 체크카드를 줬고, 통장의 돈을 임의로 사용할 권한도 줬으므로 사기의 고의가 없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B교수가 D씨의 미국유학이나 미국취업에 관련된 일을 전혀 하지 않았고, D씨가 대학을 휴학하면서까지 모은 돈을 친분을 이유로 B교수가 마음대로 사용하도록 허락했다고는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D씨가 통장과 체크카드를 내준 이유에 대해 B교수가 미국 유학을 위해 돈을 관리해 준다고 했기 때문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는 점 등을 볼 때 유학을 빌미로 거짓말을 했고, 사기의 고의도 인정된다고 봤다.
재판부는 B교수가 어려운 환경에서 유학을 준비하려고 도움을 청한 제자로부터 돈을 편취해 죄질이 나쁜 점, 예금의 출금과정이나 사용 내역 등 범행 경위에 따른 정상도 나쁜 점 등 엄벌의 필요성이 있지만, 2,505만원을 변제했고,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사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과 B교수 양측 모두 재판 결과에 불복해 항소심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현술 경인본부 기자 ilyo03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