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 주지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LG와 SK의 배터리 분쟁 판결 결과를 뒤집어 달라고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12일 성명을 통해 “불행히도 ITC의 최근 판결은 SK의 2600개 청정 에너지 일자리와 혁신적 제조업에 대한 상당한 투자를 위험에 빠뜨렸다”고 밝혔다.
SK이노는 현재 조지아주 잭슨카운티에 26억 달러(약 3조 원)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9.8GWh 규모의 1공장을 완공해 이르면 올해 말부터 가동할 예정이었고 오는 2023년 초 11.7GWh 규모의 2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켐프 주지사의 이같은 요구는 ITC 결정 이틀 만에 나왔다. SK이노가 공장 건축에 차질을 빚으면 당장 조지아주 고용에 타격을 피할 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장 설립으로 조지아주 일자리 창출 효과만 최대 600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대통령은 공익적 목적이 있다고 판단될 때 ITC 최종판결로부터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하면 ITC 판결에 의미가 없어지게 된다. 반대로 판결을 수용하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10년 동안 미국에서의 제조·판매 등의 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전망은 엇갈린다. SK이노의 미국 투자와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맞물려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2010년 이후 ITC에서 진행된 약 600여 건의 소송 중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경우가 단 1건에 불과하고, 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경우는 전무하다는 점에서 ITC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앞서 2019년부터 시작된 ‘배터리 전쟁’에서 LG에너지솔루션이 승리를 거뒀다. 지난 2월 11일 ITC는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판결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셀과 모듈, 팩 및 관련 부품·소재에 대해 10년 동안 미국 내 수입 금지를 명령했다.
ITC 산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당초 건의한 제재 기간보다 더 늘어났다. 지난해 OUII는 증거인멸 정황이 있는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조기패소 결정을 요청하면서, SK 배터리의 미국 내 수입과 판매·유통을 5년 이상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ITC의 결정은 SK에 의해 영업비밀이 광범위하게 침해됐으며, 배터리 산업의 빠른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해도 장기간에 걸쳐 연구·개발해야 얻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LG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으로 해석된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