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윤정희는 백건우와 함께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그리고 그해 11월 백건우와 딸 진희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의 투병 사실을 전한다. 당시 딸 진희 씨는 “요즘 엄마는 파리 근교의 호숫가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며 “내 아파트 바로 옆에 엄마를 위한 집을 구했다”고 밝혔다. 2016년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열린 ‘영화배우 윤정희 특별전’ 당시 모습. 사진=연합뉴스
#분란 시작된 2019년 1월엔 무슨 일이…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배우 윤정희(본명 손미자) 부부는 40년 넘는 결혼 기간 동안 거의 매 순간을 붙어 지낸 것으로 알려진 잉꼬커플이다. 윤정희의 동생들이 문제 제기를 한 부분 역시 결혼 기간 전체는 아니고 윤정희가 알츠하이머와 당뇨 등의 질환으로 투병 중인 최근 2년여다. 분란은 2019년 1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관련기사 윤정희-백건우, 매 순간 붙어 지낸 40년 잉꼬커플인데…).
윤정희 동생들은 “백건우는 지난 2년 동안 아내와 처가에 대하여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거리를 두고 있다”면서 “2019년 1월 장모상을 당하였을 때 서울에 체류하고 있었고, 윤정희가 많은 전화를 하였음에도 받지 않았고, 여의도 빈소에 끝내 나타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다소 다른 입장을 밝혔다. 동생 손병우 씨는 문화일보에 “2019년 1월 모친상으로 가족이 모였을 때 (백건우가) 너무 지쳐 더 이상 윤정희를 보살피지 못하겠다. 형제들이 맡아야겠다고 했다. 우리가 기꺼이 맡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장모상에 백건우가 방문했는지는 명확치 않지만 당시 윤정희가 한국에 머물 요양(병)원을 찾고 있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부분에선 주장이 엇갈린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형제자매들이 요양원으로 비용이 상당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을 알아보자 (백건우가) ‘그만한 돈은 없다’며 윤정희를 납치하듯이 데리고 떠났다”며 “프랑스와 서울에 아파트 5채를 소유 중인데 이 가운데 한 채만 처분해도 간병비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백건우의 지인은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남매 가운데 1명이 윤정희 재산을 관리해왔는데 백건우는 2019년 초 윤정희가 모친상으로 귀국했을 무렵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됐다”며 “한국의 요양병원 몇 군데를 알아보다 그해 5월 파리 근교에 윤정희 거처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윤정희는 2019년 5월 한국을 떠나 프랑스 파리로 향한다. 그리고 그해 11월 백건우와 딸 진희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정희의 투병 사실을 전한다. 당시 딸 진희 씨는 “지금 엄마는 파리 근교의 호숫가 마을에서 지내고 있다”며 “내 아파트 바로 옆에 엄마를 위한 집을 구했다”고 밝혔다.
#윤정희 동생들은 왜 조카딸을 못 미더워 하나
2019년 5월부터 최근까지의 상황에 대해 윤정희 동생들은 “백건우는 승용차로 25분, 전철로 21분 정도의 거리에 있으면서도 아내 윤정희를 거의 찾지도 보지도 않고 있다”고 주장하며 “백건우, 백진희 부녀의 비협조, 방해 등 제약으로 인해 윤정희와 만나고 통화하는데 심히 불편하고 불쾌한 일을 계속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동생들은 프랑스 법원이 딸 진희 씨를 윤정희의 재산 및 신상 후견인으로 지정하자 이의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한다. 그렇지만 2020년 9월에 패소해 항소했지만 11월 최종 패소한다.
동생들은 당시 소송에 대해 “딸 백진희가 윤정희에 대한 금치산 및 후견인지정 신청을 은밀하게 윤정희의 법정 출석을 생략하고 진행해 형제자매들이 이해관계인으로서 소송에 참여한 것”이라며 “조카딸이 후견인 부적임자임을 주장하는 데 역점을 뒀을 뿐, 형제자매들이 후견인이 되려고 한 소송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동생들은 아예 공식입장을 통해 “조카딸을 못 미더워 하는 것은 불란서(프랑스)에서 태어나 국적을 취득하고 자라난 그녀는 부모와 오랫동안 불화하고 10여 년 동안 연락도 끊고 지냈다”며 “그녀가 매우 특이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으므로, 일말의 염려를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폭로의 수위가 가정사를 넘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인 유명인의 딸의 사생활 등 개인정보까지 다가가고 있다. 그럼에도 동생들은 심지어 “그녀의 삶에 대하여는 백건우와 백진희 본인에게 물어 보시기 바란다”는 말까지 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이번 논란이 재산을 둘러싼 분쟁은 결코 아니라는 입장이다. “모든 재산의 처분관리권은 사실상 백건우에게, 법률상 후견인인 딸 백진희에게 있으며, 형제자매들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동생들은 윤정희 명의의 국내 재산을 ‘1971년에 건축된 여의도 시범아파트 두 채(36평, 24평)로 1989년과 1999년에 구입했고, 그 외 예금자산’이라고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아무리 형제자매라지만 재산 내역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 부분은 다소 이례적이다. 이 대목은 ‘남매 가운데 1명이 윤정희 재산을 관리해왔는데 백건우는 2019년 1월에 그 사실을 알았다’는 지인의 발언과 일정 부분 맥이 닿아 있다. 또한 동생들은 “윤정희의 재산이 윤정희를 위하여 충실하게 관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19년 당시 비용이 상당한 국내 대기업이 운영하는 요양원을 알아봤던 동생들이 아파트 한 채만 처분해도 간병비가 충분하다고 주장했던 것과 비슷한 의미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2월 10일 오후 귀국한 백건우는 “윤정희는 하루하루 아주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최대 쟁점이자 관심사는 윤정희의 근황
가장 중요한 대목은 윤정희의 근황이다. 동생들은 국민청원을 통해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홀로 투병중이다. 방치된 채 대부분의 시간을 홀로 보낸다”며 “감옥 같은 생활을 한다. 우편물을 보내도 반송된다. 인간의 기본권은 찾아볼 수 없다. 필요한 약을 제때 복용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사태가 올 수 있어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반면 2월 10일 오후 귀국한 백건우는 “윤정희는 하루하루 아주 평온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건우 측은 꾸준히 윤정희가 딸 진희 씨 아파트 옆집에 거주하며 가족과 법원이 지정한 간병인의 돌봄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고 밝혀 왔다. 또한 백건우 윤정희 부부의 프랑스 현지 지인들도 방송 인터뷰나 SNS를 통해 윤정희가 요즘 잘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2020년 가을 윤정희의 생일과 크리스마스 때 윤정희가 백건우, 진희 씨와 손주 등 가족들과 파티 하는 동영상을 갖고 있다고 말한 지인도 있다.
가장 객관적인 자료로 보이는 후견인 지정 관련 프랑스 법원 판결문에는 “윤정희는 배우자 및 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으며 현재 안전하고 친숙한 환경에서 안락한 조건을 누리고 있다”고 기록돼 있다. 이에 법원은 “배우자와 딸이 윤정희에게 애정을 보이지 않아 적절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있고 금전적 횡령이 의심된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렇다면 동생들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프랑스 법원의 판결에 대해 동생 손병욱 씨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백진희는 프랑스 시민이지만 후견인 신청을 한 세 동생은 외국 국적으로 시작부터 불공정한 재판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생들이 국내에서 다시 관련 소송을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손 씨는 “한국에서 법적 조치를 할 계획이 현재로선 없다”고 밝혔는데 이는 나중에는 법적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되기도 한다. 이후 법률대리인으로 변호사를 선임한 동생들은 향후 언론 대응도 변호사를 통해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동생들의 요청은 윤정희의 귀국이다. 동생들은 “만약 허용된다면 형제자매들이 진심으로 보살필 의지와 계책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윤정희가 귀국하여 한국에서 따뜻한 보살핌을 받기를 바란다”며 청와대, 문화부, 영화인협회 등에 윤정희의 근황을 살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프랑스에서 후견인 지정에 이의를 신청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윤정희 방치 논란을 주도하는 동생들은 윤정희의 6남매 중 다섯 살 아래 손병우 씨, 다섯째인 손병욱 씨, 그리고 막내 손미현 씨다. 이 가운데 손병우, 병욱 씨는 미국에 거주 중이며 미현 씨는 프랑스에 산다. 결국 외국에 거주 중인 동생들이 윤정희의 귀국을 강하게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서울에 거주 중인 동생은 소송 등 윤정희 방치 논란에 동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