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맨해튼과 함께 미 동부의 대표적인 고급 휴양 도시인 햄프턴이 때아닌 러시아 물결로 뒤덮이고 있다고 미국의 <데일리 비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뉴욕 상류층들의 고급 별장이 즐비한 이곳은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를 비롯한 월가의 재력가들과 할리우드 스타들, 부동산 재벌들이 휴가를 즐기기 위해 찾는 부촌이다.
그런데 지난여름부터 이곳에서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광경이 종종 사람들의 눈에 띄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이 아니라 늘씬한 각선미와 미모를 자랑하는 20대 초반의 젊은 러시아 여성들이 삼삼오오 모여 다니는 모습이 부쩍 늘어난 것이다. 이들은 보통 비키니를 입고 몸매를 과시하는가 하면, 값비싼 장신구로 온몸을 치장한 화려한 모습들이다.
맨해튼의 인테리어 디자이너이자 햄프턴에 거주하고 있는 브래드 볼스는 “이런 러시아 여성들은 대부분 손목에는 카르티에 시계를 차고, 팔에는 에르메스 버킨백을 들고 있으며, 루브탱 하이힐을 신고 돌아다닌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들은 대부분 아름답고 똑똑한 여성들이다. 이들의 목표는 미국의 나이 많은 월가 혹은 부동산 갑부들을 만나 결혼하는 것이다. 물론 사랑 같은 건 없어도 좋다”라고 말했다.
실제 햄프턴에서 눈에 띄는 러시아 여성들 가운데에는 이처럼 ‘트로피 와이프’를 꿈꾸고 멀리 바다를 건너온 경우가 많다. ‘트로피 와이프’란 나이 많은 갑부와 결혼한 젊은 부인을 뜻하는 말로,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64)와 결혼한 슬로베니아 출신의 모델 멜라니아 나우스(37), 지금은 사망하고 없는 억만장자 하워드 마셜(89)과 결혼했던 애나 니콜 스미스(26) 등이 그런 경우다.
하지만 이들은 아무런 연고도 없이 무턱대고 햄프턴으로 온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처음에는 고급 클럽이나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을 시작하곤 한다. 사실 이들에게는 아르바이트도 또 하나의 기회이긴 하다. 종업원으로 일하는 도중에 잘만 하면 친절한 부자 손님들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고급 레스토랑인 ‘75 메인 스트리트’의 사장인 자흐 에르뎀은 “지난여름 고용했던 러시아 여종업원들 수는 20명 정도였다. 모두들 열심히 일하는 근면한 스타일이었고, 불만도 많지 않았다. 손님들에게도 친절하고 정중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여종업원들은 독립을 할 수 있을 만큼 돈이 모일 때까지 에르뎀 사장의 집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어느 정도 돈이 모이면 인근에 있는 월세 500달러(약 56만 원)짜리 아파트를 구해서 나가며, 매트리스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한 방에서 여러 명이 합숙을 한다.
또한 ‘넬로 서머타임’ 클럽의 넬로 발란 사장 역시 “지난여름 동안 모두 7명의 러시아 여성들을 종업원으로 고용했다. 모두들 러시아에서 고등교육을 받은 친절하고 싹싹한 여성들이었다. 그리고 모두 미인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러시아 여성들은 낮에는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밤에는 어울려서 클럽이나 바를 찾아 놀러 나가곤 한다. 이곳에서 사냥 기회를 엿보긴 하지만 원나이트 스탠드를 목표로 하진 않는다. 즉 매매춘을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볼스는 “러시아 여성들은 그보다는 다른 방법을 택한다. 먼저 부자들을 유혹해서 자신과 사랑에 빠지게 한 다음 부인과 이혼을 하도록 만든다. 그리고 프러포즈를 받고는 결혼하기 전 러시아 변호사를 고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혼전계약서를 작성한다”고 말했다. 이들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는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서가 첫 번째 이유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신들을 불쌍하고 초라하게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덧붙였다.
볼스는 얼마 전 한 늙은 영화제작자가 아내를 버리고 젊은 러시아 여성과 결혼한 사례를 직접 보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이처럼 ‘트로피 와이프’가 되는 데 성공한 러시아 여성들이 하나둘 늘어가면서 현재 햄프턴에서는 러시아 사모님들이 쇼핑을 하거나 산책을 즐기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오랫동안 사우스햄프턴에서 개인 트레이너로 일하고 있는 한 여성은 “요즘 햄프턴 거리에서는 유모를 대동한 채 아기와 함께 나온 러시아 여성들을 종종 만난다. 이들은 모두 ‘트로피 와이프’들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과거 교양 있는 도시였던 이곳이 어째 퇴폐적인 도시가 된 것 같다”면서 씁쓸해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