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해 보일 만큼 평소 익숙하던 네이버 홈페이지 상단 우측의 실시간 검색어가 2월 25일부터 사라진다. 사진=네이버 홈페이지 캡처
#실시간 검색어, 왜 폐지됐나
2월 4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인터넷 이전에는 잘 드러나기 어려웠던 롱테일 정보가 큰 이슈와 공존할 수 있는 세상을 보여주고자 했던 급상승검색어는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2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은 ‘나에게 필요한 정보 소비’다. ‘포털’(Portal)이란 관문을 뜻한다. 그동안 대중이 네이버나 다음이라는 관문을 통해 세상을 봤다는 의미다. 뉴스뿐 아니라 궁금한 것이 있으면 네이버나 다음에 검색해 그 답을 찾던 행위를 뜻한다.
그중에서도 대중은 실시간 검색어에 집중했다. 지금 이 순간 대중이 가장 많이 검색하는 키워드라는 건, 대중이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이는 사안이라는 얘기다. 즉 실시간 검색어를 좇는 것만으로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반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된다는 불안감을 줬다.
그렇다 보니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분야를 막론하고 실시간 검색어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더욱 화제를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중도 딱히 그 이유는 모른다. 그야말로 실체는 없이 ‘유명한 것으로 유명하다’는 식의 명제가 형성되는 셈.
그러다 보니 검색어 조작 논란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시간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는 것이 홍보와 마케팅의 성공으로 보는 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조직적으로 만들어준다는 업체도 속속 등장했다.
2월 4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를 통해 “능동적으로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은 커다란 트렌드 변화에 맞춰 2월 25일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사진=네이버 공식 불로그 캡처
업계 관계자들 역시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하게 된 가장 큰 이유로 정쟁을 든다. 정치적 이슈가 맞물릴 때 이 서비스의 역기능이 가장 명백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거철이 되면 포털사이트들이 검색어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서울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이 서비스 폐지를 결정한 것 역시 그 방증이라 할 수 있다.
#무엇이 달라질까
실시간 검색어가 폐지된다고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선거철 검색어 서비스가 중단돼도 세상 돌아가는 데 지장이 없다는 것이 이미 입증됐다. 하지만 몇몇 패턴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일단 포털 사이트 사용자들은 보다 다양한 이슈를 찾게 된다. 검색어를 통해 콘텐츠의 가치를 매기던 이들이 이제는 가치중립적인 많은 콘텐츠를 접하고 스스로 순위를 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검색어 1위에 올라야 가장 가치가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이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인터넷 매체를 포함한 언론사들의 어뷰징 기사도 줄어든다. 적잖은 언론사들이 취재가 아닌 실시간 검색어에 기반한 찍어내기 식 기사를 양산해왔다. 결국 검색어 순위에 오르면 해당 키워드가 포함된 차별성 없는 관련 기사가 부지기수 쏟아지면서 재차 이슈를 만들어내는 악순환이 반복돼왔다. 하지만 더 이상 검색어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어뷰징 기사 생산 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다.
방송가의 검색어 홍보·마케팅 역시 사라지게 된다. 특정 영화나 드라마가 공개될 시기가 되면 출연 배우들은 유명 예능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홍보 활동을 펼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의 이름은 자연스럽게 검색어로 노출되고 홍보 기사 역시 생산됐으나 이런 흐름에도 제동이 걸린다.
각 기업들의 검색어 기반 활동 역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 각 업체들은 네티즌 대상 이벤트를 벌이며 특정 상품의 이름을 검색하라는 주문을 하곤 했다. 그 결과 실제 이슈와는 관계없는 상품명이 검색어 상단을 차지하는 촌극이 벌어지는 일이 빈번했다. 하지만 2월 25일 이후에는 기업들의 이런 홍보 전략은 수정돼야 한다.
#역기능만 있었나
실시간 검색어는 역기능만큼이나 순기능도 분명히 갖고 있었다. 네이버는 “사용자가 입력하는 검색어는 폭발적으로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고 폐지 이유를 설명했다. 굳이 검색어가 없어도 사용자들이 각자의 관심에 따라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대가 됐다는 의미다.
하지만 모두가 적극적인 소비자는 아니다. 검색어를 통해 세상을 보는 이들도 적잖다. 바쁜 현대인들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이슈를 요약해 볼 수 있는 창이 검색어라 할 수 있다. 그런 이들 입장에서는 검색어 서비스 폐지가 아쉬울 법하다.
한 방송사 PD는 “실시간 검색어는 단순히 하나의 서비스를 넘어 2000년대를 대표하는 문화 현상이었다.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한 밀레니얼 세대를 이해하는 방법이었다는 의미”라며 “모든 사안에는 역기능이 있기 마련인데, 문제점을 바로 잡는 것을 넘어 아예 서비스를 없애버리는 것은 지나친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