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지난해 겨울 서울의 한 빌라에서 주차 갑질 사건이 일어났다.
주차선을 무시하고 차를 삐딱하게 주차하거나 주차 공간 두 칸을 차지하는 등 무려 4대의 고급 승용차로 입주민들에게 갑질을 일삼았던 일명 ‘치킨맨’ A 씨.
그런데 A 씨의 차량 중 1대가 본인의 차라며 ‘렌트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나타났다. 1년 넘게 자신의 차량을 찾으러 다녔다는 B 씨. 도대체 무슨 이유로 B씨의 차량이 거기 있었던 것일까.
주차 갑질 사건에서 불거진 수면 아래 또 다른 범죄의 세계를 추적해보았다.
저금리 시대 은행에서 모으는 돈만으로는 살아가기 어려운 요즘 연 12% 이자율과 원금보장이라는 안정적인 투자처가 있다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
주차 갑질 차량의 실제 명의자인 B 씨도 이자율이 높고 안정적인 월수입이 보장된다는 말에 ‘개인 렌트 사업’에 선뜻 투자했다고 한다.
치킨맨 A 씨의 윗선인 일명 ‘빅보스맨’ 김 아무개 씨. 그는 ‘개인 렌트 사업’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었다. 몇 천 만 원을 호가하는 고급 시계들을 차고 슈퍼카들로 차고지를 채우는 등 엄청난 재력을 자랑했다.
그는 자신이 개인렌트 사업의 1세대이며 곧 한국에 개인 렌트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투자자 명의로 캐피탈 대출을 받은 후 고가의 중고 수입차를 뽑아 빅보스맨에게 주면 개인렌트를 돌려 그 수익금으로 할부금과 함께 매달 1%의 이익도 챙겨주겠다고 했다.
빅보스맨은 자신을 유명 연예인의 매니저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연예계에 발이 넓다고 말하는 등 연예인과 영화판이 렌트사업의 터전이라고 자랑했다.
피해자 B 씨는 “너는 앉아서 가만히 네 명의만 빌려주고 있어라. 나머지는 우리가 하겠다”고 말했다.
매달 통장에 들어오는 돈이 쏠쏠했다. 그러나 이도 잠시 서너 달 뒤부터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았고 할부금은 물론 피해자가 대출로 구입한 차량도 돌아오지 않았다.
매월 타보지도 못한 차들의 할부금을 갚아야 하는 피해자들은 졸지에 신용불량자가 되었다. 이렇게 생겨난 피해자들의 피해 차량 만해도 확인된 것만 100여 대 찰나의 선택이었다.
피해자 C 씨는 “잘못된 선택 한 번으로 어떻게 보면 제 인생을 지금 날리고 있는 거잖아요”라고 말했다.
평소 경찰들과 친분을 과시했던 빅보스맨 김 씨 지난 2019년 남양주 남부 경찰서 경제 범죄수사팀 팀장 D 경위에게 소나타 차량을 전달한 영상이 공개되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심지어 D 경위는 빅보스맨에게 법망을 빠져나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기도 했다고 한다.
빅보스맨 김 씨와 동일한 수법으로 사람들을 유혹하는 자들은 전국적으로 존재했다. 많은 피해자들이 사기로 고소를 진행했지만 대부분 무혐의 처분을 받으며 풀려났다. 왜 처벌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걸까.
전문가들은 입증하기 어려운 사기죄로만 이 사건을 바라보는 수사기관의 태도를 지적했다. 그들의 범죄 수법과 근절방안에 대해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