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일요신문 DB.
[일요신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6일 국민의힘 김세연 전의원이 기본소득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것과 관련, “기본소득 반대가 아니라 그 필요성을 인정하신다면, 말꼬리를 왜곡해 공격하기보다 대안을 내고 정책경쟁을 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고 반문으로 응답했다. 이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토론을 기대하며 발목잡기가 아닌 김의원만의 실현가능하고 더 나은 기본소득 정책제시를 기대한다”며 이같이 적었다.
이 지사는 우선 김 전의원이 언급한 “기본소득은 일자리가 사라지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개인의 실질적이고 궁극적인 자유를 보장하고, 진정한 행복을 누리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안정되고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란 고민의 답을 찾는 것이며, 현재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변모하는 수준으로 인류의 삶이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변곡점에 서 있는 것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산력이 급증하던 1차산업혁명 시기에 대중의 생활수준은 오히려 악화하고 공장지대 노동자 평균수명이 많게는 30퍼센트가 줄었던 역사의 교훈처럼, 기술발전과 생산력 향상이 저절로 대중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지 않는다. 기술혁신에 따른 4차산업혁명으로 100명이 하던 일을 10명이 대체하게 되면, 90명은 인공지능이나 플랫폼기업이 새로 만드는 일자리로 옮겨질 수 있지만 실업과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안타깝게도 다수 경제학자의 전망은 비관적”이라며 “이 때문에 저는 일자리 종말, 극단적 양극화, 저소비와 총수요부족에 따른 구조적이고 지속적인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지속적 경제성장과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기본소득’ 도입방안을 오래전부터 고민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기본소득은 가계소득을 지원하는 복지정책인 동시에, 소멸성 지역화폐로 소비 진작과 매출양극화를 완화해 지속성장을 담보하는 경제정책으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피할 수 없는 복지적 경제정책이다. 생소하며 난제 투성이지만,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국민적 공감을 끌어내고 현실화할 구체적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새 길을 만드는’ 정치인이 몫이다. 첫 술 밥에 배부를 리 없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이니, 어렵다고 지레 포기하면 정치는 존재이유가 없다”며 “저는 이전부터 재정부담까지 감안한 순차적 단계적 기본소득 도입과 확대를 주장해 왔고, 입장을 후퇴하거나 바꾼 일이 없다”고 역설했다.
이어 “단기적으로 증세 없이 일반예산절감만으로 연 50만원(4인가구 200만원)은 즉시 지급할 수 있고, 중기적으로는 수년 내에 연 50조가 넘는 조세감면을 절반 축소해 연 100만원(4인 가구 400만원) 지급이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기본소득세수는 전액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는 원칙에 따라 10년 이상 장기목표로 기본소득에 대한 국민동의를 전제로 기존세금에 추가되는 일반기본소득목적세, 특별기본소득목적세(데이터세, 로봇세, 환경세, 토지세 등)와 기본소득을 가능한 범위에서 조금씩 늘려가자는 것”이라며 “기본소득으로 공평하게 지급되는 기본소득목적세를 징수하면 90% 이상의 가구가 내는 세금보다 받는 기본소득이 많아 일반적 증세보다 국민동의가 용이하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오리와 너구리만 아는 사람은 오리너구리를 직접 안보면 믿기 어렵다. 머리만 보고 너구리가 아니라거나, 몸통만 보고 오리가 아니라며 오리너구리를 소개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로 공격하면 안된다”고 반박했다.
이 지사는 “김 의원께서 1인당 25만원씩 연 2회 지급을 일별로 나눠 ‘천원 정도 소액’이라 안하신 건 고맙지만, 굳이 월로 나눠 ‘겨우 4만 여 원’이라 폄훼한 건 아쉽다. 특히 1인당 월 4만 ~8만원은 천억대 자산가로 평생 어려움 없이 살아오신 김의원께는 ‘화장품 샘플’ 정도의 푼돈이겠지만, 먹을 것이 없어 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저축은커녕 빚에 쪼들리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4인 가구 기준 연 200~400만원은 엄청난 거금”이라고 꼬집었다.
나아가 “기본소득은 가계지원에 끝나지 않고 매출양극화 완화, 경제생태계의 모세혈관인 골목상권과 소상공인을 지키는 복지적 경제정책임을 아시면서 적은 액수를 타박하시니 안타깝다. 액수가 불충분한 것은 동의하지만 그것이 시행포기 근거일 수는 없습니다. 필요하다면 포기하기 보다 조금이라도 하는 것이 낫고, 그것이 바로 혁명가가 아닌 실사구시 개혁가의 모습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또한 “김 의원과 같은 국민의힘 당 소속 인사들은 반대로 ‘월 50만원 지급은 300조원이라는 엄청난 재정 부담으로 불가능한 포퓰리즘’이라 주장한다. 언젠가 이뤄야 할 장기목표인 월 50만원(연 600만원)을 즉시 지급하자고 주장한 것처럼 왜곡한 후 실현가능성을 문제 삼아 비난한다”며 “이름은 기본소득인데 선별지급하자는 국민의힘이나, 기본소득 찬성한다면서도 소액은 적다고 반대하고, 고액은 재정부담을 이유로 반대하는 당 소속 인사들이나 모두 현란한 말장난으로 국민을 속이는 짝퉁기본소득론자이긴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지사는 “월 50만원 기본소득은 재원을 만들어가며 달성할 미래의 장기목표이니 당장 월 50만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왜곡해 세금 걱정할 이유가 없지만, GDP가 성장하고 조세부담율을 점차 올려가야 하는 우리 경제와 재정 상황에 비추어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10년 전 우리나라 GDP는 약 1300조였지만 지금은 약 2천조에 육박하고 있고, 10여년 후에는 3천조원에 도달할 것이다. OECD 평균보다 한참 낮은 조세부담율이나 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사회복지지출도 늘어갈 것”이라며 “GDP 3천조원에 대한 현재 OECD 평균인 21%의 사회복지지출만 해도 600조원이니 현재보다 300~400조의 추가여력이 생겨 월 50만원 기본소득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장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